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는 처음이라는 스코트랜드 친구를 만나서 저녁 늦도록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스코트랜드하면 강한 영어 액센트 함께 스카치 위스키나 치마 입은 고적대 정도가 머리에 쉽게 떠 오른다. 그런데 인구 400만~500만 밖에 되지 않는 스코트랜드 사람들이 의외로 많은 발명을 통해 인류 문명에 크게 기여했다는 얘기를 듣게 되었다.
예를 들어 텔레비전과 냉장고, 전화, 레이더, 팩스, 접착제 등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물건들이 바로 스코트랜드 사람들이 발명한 것이라고 한다. 그 뿐인가 골프는 말할 것도 없고 페니실린, 수면제, 증기기관 등도 그들이 발명했으며 경제학, 사회학 같은 학문도 그들이 처음으로 체계화 했다는 것이다. 물론 피터팬이나 셜록 홈즈 같은 유명한 소설도 이들 스코트랜드인들의 작품이라고 하니 대단한 민족임에 틀림없다.
이 친구는 이 밖에도 수많은 스코트랜드인들의 발명품을 나열하면서 나에게도 한국인들이 세계 처음으로 발명한 것들을 말해 달라고 하였다. 나는 먼저 금속활자를 얘기했다. 독일의 구텐베르그보다 70년이나 앞선 금속활자가 고려 때 우리 한국인들이 만든 것이라는 걸 먼저 강조 했다. 그리고 한글을 만든 얘기와 철갑선인 거북선에 대한 얘기를 하고 나니 더 이상 적당한 예를 찾기 어려웠다.
그러자 이 친구는 진지하게 TV를 예로 들면서 첫 발명이야 스코트랜드인들이 했지만 지금처럼 잘 만들어 세계에 공급하는 것은 한국인들이 하고 있으니 이 역시 자랑스러운 일이 아니겠냐고 말해 주었다.
우리나라 같은 신생국에서 지금처럼 좋은 제품을 통해 세계에 공헌하면서 유엔 사무 총장까지 배출하는 것이 대단하다고 본다는 것이다. 그 말을 받아 우리나라는 신생국이 아니라 5000년의 긴 역사가 있다고 하자 그 친구는 세계 사람들이 다 한국을 신생국이라고 본다는 것이다. 하기는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위치와 인종적 사람들은 변함없어도 우리가 조선조의 연장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나라를 세웠으니 우리는 신생국이라는 생각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화제는 이어져서 인구도 얼마 안되는 스코트랜드인들이 어떻게 그런 많은 업적들을 이뤄낼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갔다. 그에 의하면 놀랍게도 스코트랜드에서는 대학이 400년도 전에 설립이 되었다고 했다. 우리나라가 임진왜란으로 고생한 때인 것이다. 인구는 적더라도 교육수준이 높으니 세계적 발명품도 많이 나오는구나 하고 생각이 들었다. 스코트랜드에서 좋은 대학이라면 누구든지 능력 있는 사람을 교수로 채용해서 능력 있는 학생들을 가르쳐서 배출하는 곳이라고 했다.
당연히 교수들은 출신 대학교보다 어디에서 누구에게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연구실적이 어떠했느냐를 중시 해서 뽑게 되고 학생 선발은 대학과 대학교수들의 고유한 권한이 된다. 이것이 좋은 대학이 되기 위한 간단한 원리라고 했다. 우수한 교수가 우수한 학생들을 뽑아 열심히 가르치면 대학도 좋은 대학이 되고 졸업생들도 인류 문명에 대한 공헌도가 높아지는 것이리라.
그 친구는 근본적으로 스코트랜드인들은 트레이더(무역업자)라고 했다. 바이킹족의 피가 흐른다고 하지만 척박한 땅에 정착해서 잘 살려니 무역을 중점적으로 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얼마 전 격렬한 한미FTA반대 시위를 보고 무역으로 입신한 나라가 자유무역협정을 반대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나는 이것이 바로 신생국가의 에너지 분출현장이라고 말해주었다. 이런 에너지가 나중에는 FTA의 쇼크를 극복하고 새로운 활로를 찾게 만드는 힘이 될 것이라고 말이다.
싫던 좋던 자유무역의 대세를 거스를 수 없게 되어가는 앞으로의 세상에서 무언가 끊임 없이 새로운 것을 발명해서 지구인의 생활양식을 바꾸는데 공헌하는 능력이 우리를 앞으로 세계에서 선두그룹으로 나갈 수 있게 해 주는 힘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우리도 세계에서 존경 받는 훌륭한 민족이 되려면 결국 인재양성으로 귀결되고 인재양성은 대학 교육의 대폭적인 자율화가 있어야 할 것이니 그렇게 뻔한 길인데도 기초적인 교육문제 해결을 아직도 못하고 있는 것은 정치인들의 리더십 부족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