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실리콘 밸리에서 일하고 있는 내 친구 데이빗은 낚시를 좋아한다. 그가 이번에 우리나라를 방문했을 때 그의 취미인 낚시 얘기를 하다가 자연히 환경 문제로 화제가 옮겨갔다. 그는 기후에 심상치 않은 변화가 생겼다고 걱정했다.
시애틀에 사는 데이빗의 아버지도 낚시를 좋아하는데 지난 40년 동안 해마다 연어 낚시철이면 연어를 많이 낚았다고 한다. 그런데 올해에는 시즌 중에 연어를 한 마리도 못 잡았으며 이런 적은 올해가 처음이라고 했다.
연어는 강에서 깊은 바다로 나갔다가 2-3년을 지내고 다시 태어난 곳으로 돌아오는데 떠날 당시 수온의 기억이 큰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에 바다와 강의 수온이 올라가는 바람에 연어가 기억했던 수온과 달라져서 연어들이 강으로 되돌아 오지 못한 것 같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연어가 산란을 하지 못했다는 것일 테고 인공부화하여 방류하는 양만으로는 개체가 충분하지 않을 것이니 결국 연어가 급속히 사라지게 될지도 모른다는 얘기였다.
그뿐아니라, 금년에는 샌프란시스코 지역에 비가 와야 하는 계절인데 날씨가 춥기만 하고 눈이나 비가 오지 않는다고 했다.
미국의 동부 쪽에는 한 겨울인데도 따뜻해서 반팔을 입고 지낸다는데 자기네 쪽은 정반대란 것이다.
겨울철에 눈이 내려야 산 위에 쌓인 그 눈이 일년 내내 녹아서 사막지대가 많은 캘리포니아지역에 강물과 지하수를 공급해 줄 텐데 이런 식으로 겨울 가뭄이 계속 되면 올 여름에 아마도 큰 물 부족 사태가 있을 거라는 것이다.
이것은 아마도 지구 온난화의 영향인 것 같다. 필자도 록키 산맥의 밴프에서 자스퍼로 가는 길에 거대한 빙하를 본 적이 있는데 20세기 초에는 길 옆에 있었다던 빙하가 이제는 버스를 타고 한참 들어가야 볼 수 있을 만큼 녹아 버린 것을 보았던 기억이 난다.
과연 이런 일이 미국에만 일어날까. 우리나라에서도 동해안에서 잡히던 오징어가 서해안까지 오기도 하고 찬 바닷물에서 잡히는 명태와 정어리가 이제는 거의 근해에서는 잡히지 않는다고 하며 심지어 제주 앞바다에서 열대어가 보인다고 하니 바닷물의 온도나 기후가 더 따뜻해지는 것이 틀림없어 보인다.
이렇게 서서히 변하는 기후, 그러나 지구의 나이로 보아서는 급격히 변하는 기후가 우리 인간에게 어떤 식이든 영향을 미칠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는 환경보호와 경제 개발의 우선 순위를 확실하게 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같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환경보호는 차 순위로 밀어 놓고 공장이나 시설을 지어 환경파괴를 서슴지 않는다.
마치 일자리 창출한다는 명목으로 작은 정부를 속절 없이 내 던져 버리는 것과 같다.
옛날 그렇게 많이 보이던 제비를 못 본지 몇 해가 지났다. 서서히 없어지는데도 하루하루 사는 일에 쫓겨 모르고 지냈던 것이다. 우리 눈에 서서히 없어지는 것 같아도 조금 더 긴 시간에서 보면 갑자기 없어지는 것이다.
아직은 눈에 많이 띄는 참새나 까치마저도 어느 날 싹 없어졌다고 생각해 보자. 얼마나 두려울까. 우리가 모르는 환경변화 끝의 결과가 두렵지 않을 리 없다.
경제는 순환한다. 불경기도 있고 호경기도 있다. 경기가 나쁘다고 환경 문제를 소홀히 하고 경기가 좋을 때는 좋은 대로 늘어나는 수요에 맞추기 위해 환경문제를 우선 순위에서 밀리게 둔다면 나중에 후회해도 돌이킬 수 없는 때가 된다.
우리는 이제 이만큼 사니까 국내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환경 보호에 관해서는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음을 천명하고 행동으로 세계에 보여주어야 한다. 이 참에 세계 환경보호에 관한 논의에서 우리가 앞장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기 좋은 때가 됐다.
우리나라의 이미지를 환경보호와 직결시켜 놓는다면 지금 손해 보는 것 같아도 앞으로 우리나라에 큰 이득이 될 것이다.
곧 봄이 되면 몽골지방의 가뭄으로 인해 유례없이 심한 황사가 뒤덮을 것이라고 한다. 뽀얀 황사 속에서 환경에 대해 더 생각해 볼 좋은 기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