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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쇠고기 문제, 원칙대응이 정도

농림부는 광우병특정위험물질(SRM)인 척추뼈 검출로 한 달 가까이 중단했던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수입 검역을 지난달 27일부터 재개했다.

이번 결정은 이미 예상했듯이 미국 검역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라 포장 과정에서 종업원의 부주의로 발생한 `단순한 일회성 사고'라는 미측 해명을 수용한 것이다.

지금까지 10여 차례나 미국산 쇠고기에서 뼛조각과 갈비뼈 등 수입금지 내용물이 발견됐는데 우리로서는 참 믿기 어렵다.

등뼈와 갈비통뼈를 수출한 미국내 작업장들에 대해 수출작업장 승인을 취소하거나 수출선적 중단 조치를 유지한 것도 재발 방지 대책으로는 미흡하기 짝이 없다.

쇠고기 문제가 터질 때마다 우리 정부가 되레 미측을 봐주려 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아무리 한미 관계가 중요하다 해도 우리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문제에는 원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그래야 뒷말과 뒤탈이 없다.

척수뼈 수출은 명백히 현행 수입위생조건 위반으로, 우리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당해 수출 쇠고기 반송과 폐기, 생산 작업장 수출선적 중단 및 승인 취소, 수입 중단 등 세 가지뿐이다.

검역 불합격 이후 선택할 수 있는 제재 형태로서 `검역 중단'이라는 말은 수입위생조건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다.

수입 중단에 비해 아주 낮은 단계인 검역 중단은 법률상 존재하지 않는 조치인 것이다.

또한 수입 중단 조치에 앞서 미측에 먼저 해명 기회를 줘야 한다는 규정도 수입위생조건에는 없다.

그런데도 척추뼈 발견 후 우리 검역 당국은 현장 조사 한 번 하지 않고 미측에 보름 넘게 해명 시간을 주며 미측의 일방적 문서상 해명을 근거로 검역 중단 조치를 풀어줬다.

미국은 중국산 등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이유를 붙여 수입 중단 조치를 취하면서 사전 해명 기회를 주지 않는다. 광우병 위험물질이라는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 볼 때 미국을 `특별 대우'해준 것이나 다름없다고 본다.

무원칙과 편법 대응이라는 비난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게다.

일본은 지난해 1월 미국산 송아지 고기에서 척추뼈가 발견되자 즉시 수입 중단 조치를 취했고, 이후 6개월 간 미국이 재발 방지책을 제시하고 일본이 이를 점검한 뒤에야 수입 금지를 해제했다. 우리가 귀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미국은 SRM 수출 재발 방지 대책으로 상자 포장 전 내용물 육안 검사원 배치 등을 제시했으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일본처럼 매우 구체적인 도축 매뉴얼 작성 등 수출증명(EV) 프로그램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쇠고기 수입이나 검역 문제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등 한미 간 정치ㆍ통상 현안과 연계할 필요는 없다.

국민의 생명이 걸린 문제가 아닌가. 우리가 `자의적으로' 조치를 취하거나 `필요 이상으로' 배려해 우리 스스로 발목을 잡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 된다.

미국은 지난 5월 국제수역사무국(OIE)으로부터 `광우병 위험 통제국' 판정을 받은 뒤 한국에 현행 `30개월 미만, 살코기만'이라는 수입위생조건을 바꿔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일부 SRM 부위를 빼고는 모든 수입에 연령ㆍ부위 제한을 두지 말자는 얘기다. OIE 지침에 따라 우리 정부가 일반 뼈 수입까지 막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미 쇠고기의 위생 안전이 검증될 때까지 30개월 미만의 연령 제한이나 모든 종류의 SRM 제거를 관철시키는 데 협상력을 집중해야 한다.

그간의 `저자세'에서 벗어나 미측의 공세에 맞설 수 있는 논리와 전략을 빨리 개발하기 바란다.

무엇보다도 미국은 개방폭을 확대하려면 적어도 양국이 합의한 기준에 입각해 한국용 수출 쇠고기에 대한 자체 검역을 더욱 철저히 하는 것이 최선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