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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칠레 FTA 체결에 따른 한국농업의 전망

지난 16일 국회에서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이 통과 됐다. 이로써 우리나라도 FTA시대의 막을 열게 됐다. 전 세계가 시장 경쟁 체제로 돌입하고 있는 시점에 우리가 의미 있는 발걸음을 내딛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자동차, 휴대폰 등 경쟁력 있는 상품 시장은 확대되겠지만 포도를 비롯한 경쟁력이 약한 농산품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에 FTA가 농업에 미치는 영향과 대책에 대해 점검해 본다.

FTA 협정의 의의

현재 세계는 FTA를 통한 지역주의 통상정책을 추진, 현재 전 세계적으로 184개의 FTA가 발효 중이고 이를 통한 무역이 세계 교역량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가 이번 칠레와 체결한 FTA는 직접 교역에 의한 이익 외에도 다방면에 걸친 의미가 있다.

이번 FTA는 우리가 본격적으로 시장 개방 체제에 돌입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한-일 간 FTA 협상이 진행 중이고 싱가폴, 멕시코 등 여러 나라와의 협상도 계획하고 있다. 이번 협정 통과로 인해 FTA 체결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우리의 첫 번째 FTA 상대국이 칠레가 됨으로써 중남미라는 주요한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하게 됐다. 이로써 미국, 아시아 등 비교적 한정된 수출시장을 가지고 있던 상황에서 기업들의 활동 영역이 넓어지고 수출선이 다변화되면서 시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됐다.

하지만 FTA가 농업분야에 미치는 영향은 부정적인 것이 확실하다. 80년대말부터 시작된 농산물에 대한 시장 개방 압력이 UR(우르과이 라운드)를 거쳐 FTA를 계기로 더욱 가중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국산 농산물은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가격경쟁력이 뒤쳐지는 것이 사실이다. 이번 FTA로 우리 농업에 대한 획기적인 정책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FTA 협상 결과

우리 정부와 칠레의 FTA협상결과 쌀, 사과, 배는 협상 내용에서 제외됐고, 나머지 농축산물은 단계적 관세 철폐 또는 DDA(도하개발아젠다) 이후 논의하기로 했다.

협정 발효시 즉시 관세가 철폐되는 품목은 종우ㆍ종돈ㆍ호밀 등 224개 품목이고 5~16년간 단계적으로 관세가 철폐되는 것은 복숭아ㆍ돼지고기 등 795개 품목, 고추ㆍ마늘ㆍ양파 등 374개 품목은 DDA 이후 논의하기로 했다. 가장 큰 피해가 우려되는 포도는 10년간 계절관세(11월~4월)를 적용하고 이후 완전 철폐 하기로 했다.

단, 수입 급증시 칠레 농산물에만 적용되는 긴급수입제한조치 확보 및 제3국산 우회수입 방지를 위해 엄격한 원산지 판정기준이 마련될 것이다.

<관세철폐 단계별 일정>

협상결과유형
품목수(비율)
주요 품목
발효시 철폐
224(15.6%)
종우, 종돈, 밀, 배합사료, 원피 등
5년내 철폐
545(38%)
당류, 초콜렛, 면류등
7년내 철폐
34(2.4%)
복숭아통조림, 종자용옥수수 등
TRQ*+ 7년내 철폐
6(0.4%)
칠면조고기
9년내 철폐
1
기타과일쥬스
10년내 철폐
197(13.8%)
복숭아, 돼지고기, 단감 등
16년내 철폐
(6년거치, 10년 균등철폐)
12(0.8%)
조제분유, 과실혼합쥬스 등
계절관세
1
포도
TRQ + DDA협상후 논의
18(1%)
쇠고기, 닭고기, 유장, 자두, 감귤 등
DDA협상후 논의
373(26%)
고추, 마늘, 양파, 분유 등
제 외
21(2%)
쌀, 사과, 배
합 계
1,432(100%)

* TRQ(쿼터물량제:할당 물량에만 무관세 적용)

농가 예상 피해 및 지원 대책

곡물류는 칠레가 수입국이며, 축산물은 수입선 대체효과 등으로 피해가 없을 전망이다. 그러나 과수류는 큰 피해가 예상된다. 특히 시설포도는 칠레와 유통시기가 경합되고, 국내산이 칠레산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낮아 직접 피해가 예상된다.

