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 자급률이 역대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식량 안보가 위협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 세계적 흉작으로 곡물 값이 치솟으면 충분한 식품을 구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곡물 생산을 늘리기 위해 중요한 것은 식량 자급률이 아니라 그 작물의 경쟁력"이라며 현실적인 제약을 지적하고 있다.
23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2008년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률 전망치는 49.2%다. 식량의 절반가량를 수입해다 먹는다는 얘기다.
사료 수요를 포함한 곡물 자급률 전망치는 26.2%로 더 낮다. 식량 자급률은 곡물 자급률에 건초 같은 식물성 사료인 조사료, 우유, 유제품, 육류 등을 포함시키되 사료용 곡물 수요는 제외한 개념이다.
곡물 자급률을 이처럼 낮추는 데 공헌하는 것은 밀, 옥수수, 콩이다. 각각의 자급률 전망치가 0.4%, 0.9%, 7.1%로 그야말로 미미한 수준이다.
쌀 자급률이 94.4%로 거의 자급이 이뤄지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여기에 정부는 2015년 정부의 곡물 자급률 목표치를 25.0%로 잡고 있다. 앞으로 더 떨어 뜨려야 한다는 소리다.
지난 9월 농식품부에 대한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에서는 '정부의 식량 자급률 목표치가 너무 낮은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당 조배숙 의원은 "식량의 대외 의존도를 더 높이겠다는 셈"이라고 질타했다.
2007∼2008년의 곡물 파동을 거치며 중국, 일본 등 일부 국가들이 식량 자급률 목표치를 상향 조정하는 국제적 추세도 거스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문제는 이들 작물의 생산을 늘리는 게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미미한 생산량의 근본 원인이 가격 경쟁력 결핍에 있기 때문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밀, 콩 등의 자급률을 높이려면 높일 수 있겠지만 문제는 이렇게 생산된 밀과 콩을 사먹을 곳이 없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런 와중에 밀의 자급률이 올라간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다. 국제 밀값이 크게 오르면서 국산과의 가격 차가 좁혀졌고 식품업계도 밀 국산화에 호응해 국산 밀로 만든 상품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수요 개발에 나서고 있다.
그 결과 여전히 미미하지만 밀의 자급률은 0.4%에서 1.0%로 올라섰다.
옥수수의 경우 수요의 90%가량이 사료용이란 점도 자급률 제고의 시급성을 떨어뜨리는 대목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가격 경쟁력이나 수요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조건 생산을 늘리는 것은 대안이 아니다"라며 "다만 밀, 옥수수, 콩은 수요를 개발해가며 자급률을 높이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의 식량 자급률 목표치가 적정한지와 관련, 품목별 수요와 증산 가능성 등을 따져 재조정하기로 하고 검토 작업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