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대한약사회가 성명을 통해 식약행정의 조직개편으로 의약품 부문의 축소가 우려된다며 식품안전처의 설립을 고집한다면 최소한 차관급의 의약품안전청 설치도 법제화해야 한다고 발표한 보도를 보고 답답한 마음 금할 길 없다.
국민에게 안전한 식품을 공급하기 위해 관리체계를 정비하고 강화하려는 정부와 학계의 노력에 대해 집단의 이익을 위해 서슴없이 발목잡기를 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식품안전관리가 여러 부처에 분산되어 있어 관리책임이 불분명하고 식품과 약품이 혼동되는 관리 실수로 대형 식품사건이 줄이어 터지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며 이를 바로잡지 않으면 앞으로 식품위생사건은 겉잡을 수 없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위하여 지난 수년간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각계의 의견을 모아 식품안전처 신설 계획을 만들었으며 어렵사리 관련부처들의 합의를 얻어냈고 당정협의를 끝내고 국회의 동의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일부 의원들의 조직적인 반대 공세에 부딪혀 국회 행정자치위 법안심사소위의 통과가 지연되고 있다.
물론 국회는 이익집단을 대변하는 기관이긴 하지만 국민의 안전한 먹을거리 확보는 일부 집단의 사소한 이해나 반사이익을 위한 흥정꺼리가 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신설되는 식품안전처는 식품의 생산, 가공, 유통, 소비의 전 과정에 대한 안전 확보를 일관성 있게 기획 관리하고 위해상황에 신속하게 대처하기 위하여 조직을 확대하고 독자적인 법령제정권을 가진 부처로 승격하는 것이다.
식품안전처는 식품 생산, 가공, 영양, 독성, 미생물 등 생명과학 분야의 모든 전문지식을 동원하여 위해 평가를 하고 유통 관리를 하며 소비자 홍보와 교육까지 담당하는 종합적인 과학 행정기관이다. 따라서 식품안전처가 설립되면 어느 한 분야가 축소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독성학 전문가를 포함한 생명과학 분야의 전문 과학행정 영역이 확대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악학계는 국민의 보건 향상을 목표로 하는 전문가 그룹으로서 식품안전처 설립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것이 마땅하다.
다만 식품안전관리는 의약품의 안전관리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약품 안전관리는 사람이 먹을 수 없는 독극물을 질병이라는 특수상황에서 사용하게 하는 일이므로 독성을 따지는 것이 주 업무인 반면에 식품은 먹을 수 있는 재료를 안전하게 매일 먹게 하는 일이다.
그러므로 식품은 독성을 따지기 이전에 이제까지 먹어온 습관과 영양가, 기호성 등을 포함한 이해득실을 종합적으로 신중하게 다루어야 하는 업무이다.
분석기술이 발달하면서 극미량의 성분도 검출되는 오늘의 과학기술 수준에서 약품을 다루듯 독성 여부만 따지다 보면 안심하고 먹을게 없다는 국민의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에서 현재의 식품의약품안전청 체제로는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식품안전관리를 할 수 없다는 것이 식품안전관리를 알고 있는 대부분 전문가들의 일관된 주장이다.
식품 소비는 하루도 거를 수 없는 우리의 생명과 직결된 사항이다. 따라서 식품안전관리의 문제는 정파의 당리당략이나 어느 한 집단의 이해에 따라 무원칙하게 끌려 다녀서는 아니 된다.
각 부처의 이해관계를 떠나서 식품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모두 고려한 종합적이고도 일관성 있는 식품안전 관리체계를 수립하고 국민을 안심시키는 식품행정이 필요하다.
이 일을 위하여 생명과학 분야 모두가 합심 협력하여야 한다. 내가 속한 분야의 작은 이익을 위해 전체 국민의 안전한 먹을거리 확보를 어렵게 한다면 부끄러운 일이다.
식품안전처가 설립되어 종합적인 과학행정의 기틀이 마련되고 이어서 의약품 관리 행정도 확대 개편되어 국제 경쟁력을 갖춘 제약산업을 육성하는 기관으로 발전하는 상생의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