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식 주미대사가 지난 17일(현지시각) 워싱턴에서 미국 의원들과 만나 쇠고기 문제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고 AP.AFP.로이터 등 주요 외신들이 보도했다.
18일 '미 의원들 한국과의 쇠고기 분쟁에 긍정적 신호 봤다'라는 제목의 로이터 기사에 따르면 미 의회 관계자들은 워싱턴의 한국 정부관료들이 미국의 쇠고기 수출과 관련된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고무적'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영향력 있는 상원 재정위원회 맥스 바우커스(민주.몬태나주) 위원장은 이 대사와 6명 이상의 다른 동료 상원의원들과 가진 비공개 회의를 '고무적'으로 평가하면서 "한국 정부 관리들이 미국 축산업계를 격분시키고, FTA 협상을 어둡게 만드는 쇠고기 분쟁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조치를 밟고 있었다"고 말한 것으로 로이터는 전했다.
로이터는 바우커스 위원장의 말을 인용, 이 대사가 한국 상부(윗선)와 상의했으며 "한미 양국 모두에 공정한 방식의 해결책을 찾기 위한 조치를 밟고 있다"고 밝혔다고 소개했다.
AP와 AFP는 바우커스 의원 등이 이 회의에서 이 대사에게 한국이 미국산 쇠고기 금수조치를 철회하지 않으면 어떠한 자유무역협정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이들 두 외신에 따르면 바우커스 의원은 이 대사와의 면담 직후 "우리 소 사육 농민들은 더 이상의 해명을 듣고 싶어하지 않고 결과를 원한다"고 지적하고 "한국이 몬태나의 쇠고기에 시장을 개방하지 않는 한 자유무역협정을 지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찰스 그래슬리 의원(공화.아이오와주)도 "한국은 미국산 쇠고기 금수조치를 중단해야 한다"며 "한국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출이 재개되지 않으면 미국이 자유무역협정을 이행할 전망은 매우 낮다"고 강조했다.
한국 농림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구체적 내용이 오고간 협의라기보다 서로 양국의 입장을 설명하는 자리가 있었던 것 같다"며 "이 대사는 여기서 한미 쇠고기 문제를 기술적 협의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기본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미국측이 말했다는 '고무적 신호'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우리측의 거부로 쇠고기 관련 협상이 성사되지 못한다고 오해했던 미국 의원들이 '기술적 협의를 무산시킨 것은 오히려 미국측이며 한국은 협의에 응할 준비가 돼있다'는 설명을 듣고 우리의 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농림부 관계자는 "양국에 모두 공정한 방식의 해결책"이라는 이 대사의 발언은 협상의 당연한 기본 원칙으로서 크게 의미를 두기 어려운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미 FTA 농축수산비상대책위와 범국민운동본부는 이날 오후 신라호텔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한-미 쇠고기 비밀 협상의 내용을 국민에게 즉각 공개하고 주미 대사 등 관련자를 처벌하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