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한국마사회가 퇴역 경주마 ‘승용전환율’ 통계 왜곡 의혹으로 감사원 공익감사 대상에 올랐다. 단순 수치 오류를 넘어 공공기관 경영평가 지표의 신뢰성과 동물복지 정책 전반에 대한 구조적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는 양상이다.
녹색당과 동물정책플랫폼, 제주비건 등 시민단체는 지난 2일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약 3,000여 명의 시민이 참여한 이번 청구는 퇴역 경주마 관리 실태와 통계의 신뢰성 검증을 핵심 쟁점으로 한다.
이번 논란의 중심에는 ‘승용전환율’ 지표가 있다. 해당 지표는 퇴역 경주마가 승용마로 전환돼 안정적인 ‘제2의 삶’을 살고 있다는 근거로 활용돼 왔으며, 기관 경영실적보고서와 평가 자료에도 반영된 핵심 성과지표다.
그러나 시민단체가 한국마사회의 2023~2024년 기관경영실적보고서와 기관평가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승용전환율을 둘러싼 데이터 왜곡 정황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우선 수치 조작 의혹이 제기됐다. 실제 분석 기준으로는 2024년 승용전환율은 전년(43.8%) 대비 하락한 42.4% 수준이었음에도, 기관평가 보고서에는 ‘10.31%포인트 증가’로 기재돼 성과가 과장됐다는 지적이다.
또 최근 5년간 퇴역 경주마 수는 약 27% 감소한 반면 승용 신고 수는 12% 증가에 그치면서 전환율 상승이 실제 복지 개선이 아닌 ‘분모 축소’에 따른 착시 효과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서류상 ‘승용’ 분류 역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퇴역 당시 승용으로 분류된 말 가운데 4년 이후에도 해당 상태를 유지하는 비율은 약 17%에 불과했으며, 상당수는 말 유통업자의 계류 목장 등 관리 사각지대로 이동해 실질적인 상태 확인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김란영 제주비건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이러한 구조를 ‘말 세탁’이라고 규정했다. 행정상 분류만 승용으로 변경될 뿐, 실제로는 중개 거래와 용도 변경을 거치며 기록이 단절돼 말의 위치와 상태를 추적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설명이다.
특히 퇴역마 폐사 기록 가운데 약 37%가 ‘미상’ 또는 ‘현행화’로 분류된 것으로 나타나, 공공기관이 개체의 최종 상태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퇴역 이후 말의 생존 상태 역시 불투명하다. 일부 개체는 행방이 확인되지 않은 채 ‘폐사’로 처리되거나 ‘미상’으로 분류되는 등 생애 관리 체계의 한계도 드러났다.
단체들은 감사원에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는 한편, 정부와 한국마사회를 향해 말복지 개선을 위한 제도적 보완책 마련을 요구했다.
우선 퇴역 경주마의 생존 상태와 이동 경로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모든 말에 대해 출생부터 사망까지 이력을 관리하는 ‘생애 전주기 추적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부상이나 노령으로 활용이 어려운 말에 대한 공적 보호 및 돌봄 체계를 마련하고, 말 유통 구조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 불법 거래를 차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말복지 정책 전반에 대한 독립적인 재검증과 함께, 말 산업과 분리된 별도의 동물복지 감독기구 설립도 요구했다.
아울러 경마 산업에서 발생하는 수익의 일부를 말복지 기금으로 의무 환원하는 제도 도입 필요성도 제기했다.
윤수영 녹색당 부대표는 "수억 원의 상금을 벌어다 주던 말들이 은퇴 후 '처리해야 할 폐기물' 취급을 받는 현실을 묵과할 수 없다"며, "이번 공익감사청구를 통해 생명을 다루는 공공기관이 국가 통계를 어떻게 왜곡해왔는지 진상을 낱낱이 밝히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