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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수 칼럼 - 명절과 변화하는 사랑

설날이나 추석 같은 명절이 되면 일가 친척이 모여서 차례를 지낸다. 이것은 오래 내려온 미풍양속이라 하여 국가적으로도 그 날의 앞뒤를 공휴일로 해서 이틀을 더 쉴 수 있도록 잘 배려해 주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차례를 지내지 않는 가정에서도 명절 때는 같이 모여서 우애와 정을 키워 나가려고 한다.

하지만 근래 들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명절에 부모님 계신 곳으로 모이던 풍속이 달라지고 있고 이런 현상에 대한 찬반의견도 갈라지고 있다. 공휴일이 3일 연휴로 되지만 토, 일요일이 겹치면 5일까지 쉴 수 있다. 특히 추석 같은 때는 최대 9일까지도 쉴 수 있었다. 점점 치열해지는 생존경쟁의 사회생활에서 이 같은 황금 연휴에 사람들은 관광이나 골프 등을 하기 위해 해외든 국내든 떠난다. 그리고 그 곳에서 차례를 지내기도 한다.

어떤 이들은 관광지 콘도에서 차례를 지내는 가족들을 보며 이런 세태에 대해 한탄한다. 조상님의 영혼이 국내에는 찾아 갈 수 있지만 해외까지도 찾아갈 수 없다는 이유로 특히 해외에서 지내도 좋다는 의견에 거부감을 보이기도 한다.

근래 우리 사회의 변화하는 속도를 볼 때, 앞으로 이런 정도는 얘기 거리도 되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더욱 많은 변화를 겪게 될 것이고 이 같은 변화 속에서 우리 고유의 문화와 전통을 유지하는 것으로 우리의 정체성을 지키는 것은 더욱 어려워 질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변화의 와중에서 외양이 아니라 그 본질을 찾아내서 그것을 잘 유지하도록 하여야 한다.

우애 좋던 형제와 효심 깊은 자녀들도 장성하여 각자의 배우자가 생기면 달라지기 쉬워진다. 특히 부모가 연로하여 몸져 누울 때 형제간에 누가 모셔야 하는지에 따라 분쟁이 생겨 의가 상하기도 한다.

노인 요양원이나 양로원 또는 치매병원 등에 보내드리는 것은 효가 아니라고 생각하여 형제들이 돌아가며 모시기도 한다. 그렇게 되면 모시는 자식의 일상생활에는 커다란 변화와 스트레스가 생기게 되며 특히 치매를 앓는 경우는 자식의 삶이 끔찍해지기도 한다. 딸들은 모시는 순번에서 빠지기 위해 재산 분할 시 외에는 절대 쓰지 않던 “출가외인”으로서의 사정을 호소한다.

이뿐 아니라 부모가 병원에 입원하면 간병인이 필요하지 않더라도 자식들이 돌아가며 병원에서 같이 밤을 지내는 가정이 많다. 그래서 입원 병실에는 언제나 환자 아닌 가족들이 제대로 누울 자리도 없이 불편하게 밤을 지낸다. 이것이 효라고 생각하며 치르는 쓸데 없는 희생인 것이다.

이 같은 예들은 수없이 많다. 현대 사회의 직업양상이 과거의 풍습을 지키기에는 너무 다양해서 부담을 주고 때로는 고통을 준다. 가족이 같이 모일 수 있다면 콘도가 되었던 해외가 되었단 장소가 문제 될 수는 없다. 다만 모인다는 근본 위에 관통하는 가족간의 사랑이 더욱 풍성해지면 된다. 때로 생업에 바빠서 서로 잘 만날 수가 없으면 평소에 전화나 편지, 인터넷 등을 통하여 정보의 교환을 활발히 할 필요는 있다. 그리고 연중 명절에 가능할 때 최소 한번이라도 직접 얼굴을 볼 수 있으면 된다.

노부모가 병환이 생기면 병원에 맡기면 된다. 병원에서도 일단 입원하면 별도의 가족이 붙지 않아도 되도록 서비스를 확충하고 시설을 보완하여야 한다. 의료비가 올라가겠지만 평소에 보험에 들어 대비하여야 한다. 특히 자식들을 위한 “부모 돌보기”상품을 개발해서 이런 때 부담을 덜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아직 부모가 노환이 생기기 전이라도 노인 요양원, 양로원, 실버하우스 등 형편에 맞게 보내드리는 것도 비난 받아서는 안된다.

문제는 이 모든 것의 근본에 있는 부모와 형제에 대한 사랑을 잃지 않는 것이다. 형제가 아무리 잘 모여도 사랑이 없으면 소용이 없고 아무리 부모를 잘 모셔도 진실에서 나오는 사랑이 없다면 부모를 더욱 외롭게 만들 뿐이다.

이제 우리 사회가 국민소득 3만불, 4만불로 나아갈 것은 거의 확실하다. 우리의 경제가 풍요해지면서 변해나갈 우리의 생활에 부모 형제 간의 사랑이라는 본질을 잃지 않는 한 그 방식 또한 변한다는 것을 받아 들여야 한다.

우리의 일하는 방식이 달라지듯이 관습의 방식도 달라져야 서로가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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