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의 맛과 멋이 시작되는 문화의 고장 담양, 그곳에 가면 전통된장을 되살리기 위해 30년이 훨씬 넘는 세월 동안 한길을 걸은 된장의 장인이 있다. 조진순가마솥식품의 주인이 조진순 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기자가 이곳을 찾았을 때도 마당 한쪽에 걸어놓은 전통 가마솥 3개에서는 연기가 나오고 있었다. 조씨는 친정 할머니로부터 물러 받은 방식 그대로 나무장작으로 불을 피워 콩을 익히기 위해서다.
조씨는 이렇게 콩을 삶기 위해 매일 오전 3시에 일어난다. 그리고 8시까지 그 자리를 떠나지 않고 불 앞을 자킨다. 콩을 삶는 데는 무엇보다 불의 세기가 중요하기 때문에 그 자리를 떠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10시까지는 메주 찧기가 진행되고, 12시까지는 메주 만드는 작업이 이어진다.
이 과정도 모두 친정 할머니께 배운 방법 그대로 전통적인 방식으로 장맛을 살리고 있어 옛 맛을 그대로 살려내고 있다. 친정 할머니로부터 이어온 한결같은 장맛은 단순한 음식차원을 넘어 전통을 이어가려는 정성과 깊은 뜻이 더해져 더 깊고 은근한 맛을 전해주고 있다.
조씨의 집 앞마당에는 이렇게 정성으로 만든 장이 담긴 항아리가 무슨 예술품처럼 죽 늘어서 있다.
조씨의 ‘손맛’을 본 소비자들은 단골 고객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어 생산량이 부족할 정도로 소비자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조씨는 “음식과 요리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된장과 간장인데 전통의 맛을 그대로 살려내는 방법은 쉬운 일이 아니다”면서 “선조들이 만들었던 방식을 그대로 적용해서 옛 맛을 우려내는 데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집안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장맛을 유지하고 보존하는 평범한 주부를 넘어 된장, 사업가로, 발효식품 전문가로 보폭을 넓히고 있는 조진순씨.
1년 내내 장맛을 관리하느라 장항아리 곁을 떠나지 못하지만 그는 지금도 된장 만드는 일에 대해 후회해 본 적이 없다. “유명하다는 집 장은 다 먹어봤는데, 이집 게 제일 낫다” “좋은 장을 먹게 해줘서 고맙다”는 평가는 그녀가 이 일에 더욱 매진하게 만드는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