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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혜인,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에 "빈대 잡으려 초가삼간 태우나"

국회 소통관서 기자회견…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중단 촉구
“쿠팡 견제 명분 부족… 노동자 건강권·상생 방안이 우선”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가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 방침에 대해 "민생 혼란을 외면한 속도전"이라며 입법 추진 중단을 강력히 촉구했다.

 

용 대표는 11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올 상반기 내 대형마트의 온라인 새벽배송을 허용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한 데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소비 구조의 온라인 전환은 인정하지만 예상되는 약자의 고통을 외면한 채 시장 진입 근거부터 만드는 것은 순서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입법 추진의 배경으로 거론되는 쿠팡 견제 논리에 대해 “충분한 근거가 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용 대표는 “쿠팡의 사회적 문제는 새벽배송 독점 자체가 아니라 개인정보 유출, 자사 PB상품 우대 등 불공정 거래 관행, 반복되는 배송 노동자 과로사”라며 “대형마트에 새벽배송을 허용한다고 해서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플랫폼 독점 규제 법안(온플법)과 집단소송제 도입 등 직접 규제가 우선돼야 한다며 “시장 지배력 남용에 대한 통제 없이 대형마트 규제만 푸는 것은 ‘빈대 잡겠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새벽배송 노동 규제를 둘러싼 사회적 대화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입법을 서두르는 것 역시 문제라고 짚었다.

 

용 대표는 “심야노동 상한, 연속 휴식시간 보장, 야간근로자 건강권 보호 등 핵심 의제가 논의 중이지만 노사 간 이견이 큰 상황”이라며 “합의가 도출되기도 전에 대형마트 3사와 수백 개 SSM까지 새벽배송 시장에 진입하면 노동 규제에 대한 저항은 더 거세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쿠팡 배송 노동자 고(故) 정슬기 씨 사망 사건을 언급하며 “새벽배송이 누군가의 잠과 건강을 대가로 유지되는 구조라는 교훈이 채 아물기도 전에 시장을 더 키우겠다는 것은 또 다른 고통을 예고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용 대표는 소상공인·자영업자 보호 대책 마련도 선결 조건으로 제시했다.

 

그는 “온라인 시장에서 소상공인은 대형마트의 경쟁자인 동시에 납품업체이자 입점 판매자”라면서도 “동네 슈퍼와 소규모 식료품점에는 쿠팡에 이어 대형마트까지 새벽배송에 나서는 것이 이중 압박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약속하는 상생 방안이 구체적 제도로 마련되기 전에 규제부터 풀면 피해는 가장 약한 고리에 전가된다”며 상생 방안의 구체성과 실효성에 대한 검증을 요구했다.

 

용 대표는 “택배 분야 사회적 대화 기구에서 새벽배송 노동 규제 합의가 이뤄지기 전까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추진을 중단해야 한다”며 “골목상권을 담당하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와의 상생 방안도 조속히 제안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위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기본소득당은 이번 개정안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며 “변화하는 유통 환경 적응과 민생 보호는 양립 불가능한 가치가 아니라 순서와 조건의 문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