복숭아, 단감 등은 칠레산 수입가능기간이 국내 출하기간과 다르고 가격경쟁력도 있어, 검역 등을 고려시 직접 피해는 적을 전망이다. 가공품 및 기타 과실은 일부 간접 피해만 발생될 것으로 예상된다.

피해가 가장 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과수분야는 신선과실 3,662억원, 가공용 2,198억원 등 10년간 5,860억원의 피해액이 예상된다. 농림부는 과수분야 피해액이 FTA 발효 첫해 104억원에서 10년차에는 1,039억원으로 점차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는 농업분야 피해 대책으로 예상피해액의 약 3배에 달하는 총 1조 5천억원 규모(기금 1조 2천억, 지방비 3천억)의 지원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이중 1조 755억원(71%)은 농가 사업의 보조금으로, 4,433억원(29%)은 규모화를 위한 과원매입의 융자금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지원 계획으로 우선 경쟁력 향상이 가능한 과수 농가에 대해 ▲시설 현대화, 과원규모화, 수출단지기반 등 고품질생산 지원 ▲산지유통시설, 우량묘목생산 등 생산자조직 지원 ▲관세철폐 품목의 수입증가로 농가피해 발생시 경영안정 지원 등 1조 3222억원이 책정돼 있다.

농가가 폐업을 희망할 경우 폐업여부 확인 후 일정기간(폐원 3년간, 매매 1년간) 순소득을 지원하는 폐업 보상금으로 1,868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농림부는 지원대책, 특별기금 등을 제도화하기 위해 FTA 피해 농민의 경쟁력 제고 및 경영안정을 위한 지원대책, 지원대책 추진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특별기금 설치, FTA 관련 지원대책을 점검하고 심의하기 위한 FTA이행지원 위원회 설치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FTA지원특별법(안)을 국회에 상정해 놓고 있다.

농업정책의 방향

농림부가 119조원 규모의 투융자 계획을 발표하며 향후 농업정책의 방향을 제시했다.

FTA 이후 우리 농업구조를 타국과 경쟁이 가능하도록 전업농중심으로 재편하고, 대신 경쟁에서 탈락하는 농가에 대한 보완대책을 마련함으로써 농업체질 강화를 위해 200년 32%였던 투융자 비중을 2008년 38%로 확대하기로 했다.

FTA, DDA협상, 쌀재협상 등 개방화의 영향으로 인한 농가소득 하락 및 경영불안에 적극 대비하여 직접지불제, 재해보험 확대, 경영회생지원 등을 위한 투융자를 2003년 20%에서 2008년 28%로 확대한다.

국가 균형발전 차원에서 농어민연금, 건강보험, 기초생활보장제 등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고, 교육ㆍ의료 등 복지 서비스, 농촌종합개발 등을 위한 투융자 비중 2003년 7%에서 2008년 14%로 확대하기로 했다.

농업생산기반사업은 그간의 투융자에 힘입어 경지정리, 용수개발 등 상당부분 확충된 점을 감안하여 이 부문에 대한 투융자 비중은 2003년 33%에서 2008년 12%로 축소한다.

이를 통해 농업이 나아갈 방향은 경쟁력 있는 전업농 육성과 농업의 규모화이다. 이를 위해 119조 투융자도 사업성 심사를 통해 경쟁력이 있는지 평가하여 지원하기로 하고, 경영이양직불제의 지원연령을 현행 69세에서 72세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이승현 기자/tomato@f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