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차림에 돋보이는 음식 '더덕'
재래시장에 가게되면 유난히 특유의 향을 품어내는 약초가 있는데 바로 더덕이다.
한의학에서 더덕은 인삼처럼 약효가 뛰어나다고 하여 '사삼'이라고 불리기도 하고, 사각거리며 씹히는 육질이 독특해 “산에서 나는 고기”라는 애칭을 갖고 있기도 하다.
더덕의 어원은 땅의 기운을 그윽이 담고 있다가 인간에 그 덕을 베푸는 식물이라는 의미에서 ‘토덕’이라고 부르다가, 발음이 변이되어 더덕이 되었다는 견해가 있고, 뿌리 전체에 흙이 많아 마치 두꺼비 잔등처럼 더덕더덕하게 붙어있다 하여 더덕이라 불렀다는 설도 있다.
보통 가정에서 손님 접대를 할 때는 갈비찜이나 생선회 등 육류나 생선을 주 요리로 상차림을 하지만 당당하게도 상 한가운데를 차지하며 돋보이는 채소 반찬이 바로 더덕구이다.
더덕은 고급 요리의 재료로도 많은 사랑을 받아 왔다. 섬유질이 많고 물기가 적어 씹을수록 향긋한 내음과 쌉싸래한 감칠맛이 우러나는 더덕은 애주가가 아니더라도 술 한 잔 곁들이고픈 마음을 동하게 한다.
뿌리의 모양에 따라 암컷과 수컷으로 나누기도 하는데 수컷은 매끈하게 쭉 빠졌으며 암컷은 통통하고 수염이 많이 달려있다.
건강에 좋은 더덕을 실제 약재로 사용한 임금은 바로 정조이다. 부친 사도세자를 죽인 노론과 함께 정치를 해야 했던 정조는 늘 독살당할 것을 두려워했다. 그래서 어의의 처방 대신 자신이 직접 처방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하는데, ‘일성록’에 따르면 정조는 청서육화탕(淸暑六和湯)을 원래의 처방에서 인삼 대신 더덕 1돈을 넣어 5첩을 달여 들이라”고 명했다는 기록이 있다.
더덕은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이 풍부한 고칼로리의 영양식품이다. 또한 칼슘과 비타민B1, B2 등과 같은 무기질이 풍부해 산에서 나는 고기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식품이다. 신체 기능에 있어 필수지방인 리놀레익산, 칼슘, 인, 철분 등이 뼈와 혈액을 건강하게 유지하는데 도움을 준다.
더덕은<신농본초경> <본초강목> <간역방> 등 한방기서의 뛰어난 약효를 인정받고 있으며 민간요법에서도 많이 쓰인다. 더덕의 효능에 대해 본초강목에서는 ‘오장의 풍기를 다스린다’라고 쓰여 있고, 향약집성방에는 ‘속기운을 보하고 오장을 평안하게 한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향약집성방에 보면 더덕은 ‘잘 놀라는 것, 가슴과 명치끝이 아픈 것, 오한, 발열 등을 낫게 하며 속 기운을 보하고 폐기를 도우며 오장을 편안하게 한다.’ 고 나와 있고 본초비요에 보면 ‘더덕은 폐기를 보호하고 폐를 맑게 하며 간을 기른다. 인삼과 비슷하나 몸집이 가볍다’고 적혀 있다.
한의학에서 ‘양유’라 하는 더덕은 우리 몸에 부족한 음기를 더하며 폐를 윤택하게 한다. 담을 삭이며 농을 배출시키는 동시에 열을 내리고 해독하는 효능이 있다.
주로 마른기침을 자주 하는 사람이나 가슴이나 장에 종기나 종양이 있는 경우, 독사에게 물렸을 때 해독제로 사용하기도 한다. 양유란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여성의 젖의 분비를 원활히 하도록 돕는 효능도 있다.
