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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수 칼럼 - 언론에 바라는 소망

우리나라 신문과 방송에는 사건 사고의 보도가 너무 많다. 나라가 작아서 보도 할 중요 사안들이 별로 없어서인지 사람 살면서 흔히 있을 수도 있는 작은 사건이나 사고를 너무 많이 보도한다. 뉴스를 듣거나 신문을 읽다보면 온나라가 사건 사고 투성이인 것 같아 머리가 아프다.

물론 사건이나 사고를 보도하는 것이 시청자와 독자의 주목을 끄는데 좋은 도구가 되기도 하고 또 편집자가 미디어의 사명을 그런 데에 두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신문, TV, 그리고 출퇴근 차량 안에서 듣는 라디오까지 비슷한 내용에 관한 사건 사고 뉴스들이 되풀이 된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대형사고이거나 아니면 일반 국민의 경각심을 일으켜야 하는 사건이 아니라면 종합 뉴스 시간 뒤에 간략히 보도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또한 굳이 사고가 난 현장을 샅샅이 뒤져 보여 줄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다. 좋은 뉴스를 좀 늘렸으면 좋겠다.
 
우리나라 신문과 방송에는 정치 까십에 대한 보도 또한 너무 많다. 정치인들의 사사로운 만남까지 일일이 챙기고 그들의 마음속까지 추측해가며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얘기에 지면이나 방송 시간을 많이 할애한다.

정치인의 일거수일투족이 중요하던 과거 시절에는 그럴 수도 있었겠지만 이제 세계 12위 경제대국이 되었고, 중진국 모두가 부러워하는 민주국가가 되었으니 달라져야 한다. 국민들이 별로 존경하지도않는 정치인들의 수면 밑 활동까지 세세히 보도하는 것은 줄여주었으면 좋겠다.

부엌에서 요리사가 굽던 끓이던 손님 입맛에 맞는 요리를 내면 되지 손님이 요리 과정을 알 필요는 없다. 그래서 선진국의 유명한 식당에서는 주방을 공개하지 않는다. 어쩌다 주방장이 특별히 손님을 초대해서 주방 안에서 음식을 먹게해주면 특별행사가 된다. 물론 안보여 준다고 해서 주방을 비위생적으로 운영하거나 저급한 재료를 쓰는 일은 없다.

마찬가지로 안 보이는 데라고 협잡과 부정을 하지 않는다면 정치인들이 막후에서 조정하고 타협하여 국민 입에 맞는 정책이나 결과물을 내 놓으면 그것으로 된다. 그들의 쿠킹 과정을 일일이 따라다니며 보도를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취재까지 하지 말자는 얘기는 아니다. 타협의 과정에서 불법이나 부패의 징조가 있으면 그때 가서야 기사거리가 되니까 보도하여 국민의 지탄을 받게 하면 된다. 그러나 일반적인 타협과 협상의 원칙에 의해 정치인들이 제대로 협상을 하고 있는 중이라면 그들이 자유롭게 진행 할 수 있도록 좀 기다려 주어야 하지않을까.

식당의 손님들이 음식이 맛있으면 계속 오게 되는 것처럼 그들이 내놓는 정책이 좋으면 국민들이 계속 지지를 하게 될 것이다. 좋은 음식이나 정책을 제대로 내어놓지도 못하고 변명만 하는 사람들에게 냉정해지려면 협상 단계에서 너무 시시콜콜이 알려고 해서는 안된다.알 필요가 없는데도 보도하니까 보게된다. 주방장이 어쩔 수 없이 음식을 약간 태웠는데 그 과정을 보았다고 이해해 준다면 결국 탄 음식을 먹게 되는 것과 같다.
 
우리나라 신문과 방송은 세계의 흐름에 대한 보도가 너무 적다. 한나라의 경제와 환경을 비롯한 수많은 문제들이 그 나라 정부만 잘 한다고 해결이 되는 것이 아닌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주위의 여건에도 관심을 더 많이 가져야 한다. 사방이 강대국으로 둘러싸여 있는데다 그들간의 사이도 별로 좋지 않은 주변 사정상 더 많이 그들 국민의 속내를 우리 독자나 시청자에게 알려줘야 한다.

그리하여 동네 뉴스에만 관심을 가지는 찻잔 속 한국인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재미있게 세계 여러 나라 정보를 전해주면 좋겠다.
 
우리나라 신문과 TV, 라디오는 각자 미디어의 특성에 맞춘 전문화를 할 필요가 있다. 한 예로, 깨끗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FM에서 수준 낮은 잡담으로 전파를 낭비하는 것은 안타깝다. 라디오의 프로가 잡담을 주로 하는 것이라면 AM 방송으로 돌리고 FM에서는 여러 종류의 다양하고 전문화 된 음악 채널을 공급해 주는 것이 옳다. FM방송에서 음악의 비중이 너무 적다.

TV는 움직이는 화면을 빠르고 생생하게 보여주고 FM은 음악을 스테레오로 깨끗이 들려주며 신문은 기사를 찬찬히 되풀이 하면서 읽을 수 있는 장점을 살려 수준 있고 깊이 있는 보도를 주로 하는 등 각 미디어 별로 특성을 살렸으면 좋겠다. 아무리 막강한 파워를 가진 신문 방송들일지라도 소비자가 원하는 것에 귀를 기울여주지않으면 언젠가 국민의 외면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