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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장 역사 1천년전까지 올라가"

전통음식인 고추장의 역사가 1천년 전까지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주장이 나왔다. 임진왜란 이후 고추가 한국에 전파됐다는 통설(通說)을 뒤엎는 주장이다.

한국식품연구원 권대영 박사팀과 한국학중앙연구원 정경란 책임연구원은 1일 한국과 중국의 고문헌을 공동 연구해 고추장에 대한 기록을 찾아본 결과 15세기 초의 문헌에서 관련 기록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권 박사는 지난해에도 역시 고문헌 연구를 통해 고추의 전래 시기가 임진왜란을 훨씬 앞선다는 주장을 폈었다.

권 박사에 따르면 조선 세종 15년(1433년) 발간된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과 세조 6년(1460년)의 식료찬요(食療纂要)에 '椒醬'(초장)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이 초장이 바로 고추장을 일컫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향약집성방은 위장에 탈이 나 설사나 변비를 앓을 때 붕어를 끓이면서 초장을 넣어 먹을 것을 처방으로 제시했다. 어의(御醫.임금의 주치의) 전순의가 쓴 식료찬요에도 초장을 넣은 닭요리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권 박사는 "지금의 닭볶음탕 같은 것을 만들 때 고추장을 넣어 끓여 보양음식으로 먹었던 기록"이라며 "9세기경 중국 당나라 때 식의심감(食醫心鑑)과 사시찬요(四時纂要)에도 비슷하게 닭요리와 관련해 초장이란 표현이 등장한다"고 말했다.

또 조선시대 어의 이시필(1657∼1724)의 소문사설(소[搜에서 부수를 '手' 대신 '言'을 쓴 것]聞事說)에는 순창고추장의 제조법이 기록돼 있다.

권 박사는 "정확한 출간연대는 확인되지 않지만 저자의 생존 기간을 봤을 때, 고추가 임진왜란 때 들어왔다면 100년 안에 발효식품을 탄생시켜 임금님이 즐겨 먹을 정도로 전국적으로 유명해졌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러나 교류가 활발하지 않은 당시 시대 배경에 비춰보면 이는 불가능한 일로, 실제 고추장의 역사는 문헌들에서 기록이 등장하기 수백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것이 권 박사의 주장이다.

권 박사는 "지금까지 고추장의 역사가 200∼300년밖에 안 됐다고 잘못 알려진 역사를 바로잡아야 한다"며 "고추장의 역사와 문화적인 가치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