이렇듯 더덕은 주로 중기와 폐를 보하는 약으로서 고름을 빼고 부은 것을 내리게 하며 해독 작용을 한다. 더덕의 단면을 자르면 하얀 진액이 배어 나오는데, 여기엔 인삼의 약성분인 사포닌이 들어 있다. 사포닌은 쓴 맛을 나게 하며 각종 효능을 발휘한다. 호르몬 분비를 촉진하고, 콜레스테롤을 제거하며 암이나 성인병을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
더덕은 인삼과 달리 찬 기운을 지니고 있어 몸이 뜨거운 사람에게 더욱 요긴한 약재이다. 피부미용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어 여성들에게 특히 좋다. 물을 마시고 체한 데는 약이 없다고 하는데 더덕을 먹으면 효과가 있다는 일화도 있다.
더덕은 해소, 해열, 해독, 변비 등에도 두루 쓰여 약용을 겸한 건강식품으로도 손색이 없다. 자연산과 오래된 것일수록 향이 강하고 약효도 높다. 재배더덕은 단백질과 지방이 많고 담백한 맛을 낸다. 이 때문에 요리해 먹기에는 재배 더덕이 더 낮다.
인삼과 약효 면에서는 비슷하지만, 인삼과는 달리 성질이 차서 열성의 사람에게도 잘 맞는다.
고의학서에서 더덕은 정력을 강화시키는 음식으로 권장된다. 그러나 어떤 영약이든 효능을 발휘하려면 꾸준히 섭취해야 한다.
더덕을 장기 복용하다 보면 피부가 부드러워지고, 혈압을 낮추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한 환절기 감기, 또는 열이 나고 갈증이 심할 때도 섭취하면 좋다. 그런가 하면 위장기능을 개선하고, 뱀이나 벌레에 물렸을 때 더덕의 생 뿌리를 짓찧어서 환부에 붙이거나 달인 물로 닦아내면 신기하게도 증상이 금방 가라앉는 것을 볼 수 있다. 더덕이 부종을 완화하고, 독성물질을 배출하는 효능이 뛰어나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몸에 좋은 더덕이라도 혈당을 높이므로 당뇨환자는 먹지 않는 게 좋다. 또한 더덕은 찬 성질을 가지고 있어 몸이 냉한 사람이 너무 많이 먹으면 소화 장애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조심하는 것이 좋다.
더덕을 고를 때는 우선 향이 좋은 것을 찾으면 좋은 더덕을 고르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좋은 더덕은 뿌리가 희고 굵으며 전체적으로 몸체가 곧게 뻗은 것이 약효와 맛이 모두 좋다.
더덕은 재배지, 기후조건, 재배방법, 품종에 따라 향이 조금씩 다른데 기후가 따뜻한 지방에서 자라난 것일수록 향과 맛이 떨어진다.
더덕은 뿌리식물이라 토양의 영향을 많이 받는 만큼 좋은 토양과 알맞은 기후조건 아래서 최소 3년 이상 자란 것이라야 좋은 향이 나온다. 그러니 무턱대고 큰 것만 고른다고 좋은 것이 아니고, 너무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은 것이 좋다. 너무 큰 것은 섬유질이 지나치게 많아 심처럼 기다랗게 박혀 있기 때문에 식품으로서의 가치가 떨어진다.
또 거름을 많이 썼을 가능성도 높아 더덕 고유의 맛을 얻기가 어렵다.
좋은 더덕을 골랐더라도 잘못 보관하면 소용이 없다. 보관할 때는 더덕이 얼지 않도록 주의하되 10℃ 이하의 온도를 유지해야 좋다.
신문지에 싸서 냉장고 야채실에 보관해 두면 비교적 오래도록 마르지 않는다. 물기가 말랐을 때에는 가볍게 씻어 물에 담가 놓았다가 껍질을 벗겨 놓는다.
더덕은 껍질이 잘 안 벗겨진다. 그래서 새내기 주부들은 감히 맛은 알지만 더덕요리를 겁내게 된다. 도라지과에 속하는 더덕은 껍질을 벗기면 끈적거리는 진이 묻어 껍질을 벗기기가 어렵고, 손과 칼에 묻어나고, 2~3일 동안 손톱 밑에 진이 껴서 곤란하게 한다.
더덕을 깨끗하게 벗기려면 물에 불려도 되고, 더 좋은 방법은 불에 살짝 구워서 과일칼로 사과 깍듯이 옆으로 돌리면서 깎거나 끓는 물에 잠깐 넣었다가 껍질을 벗기면 쉽게 껍질을 벗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