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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산지 쌀값 3개월 새 최고 15% 하락

정부 보관미 방출 중단, 소비촉진 방안 마련 시급

지난 2월 이후 전국 산지의 쌀값이 비교적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특히 산지 쌀값이 상승해야 하는 봄철에 하락, 올 가을 수확기를 앞두고 더욱 떨어질 전망이어서 소비촉진방안 등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지난해 풍작의 영향으로 쌀 수확량은 대폭 늘었지만 소비는 줄어든 데다가 대북 식량지원마저 3년째 끊겨 재고가 쌓이고 있는 것이다.

3일 경기도 여주군청에 따르면 여주 지역의 경우 올 2월 5만5000원이던 쌀 20kg들이 1포대 가격이 지난달 20일에는 4만7000~4만9000원선으로 약 15%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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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쌀'로 유명한 경기도 이천지역에서도 지난해 12월 6만2천원이던 쌀 1포대 가격이 올해 5월말에는 13% 가량 하락한 5만4000~5만5000원에 거래됐으며, 김포시의 경우에도 작년 10~12월 5만2500원이던 쌀 1포대가 현재는 5만1500원선에 팔리고 있다.

김해평야가 있는 경남 김해지역도 사정은 비슷하다.

김해에서 생산되는 쌀의 60~70%를 가공.판매하는 김해시 미곡종합처리장에 따르면 지난해 수확기부터 올해초까지 3만9000원선을 유지하던 쌀 1포대의 가격은 최근 3만6천원선까지 떨어져 약 8%의 하락률을 보였다.

수확기를 지난 1∼8월은 쌀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쌀값이 오르는 이른바 '단경기(端境期)'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쌀값 하락세는 지속될 전망이어서 더욱 심각하다는 것이 농민을 포함한 영농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쌀값 하락의 원인은 지난해 풍작에 따른 공급 증가가 우선 꼽힌다. 김포 미곡종합처리장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태풍이나 홍수 등 자연재해가 거의 없었고 날씨가 좋아 쌀 수확량이 15~20% 정도 늘었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경기침체의 여파로 대형사업장이나 가정에서의 쌀 소비량은 줄었다. 강화군 농협 관계자는 "문을 닫거나 조업일수를 줄이는 기업이 늘면서 단체급식용 쌀 소비가 눈에 띄게 줄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2007년 76.9㎏, 지난해 75.8㎏, 올해 74.3㎏으로 매년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밖에 연간 40만~50만t에 달하던 대북 쌀 지원이 남북관계 경색으로 중단되면서 북한으로 가던 쌀이 고스란히 창고에 쌓이게 된 것도 쌀값 하락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4월말 현재 산지농협의 벼 재고량은 76만9000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53만1000t보다 44.8%가 증가했다.

쌀 재고 물량이 수확기까지 소진되지 않아 2008년산 벼 투매가 촉발될 경우 올해산 벼 수확기의 쌀값 하락은 물론 산지 농협의 매입량 감소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농협은 2008년산 벼의 시장 방출 중단방안 등을 정부에 건의하고 재고 감축을 위해 대대적인 쌀 판촉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등 농민단체도 현 상황이 계속될 경우 농민들이 수확기 때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대북 쌀 지원을 비롯한 해외원조, 농협 창고보관료 지원 등 쌀 수급관리 대책 마련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이들 단체는 또 과자, 떡을 포함한 쌀 식품 가공업체에 대한 정부의 금융.세제지원 등을 통해 가공식품의 생산을 촉진, 쌀 소비를 근본적으로 늘려야한다고 주장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쌀값 하락에 따라 정부 비축물량 방출을 최근 중단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작년에 쌀 생산량이 많아 가격 하락을 어느 정도 예상했다"며 "시장 상황을 면밀히 관찰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