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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의 다른 얼굴 ‘명태’

명태는 우리 겨레와 가장 친근한 바닷고기다.

“맛좋기는 청어, 많이 먹기로는 명태”라는 말대로 예로부터 우리 민족이 가장 많이, 그리고 가장 즐겨 먹어 온 물고기이며 많이 잡히던 흔한 생선이다.

우리 민족이 명태를 즐겨 먹어 온 이유는 많이 잡히기도 했거니와 기름기가 적으며 담백하고 시원한 맛이 우리 민족의 식성에 잘 맞았기 때문이다.

명태는 옛날부터 제사상에 빠지면 제사를 지낼 수 없었다. 제사상에는 명태로 만든 찜과 탕이 필수품이고, 고사에는 명태포가 쓰이고 있다. 명태는 다른 생선과는 달리 제사와 고사뿐만 아니라 전통혼례 등 관혼상제에 빠지지 않는 가장 값지고 쓰임새가 많은 생선으로 우리 민족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생선이다.

건사 방법이 다를 때 마다 황태, 북어, 동태 등 여러 가지 형태로 맛과 향을 달리할 수 있었고 보다 중요한 이유로는 식품 이상의 건강효과가 탁월했기 때문이다. 명태처럼 한 가지 생선이 가공법도 이렇게 많고, 갈무리한 방법에 따라 이름도 다양하고, 그에 못지않게 다채로운 요리법까지 가진 생선은 유일무이하다.

명태라는 이름이 있음에도 꽁꽁 얼면 동태, 얼지 않은 생물은 생태라 불린다. 생태로 매운탕을 하면 생선살이 부드럽고 국물 맛이 깔끔한데, 동태로 매운탕을 하면 살이 단단해서 식감이 좋고, 국물 맛도 진하다.

명태를 오래 저장하기 위해 말리면 북어 혹은 황태가 되는 것인데, 북어는 명태를 그냥 말린 것으로 살이 딱딱하다. 그래서 북어로 국을 끓이려면 방망이로 잘 두드려 살을 부드럽게 만든 다음 찢어야 한다.

황태는 명태를 눈과 바람을 맞혀가며 장기간 말린 것. 황태는 포실포실하고 살이 연하다. 황태는 젖은 행주에 싸두거나 물에 슬쩍 씻기만 해도 요리할 수 있을 정도로 잘 분다.

북어, 황태와 함께 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작은 명태들을 말려놓은 노가리. 반건조 명태로 코다리가 있는데 흔히 찜에 활용된다.

명태알을 소금에 살짝 절인 명란젓이나 명태의 창자로 만드는 창란젓 역시 명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좋은 식품이다.

명태는 잡히는 지역에 따라서 명칭이 다른데 강원도 고성을 비롯 동해연안에서 잡히는 명태를 지방태라 하는데 지방태는 크기는 작아도 짭잘하고 구수한 맛이 나는데다 양념을 빨아들이는 힘이 세서 그 어느 지방의 명태보다도 훨씬 맛이 좋다.

원양태는 북태평양 일대와 베링해 등지에서 잡히는 명태로 주로 동태상태로 묵호, 부산항에 들어와 이곳 강원도 고성지방에 운송해 내장을 빼내고 명태를 걸어서 말려 주로 저장성이 용이한 황태, 북어, 동태 등 여러 가지 형태로 만든다.

말리는 동안 살이 부풀어 황금빛깔을 지닌 제 모습을 갖춘 황태가 되듯이 주로 가공용으로 많이 이용되는데 지방태 보다 크나 맛이 떨어진다.

명태는 맛이 담백하고 깔끔해 영양분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떤 식품보다도 풍부한 영양분이 들어있다. 명태살의 주요 성분은 단백질이며 칼슘 또한 풍부하다.

명태가 마르면서 황태가 되면 단백질의 양은 2배로 늘어나는데 단백질이 전체 성분에서 60%를 차지할 정도의 고단백식품이 된다.

콜레스테롤이 거의 없는 고급 단백질이어서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명태의 단백질은 완전단백질로 성장과 생식에 필요한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하여 우리 인체의 체조직을 구성하고 체액·혈액의 중성을 유지하는데 매우 중요하며, 질 좋은 비타민 A와 나이아신이 풍부해 우리 인체의 피부와 점막을 이루는 식품으로 명태에 들어있는 레티놀은 주름방지에 탁월하다.

‘메티오닌’을 비롯한 아미노산이 풍부해 혹사당하는 간을 보호하고 간 기능을 향상시킨다. 고단백 저칼로리이기 때문에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좋고 피로회복, 혈압조절에도 효과가 있다.

또 명태에는 인체 각 부분의 세포를 발육시키는 데 필요한 ‘리신’이라는 필수 아미노산과 뇌의 영양소가 되는 ‘트립토판’이 들어있어 건강 유지에는 그만이며 기름기는 상대적으로 적어 비만환자나 노인들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명태의 간유(간에서 뽑아낸 기름)에는 대구 한마리의 3배량에 해당하는 비타민 A가 들어 있어 영양제로서의 가치가 뛰어나며 자주 먹으면 눈이 밝아진다. 황태포 살속에 붉게 스며있는 것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명태의 간유가 스며든 것이다.

명태의 아가미를 서거리라 칭하는데 서거리에는 칼슘의 보고라 하는 멸치보다 월등히 많이 포함돼 있다.

칼슘은 체액의 알칼리성 유지에 기여하고 뼈대조직과 깊은 관련이 있어 부족시에 생기는 골연화증, 골다공증을 일으키기도 해 우리 체내에 필요한 주요영양소로써 강원도에서는 서거리로 김치를 담궈 풍부한 칼슘을 섭취할수 있었다.

명태의 알에는 비타민 E 인 토코페롤이 많이 포함돼 있다. 이 성분이 부족하면 자칫 불임의 원인이 될 수 있는데 이 점을 방지해주고 생식기능의 정상화와 노화를 방지하는데 중요한 영양원이다.

명태알로 만들어지는 명란젓은 고급발효식품으로 명성이 있으며 특히 비타민 A가 많이 들어 있어 시력보호는 물론 점막보호와 피부건강에 좋은 효과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