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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수 칼럼-세금 폭탄

몇 달 전 장부장은 다니던 직장에서 30년 만에 퇴직하였다.

서울 변두리부터 시작하여 그동안 여러 번 이사를 다닌 덕에 10년 전에 드디어 직장이 가까운 서초동에 40평짜리 아파트까지 마련하였다. 평생 직장인으로서는 꽤 성공한 케이스이다. 지금 나이가 50대 후반이라서 퇴직 후 다른 일자리를 얻어 보려고 이곳 저곳 알아보고 있다.

구직 노력을 하는 동안에는 여덟 달까지 실업 급여가 나오지만 그 이후는 퇴직금으로 살아야 한다. 직장 생활하면서 저축한 돈은 모두 집을 조금씩 늘리는데 썼기에 대학까지 졸업시켜 놓은 아들과 퇴직금, 그리고 집이 전 재산인 셈이다. 퇴직금으로 장사를 시작하거나 주식을 하기엔 엄두가 안 나서 은행에 예금하여 낮은 이자이지만 그런대로 생활을 해 나가려 한다.

그런데 문제는 종부세였다. 금년에 300만원정도 나왔는데 내년에는 1000만원도 넘는다고 한다. 그야말로 세금 폭탄이다. 이사를 가려 해도 양도세를 내고 나면 지금 아파트 근처에 자기 부부와 장차 결혼 할 아들부부가 살기 적당한 크기의 집은 구할 수가 없다. 또 집이 멀어 아들이 직장 출퇴근에 교통난을 겪게 되는 것도 싫다.

나중에 집을 아들에게 물려 줄 생각이라서 아파트 가격이 올라 10억대의 자산가가 됐지만 그런 것이 자기와는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팔아서 쓸 수가 없기 때문이다. 맨손으로 집 마련하느라고 고생하면서 부모 원망했던 자신을 돌이켜 볼 때 아들에게 되풀이하게 하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퇴직금도 결국은 상속세로 국가에 납부해야 겨우 아들이 지금 사는 집을 이어서 살수 있을 터이다. 그는 수 십 년 열심히 일해서 살 집 하나 아들에게 남겨주려는 것이 과연 욕심인가라고 묻는다.

장부장은 재산세가 소득이 별로 없게 된 자기 같은 사람들에게 조차 중과세 될 줄은 몰랐다. 외국만 해도 재산세를 취득 당시 가격의 1%낸다고 들었다.

재산세 부담이 시가에 따라 매년 올라가면 가족 누구도 원하지 않는 이사를 가야만 한다. 그는 불안과 불만에 싸여 있으면서도 퇴직금을 헐어 종부세는 냈다. 하지만 국세청장이 종부세 납부해 준 국민에 감사한다고 하는 기사를 보고 속을 부글부글 끓였다고 한다.

그런데 부동산 가격은 오르면 안되는 것일까.

강남에 평당 5000만원이 되는 아파트들이 있다고 하지만 그것은 비정상적인 경우이다. 어느 나라나 수퍼급 주거지는 엄청난 프리미엄이 붙는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부동산도 투자의 대상이기 때문에 연평균 인플레이션이 2%에 은행금리 4% 정도의 투자수익을 가정한다면 12년에 두 배씩 가격이 올라 주어야 한다.

문제는 꾸준히 오르는 것이 아니라 한 동안 잠잠하다가 특정 기간에 한꺼번에 오르기 때문에 타이밍을 잘 타면 부동산으로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부동산 투자는 투기로 보인다.

지금 세계 여러 나라에서 소비자 물가가 낮게 유지되는 큰 이유 중에 하나가 중국에서 워낙 싼 가격에 제품을 공급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일이나 금 같은 천연자원 또는 부동산 같은 것은 싸게 중국에서 제조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꾸준히 가격이 오르게 되어 있다. 물론 우리나라 주택 가격은 그 동안 정상적인 가격상승 이상으로 높았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아파트 가격이 꾸준히 오르지 않았으면 민간 투자가 동원 될 수 있었을까. 저렇게 많은 수의 아파트를 정부가 다 지을 수는 없었지 않을까.

자기 주거의 목적으로 주택 1채를 사서 장기간 거주한 사람에 대해서는 징벌적 과세를 피해야 한다. 자기가 살아오던 곳을 강제로 떠나게 해서는 안된다.

장부장처럼 성실하고 세금 내 가며 살아 온 중산층을 보호해 주는 것이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 공급과 왜 대립되는지 모르겠다. 결국은 주택도 수요와 공급에 따른 “보이지 않는 손”에 맡겨야 한다. 세금 폭탄을 포함해서 모든 폭탄은 엉뚱한 피해자를 만들어 낸다. 폭탄을 쓸 생각은 더 이상 안 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