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이장규 하이트-진로그룹 부회장


소주 '참이슬'도 중국 유통채널 모색

"제값을 받고 다른 나라 맥주와 경쟁해도 손색이 없는 제품을 (해외에서)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장규 하이트-진로그룹 부회장은 지난 10일 "맥주 산업의 성장 동력을 글로벌 시장에서 찾아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하이트맥주의 신제품 '드라이피니시 d' 출시 1개월을 맞아 기자들과 하이트맥주 홍천 공장을 견학한 뒤 가진 간담회에서다.

하이트맥주가 5년간의 연구 끝에 지난달 5일 야심작으로 내놓은 드라이피니시 d는 '드라이피니시'라는 공법으로 맥즙 내의 당분이 남지 않도록 깨끗이 발효시켜 마지막 목 넘김 순간에 맥주의 잔 맛이 남지 않게 한 것이 특징이다.

출시 한 달 만에 21만상자(630만병)가 팔려나가 하루 판매량 23만3333병을 기록, 자사의 주력 제품인 '맥스'와 경쟁사의 '카스라이트'의 하루 판매량을 넘어서는 등 호응을 얻고 있다.

이 부회장은 "그동안 소주의 수출 전망은 밝고, 맥주 수출 전망은 어둡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면서 "다른 것은 모두 세계 1위를 하는데 맥주라고 못하라는 법은 없다"며 맥주 수출에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드라이피니시 d 개발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맥주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면서 "그동안 소비자들이 지적한 국내 맥주의 한계를 뛰어넘는 경쟁력을 갖춘 맥주로 한국을 대표해 세계 유수의 맥주와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오스트레일리아의 한 맥주 수입업자가 우리 맥주의 맛을 보고 OEM(주문자 상표부착) 방식으로 현지에서 '클린 스킨'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맥주를 팔고 있다"고 소개하고 "제법 잘 팔리고 있다"며 맥주 수출에 자신감을 거듭 피력했다.

하이트맥주는 중국 등 아시아 시장을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이 부회장은 또 소주 '참이슬'의 중국 시장 공략을 강화하기 위해 중국 내 유통채널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하이트맥주와 진로의 영업 통합에 대해서는 "연말이면 공정거래위원회의 통합에 관한 규제가 없어지지만 당장 통합할지, 서서히 통합해갈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며 아직 구체적인 방법과 시기가 결정되지 않았음을 밝혔다.

롯데의 소주 사업 진출 등 주류업계의 변화와 주류 시장 진입 규제 완화에 대한 전략을 묻는 말에는 "다양한 주종의 개발, 다양한 브랜드의 등장은 주류 전체의 파이를 커지게 하고 주류 산업의 경쟁을 키워줄 것"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오히려 득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최근 진로의 주가가 오르지 않는 점과 관련해서는 "주가가 내려가는 요인은 다양하지만 하이트맥주 때문은 아니다"면서 "신제품을 개발하면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마련인 만큼 이번 분기가 지나면 나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문사 편집국장을 지낸 언론인 출신의 이 부회장은 "31년간 언론에 있다가 기업에 오니 문화적 충격이 심했다"면서 "기자로 일할 때 마감시간에 쫓겼는데 기업에서는 모든 과정이 결제 시스템을 통해 진행되다 보니 답답하기도 했다"며 지난 3년간 기업인으로 적응하면서 겪었던 어려움도 털어놨다.

서강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이 부회장은 1976년 중앙일보에 입사해 편집국장, 경제전문 대기자, 중앙일보 시사미디어 대표이사를 역임했고 현재 하이트맥주 및 하이트홀딩스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