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약국에서 감기약을 사먹은 뒤 부작용으로 양쪽 눈이 실명되고 심한 피부질환을 앓은 한 여성이 정부, 제약사, 병원, 약국 등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23일 법무법인씨에스에 따르면 김모(36·부산시 사직동)씨는 감기약 부작용으로 실명 등이 나타났다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약 5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김씨는 지난 2010년 감기몸살로 동네 약국에서 A제약사가 만든 일반의약품으로 성분명이 아세트아미노펜, 푸르설티아민인 감기약을 사 이틀간 복용했으나 온몸이 쑤시고 가려우면서 고열이 났다.
김씨는 인근 병원 응급실을 찾아 증상을 호소하고 약을 처방 받아 복용했다. 처방 받은 약에는 B약과 같은 성분의 아세트아미노펜과 시메티딘, 클로페니라민, 디하이드로코데인 타르트라트 등이 들어 있었다.
처방 약을 먹은 뒤 잠을 잘 수 없을 만큼 통증이 심해진 김 씨는 인근 의료원에서 다시 진료를 받았고 스티븐슨존슨 증후군(SJS)이 의심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김씨는 부산 소재 대학병원으로 옮겨져 SJS라는 최종 진단에 따라 피부과·안과·순환기내과·알레르기내과 등의 협력진료를 받았다. SJS는 인구 100만명당 5명꼴로 발생하는 데다 동양인의 경우 발병확률이 훨씬 높은데도 증상을 유발하는 수많은 의약품이 거의 방치되다시피 쓰이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김씨는 120차례나 면역주사를 맞고 매 시간 안약을 투여해도 소용이 없었다. 김씨는 피부 각질이 벗겨지고 눈의 각막이 터져 각막 이식 등 13차례 수술을 받았지만 결국 실명됐다.
씨에스 이인재 변호사는 "정부는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 의약품을 전문의약품이 아닌 일반의약품으로 분류한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A제약사에는 의약품 허가 후 재평가·부작용 보고·경고문구 등의 안전관리를 소홀히 한 것을, 동네병원에는 약물 부작용으로 온 환자에게 같은 계열의 의약품을 처방한 책임을 각각 물었다. 동네 약국을 상대로는 부실한 복약지도를 문제삼았다.
이 변호사는 "원고 김 씨는 지금도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며 "손해배상청구소송 외에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지난 2월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약사법 제86조에 따르면 의약품의 제조업자·품목허가를 받은 자 또는 수입자로 조직된 단체는 의약품 부작용으로 발생하는 피해를 구제하고 의약품 안전성 향상과 신약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연구사업을 해야 한다. 제조업자 등은 이에 필요한 비용을 부담해야 하고 정부는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다.
또 이 사업에 필요한 사항을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도록 명시돼 있다.
이 변호사는 "복지부는 그러나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 사업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지 않은 만큼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행정입법 부작위가 있다"고 헌법소원 청구배경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