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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수 칼럼 - 쇠고기를 싸게 먹을 권리

강남의 좋은 고기 집에서 한우 생등심을 먹으려면 심장이 튼튼해야 한다. 구워서 잘라 놓은 작은 고기 한 점에 5000원이 넘는 셈이기 때문에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면 선뜻 집어 먹을 수가 없다.

왜 한우 생등심이 그렇게 비싼지를 이해하려면 다시 유명 백화점엘 가 보아야 한다. 유명 백화점에서는 적어도 진짜 한우 생등심을 취급할 것이니까 그 곳에 가 보아야 가격을 제대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곧 이해하게 된다. 한우 등심에 붙어 있는 가격이 엄청나게 비싸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이렇게 높은 가격을 그대로 받아 들이는 이유는 한우의 질이 좋고 맛이 훨씬 낫기 때문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쇠고기 수입이 제한되어 있어서 값이 떨어질 줄 모른다.

하지만 외국을 많이 다녀보고 외국에서 웬만한 고급 스테이크 집에서 식사를 해 본 사람들은 한우가 세계에서 제일 맛있고 그래서 값도 당연히 세계에서 제일 비싸야 한다는 데에 별로 동의 하지 않는 것 같다.
 
미국에서 품질 좋은 고급 스테이크 집이나 카우보이들이 다니는 전문 스테이크 집-그래서 넥타이 맨 사람들이 들어가면 입구에서 그 넥타이를 싹둑 잘라 천장에 수없이 늘어 붙인다는 그런 본바닥 스테이크 집에서 4cm가 넘는 두께의 육즙 많은 고기를 우리나라 등심구이의 1/3 가격에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우리나라의 소비자들이 불쌍해진다.

돼지 삼겹살이 제일 잘 팔리는 나라가 우리나라라고 하는데 품질 좋은 쇠고기가 엄청나게 비싸니까 돼지 삼겹살 밖에 먹을 수 없는 것이 아닐까. 미국 양판점에서 갈비찜 용 갈비를 사보면 우리나라 선물용 한우 갈비 가격의 1/5에 불과한데도 그 맛과 질이 떨어지는 것 같지는 않다.
 
이렇게 국민들이 다른 나라보다 훨씬 비싸게 쇠고기를 사 먹고 있는데도 FTA 과정에서 필사적으로 쇠고기 수입을 막아 보려는 정부의 협상 방침에 일반 소비자들은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다. 결국 그 문제는 대통령에게 모든 부담이 가게 되었고 거기서 해결을 보게 된 것이다.

FTA 협상 테이블에서 쇠고기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동안 우리가 양보하거나 강하게 주장하지 못한 이슈들은 얼마나 될 것인가. 대통령의 결정에 의해 최종적인 개방이 약속됨에 따라 결국 쇠고기도 지키지 못하고 협상 중에 얻을 수도 있었던 것들을 못 건졌을 수도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왜 일반 소비자들이 자신들의 구매력을 높여주는 효과가 있는 미국 쇠고기 수입 허용에 대해 자기목소리를 내기가 어려운가. 결국 농촌을 보호해야 한다는 명분 때문인데 아직도 우리 핏속에는 농업이 천하의 근본이라는 생각이 뿌리 깊이 남아 있어서 그런 것 같다.

하지만 애당초 우리나라의 축산업이 이대로는 경쟁력이 없다는 것이 자명하다. 소가 먹어야 하는 사료까지도 수입해야 하고 송아지와 소까지 수입해서 몇 달 기른 뒤 한우로 팔게 하는 이런 상태를 계속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어렵겠지만 한우만의 품질 관리를 철저히 하고 한우의 스토리를 만들어 내어 브랜드화를 해내야 한다. 변화를 해서 일본 “와규” 같이 프리미엄 가격을 소비자들이 기꺼이 지불 할 수 있도록 하여 블루오션을 찾는데 돈을 써야 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소를 기르던 사람들의 생활이 가능하도록 돕는 것마저 반대하자는 것은 아니다.
 
하여간 쇠고기를 값싸게 먹을 수 있는 것은 국민의 복지를 위해 좋은 일이다. 다만 유통비용 등으로 인해 수입 허용과 관세 인하의 효과로 낮아진 가격을 국민들이 직접 혜택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우리 모두가 쇠고기 가격의 변화를 지켜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