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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풍당당 그녀의 맛있는 하루

싱글은 단순한 객기에서가 아니라 진정한 자기 성찰에서 비롯된다. 드라마에서처럼 홀로 우아하고 세련된 삶을 즐길 수 있으리란 환상 또한 벗어던져라.

싱글의 삶은 달콤한 케이크 맛이 아니라 때론 목 끝까지 잠겨 버릴 듯한 알싸한 소주의 그것과도 비슷하다. 그래서 싱글의 삶은 세상이 짜준 플랜보다 더 다이내믹하고 진하다.

애인이 없어 간신히 얻은 초대권 두 장을 버리고 삼겹살에 소주 한 잔 생각날 때 술친구가 없어 그냥 집으로 향했던 적 있는가?

이제 이런 고민 따윈 하지 말자. 그저 혼자 하기로 마음만 먹으면 된다. 가령 친구가 점심 약속을 미뤘다면 당신은 그저 밥을 먹으러 가기만 하면 된다. 억지로 시간을 맞추기 위해 쫄쫄 굶거나 대충 때우는 건 정말 바보 같은 짓이다.

스물다섯살에 홀로서기를 하여, 그 햇수만큼 싱글 생활을 누리고 있는 알짜배기 토종 싱글녀 황명화의 ‘솔로 쿠킹 다이어리’.

그녀는 이 책을 통해 일하는 즐거움, 떠날 수 있는 즐거움, 나만을 위한 요리를 할 수 있는 즐거움을 솔로의 장점으로 내세운다.

혼자 살아가면서 부딪치게 되는 소소한 일상 다반사들을 유쾌한 에피소드와 더불어 재미있게 풀어냈다. 또한 그 순간순간 함께했던 다양한 요리들과 그녀만의 살림 노하우도 공개한다.

그녀의 글은 참 맛있다. 틀에 박힌 형식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삶을 추구하는 그녀의 글은 마음 맞는 친구에게 이야기를 하듯 편안하게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혼자라서 외로웠던 순간, 또 혼자였기에 몇 배로 더 의미 있는 순간을 함께했던 그녀의 요리들이 세심한 조리법과 함께 펼쳐진다.

따끈따끈한 머핀, 스테이크와 레드와인, 딸기무스 케이크 등 뉴요커식 식사뿐 아니라 제철에 먹는 대하구이, 우럭 매운탕, 장어구이, 배추김치에 이르기까지 두루 섭렵한 저자는 오직 싱글로서 간단히 해먹을 수 있는 적정량과 요리법에 대해 앙증맞게 적어간다.

별한 날 특별하게 만들었던 요리도 있지만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요리도 많은 법. 따라서 누구나 한 번쯤은 먹어 봤음직한 음식, 싱글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어 봤음직한 이야기들을 함께 나눈다면 싱글에게 이보다 더 큰 선물이 있을까 싶다.

매경출판 펴냄 / 황명화 글.사진 / 212쪽 / 1만원 / 02-2000-26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