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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수 칼럼 - 꽃피는 아름다운 강산

설날이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벌써 봄이 온 것 같다. 올해에는 매화가 예년보다 열흘이나 일찍 피어서 3월 초가 되면 남쪽 벌에 벌써 매화의 은은한 향기와 함께 꽃을 볼 수 있다고 한다.

강진에 있는 다산 초당 근처 야산에 퍼져 있는 자연산 차 나무에도 이제 물이 오르기 시작할 것이다. 올해는 4월 20일이 곡우이니까 그 이전에 찻잎을 따서 만든 차는 그 맛이 부드럽고 향기로워서 최고의 차로 친다. “우전차”가 그것이다.

차 잎을 따는 것은 상당한 일품이 드는 작업이다. 특히 이른 봄철 막 생겨난 작은 찻잎을 하루 종일 따서 모아 보았자 얼마 되지 않는다. 이것을 가져다 덖어서 말리고 또 다시 덖어서 말리고 하기를 8-9번 하고 나면 하루 내 딴 찻잎이 허무하게 줄어들어 한 줌밖에 안 된다. 따라서 값이 비쌀 수 밖에 없지만 품질이 좋아서 찾는 사람도 많다.

금년엔 벚꽃도 보름 정도 앞당겨 핀다고 한다. 벚꽃은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참으로 볼만한 곳이 많다. 하지만 강릉의 벚꽃이 남해만큼 일찍 핀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 특히 경포대 근처에 피는 벚꽃은 호수와 어우러져 아름답기 그지 없다.

4월에 피는 여수 영취산의 진달래나 영덕의 복사꽃도 올해는 일찍 피는 것일까. 5월이 되면 한라산이나 덕유산의 철쭉이 볼만 한데, 아마도 산이 높은 곳에 피는 꽃은 평지와 달라 제 시간을 지켜서 꽃을 피울지도 모른다.

7월엔 인제 곰배령의 야생화가 볼만하지만 백두산 천지 주변의 야생화야말로 천하장관이다. 무릎 높이의 관목 조차 없는 그야말로 넓은 초원과 천지 주변 산야가 온통 아름다운 야생화로 뒤 덮이는 것이다. 천지의 신령한 기운을 감싸주는 야생화의 아름다움은 특히 바람에 가냘픈 꽃잎이 흔들릴 때 더욱 좋아지게 된다.

8월에는 백련을 볼 수 있다. 연꽃이 새벽에 피기 시작할 때에 물가에 엎드려 가만히 들으면 사각사각 꽃 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한다. 중국에는 이 소리를 듣는 모임도 있다.

9월에는 평창에서 메밀꽃을 볼 수 있다.

10월에는 단풍이 아름다워 모든 산과 나무가 꽃이 피니 다른 꽃이 숨을 죽이는 달이 된다.
11월에는 제주도에 가 보자. 나무마다 주렁주렁 익어가는 감귤의 노랑 빛깔이 너무도 아름답다. 중국 사람들은 황금빛의 과일을 돈 버는 재수있는 나무라고 생각해서 개업식 같은 때 선물하기도 한다.

겨울에는 만산에 덮이는 하얀 눈 꽃이 꽃보다 아름답다.

우리는 이렇게 달마다 새로운 꽃이 피는 아름다운 강산에 산다. 아쉽게도 올해 겨울엔 눈도 별로 안 와서 아름답게 나무에 피는 설화를 많이 보지 못했다.

봄도 너무 짧아서 미처 봄꽃들이 제 순서를 지키지 못하고 헷갈리게 피고 져서 우리를 혼란스럽게 할지도 모른다.

우리 조상 대대로 즐겨온 이런 꽃 잔치를 우리 후세들도 즐길 수 있을까. 중국에서 불어오는 황사로 누렇게 덮인 산하를 보며 한숨을 쉰다. 이제 우리도 분별이 생겨 공장의 매연도 줄어들고 배기가스도 옛날보다 많이 줄어들고 있다. 끝도 없는 건설 공사 때문에 먼지를 뒤집어 쓰는 것도 이제 많이 남지 않았다. 하지만 중국의 경제 개발은 이제부터이니 그 공해를 우리가 뒤집어 쓰지 않도록 연구 해야 한다.

세계를 다녀보면 아름다운 곳이 많지만 대부분 자연 속에서 절묘하게 어울리도록 지은 집들이 그 나라의 자연을 더 아름답게 보이게 한다. 우리도 아름다운 이 강산에 어울리도록 건물 하나라도 제대로 지어 나갈 수 있어야 한다. 자연만으로는 세계 어디에도 지지 않는 우리 강토이지만 그 아름다움을 지켜내려면 뜨거운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