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K-푸드 수출 확대’를 내세운 정부의 식품산업 육성 정책이 정작 국산 원료 소비 확대에는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17일 전북 전주시 농촌진흥청에서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위원장 어기구)의 농촌진흥청·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임미애 의원은 “K-푸드 열풍의 대표 품목인 즉석밥이 정작 국산 쌀이 아닌 미국산 쌀로 만들어지고 있다”며 “국내산 쌀은 K-푸드 수출의 무대에서 배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 의원은 “업체 측에 확인한 결과, 미국의 농약 잔류 기준과 국내에서 사용하는 농약 성분이 달라 국내산 쌀을 사용할 수 없다는 설명을 들었다"며 “이는 단순한 기업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농식품부, aT, 농진청의 책임이 크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aT가 농산물수출전문단지 육성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쌀 관련 단지는 상주의 아작영농조합과 해남 땅끝황토친환경영농조합 두 곳뿐”이라며 “이들 단지에서 생산되는 쌀은 대부분 교민 대상 수출용으로 한정돼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수출단지를 조성할 때 기업과 협력해 국내산 쌀 소비를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모색했어야 했지만 이러한 부분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홍문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은 “미국 현지에서 선호도가 높고 검역 절차가 간편해 미국산 쌀을 사용하는 실정”이라며 “국내 전업농 단지의 수출 확대하고 미국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로 수출을 확대하는 것을 농식품부와 협의하겠다”고 답했다.
임미애 의원실이 aT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수출가공식품에 사용되는 국산 농수축산물 비중은 2023년 기준 31.9%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K-푸드의 대표 수출 품목인 즉석밥은 미국 시장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2024년 기준 수출 중량의 80.4%, 금액의 76.9%가 미국으로 향한다.
즉석밥 수출량은 2015년 2,100톤에서 2024년 2만9,600톤으로 약 14배(1309.5%) 증가했으며, 금액은 같은 기간 640만 달러에서 8,540만 달러로 12배(1234.4%) 늘었다.
하지만 해외 수출 실적 상위 기업들은 대부분 미국 캘리포니아산 중립종 ‘칼로스 쌀’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는 “국내에서는 허용된 농약 성분 중 미국에서는 ‘불검출’ 기준을 적용하는 경우가 많아, 잔류농약 기준을 맞추기 어려운 현실적인 제약이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쌀에 잔류 기준이 설정된 175종 농약 중 미국에서 ‘불검출’ 기준을 적용하는 농약은 107종에 달한다.
임 의원은 “국내산 쌀이 미국 수출용 즉석밥에 사용될 수 있도록, 미국의 농약 관리 기준에 부합한 재배방식으로 관리하는 전문 수출단지 조성이 필요하다”며 “물류·유통 단계를 단축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임 의원은 “aT가 주최한 ‘K-푸드 식품영토 확장’ 토론회 전시 부스에조차 미국산 쌀로 만든 즉석밥이 전시돼 있었다”며 “K-푸드의 성과를 홍보하면서 정작 국산 농산물은 외면하는 모순을 보여준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