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국내 올리브오일 시장이 단순 조리용 수입유를 넘어 ‘마시는 건강템’이자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 아이템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단일 품종.저온 압착.초저산도 등을 앞세운 프리미엄 제품이 잇따라 출시되는 가운데,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확산된 ‘올레샷(올리브오일+레몬)’ 루틴과 홈쇼핑·편의점 채널이 결합하며 시장이 한층 세분화되고 있다.
3년 새 1,100억 원대…올리브유, 가정용 식용유의 ‘성장 엔진’
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가정용 식용유 소매점 매출은 4,544억2,5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올리브유 매출은 1,141억7,000만 원으로 전체의 4분의 1을 차지했다.
올리브유만 놓고 보면 성장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시장 규모는 2022년 742억6,000만 원에서 2023년 937억5,300만 원으로 뛰었고, 2024년에는 1,141억7,000만 원을 기록하며 3년 연속 두 자릿수 증가세를 이어갔다. 3개년 연평균 성장률은 23.99%에 달한다. 정체된 식용유 시장에서 올리브유가 ‘확실한 성장 동력’으로 떠오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콩기름·카놀라유 중심이던 가정용 식용유 시장에 ‘건강한 지방’을 찾는 수요가 빠르게 유입되면서 올리브유가 새로운 메인 카테고리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배경에는 지방에 대한 소비자 인식 변화가 있다. 과거 “지방은 무조건 피해야 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면, 최근에는 “좋은 지방은 오히려 필수”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심혈관 질환, 비만, 대사증후군 등 라이프스타일 관련 질환이 늘어나면서 소비자는 식단에서 ‘얼마나 지방을 줄이느냐’보다 ‘어떤 지방을 섭취하느냐’에 더 주목하고 있다. 포화지방·트랜스지방 대신 올리브오일, 아보카도오일, 견과류 기름 등 식물성 오일로 지방원을 전환하는 흐름이다.
올리브오일의 경우 지중해 식단의 핵심 재료로, 단일불포화지방산과 각종 폴리페놀 성분을 함유한 대표적인 ‘건강 친화적 오일’로 꼽힌다. 이런 이미지가 웰빙·다이어트 트렌드와 맞물리며 시장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올리브오일 선택 기준, ‘품질·등급’으로 고도화
소비자 인식이 높아지면서 제품 선택 기준도 정교해지고 있다. 국내 식품 기준상 올리브유는 압착 올리브유, 혼합 올리브유, 정제 올리브유 등으로 나뉘며, 이 가운데 엑스트라버진(Extra Virgin)은 가장 상위 등급이다.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은 27℃ 이하에서 압착 또는 원심분리 방식으로 첫 번째로 추출한 기름이면서 유리지방산(산도)이 0.8% 미만이어야 한다. 산도가 0.8~2.0%이면 ‘버진(체온 오일)’으로 분류되고, 그 이상은 정제하거나 다른 오일과 혼합해 판매해야 한다. 같은 엑스트라버진이라도 산도가 낮을수록 신선하고 고급 제품으로 평가받는다.
시장에서는 “엑스트라버진인지”, “산도가 몇 %인지”, “냉압착인지(저온 추출인지)” 등 전문적인 정보를 꼼꼼히 따지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올리브 품종(아르베키나, 피쿠알 등)과 산지(스페인 카탈루니아, 안달루시아 등)까지 확인하며 와인처럼 원료의 출처를 기준으로 제품을 고르는 소비 경향도 본격화되고 있다.
최근 올리브오일 시장을 뜨겁게 달구는 키워드는 단연 ‘올레샷’이다. 올리브오일과 레몬즙을 1:1 비율로 섞어 아침 공복에 마시는 루틴을 뜻하는 말로, 각종 SNS와 유튜브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
아이돌 그룹 아이브(IVE) 멤버 장원영, 배우 엄정화·고소영 등 국내 셀럽은 물론, 할리우드 배우 페넬로페 크루즈가 “아침 공복에 올리브오일 한 스푼을 마신다”고 언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셀럽의 웰니스 루틴’으로 인식된 점도 열풍에 한몫했다.
음용 루틴부터 프리미엄 품종까지…올리브오일 시장, ‘세분화 시대’
SNS에서 확산된 ‘올레샷’ 열풍에 힘입어 국내 시장에서는 직접 마시기 적합한 엑스트라버진 제품과 소포장 스틱·캡슐형 오일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올리브오일이 ‘샐러드용·파스타용’ 조리 기름을 넘어 ‘공복 한 포’로 대표되는 일상 루틴 제품으로 확장되면서 기업들도 새로운 소비 방식을 기준으로 제품 전략을 재편하는 모습이다. 대상 등 주요 브랜드는 각각 루틴 섭취·프리미엄 품종·휴대형 채널에 초점을 맞춘 제품을 내세우며 세분화된 시장 경쟁에 나서고 있다.
첫 번째 흐름은 ‘루틴형 소비’ 확대다. 대상웰라이프는 최근 아침 공복에 바로 섭취하는 올레샷 트렌드에 맞춰 ‘헤이N 100% 유기농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을 선보였다. 한 포(10g)로 소분한 스틱형 제품으로, 지중해 식단의 핵심 원료를 휴대성과 즉시 섭취 편의성이라는 ‘루틴 시장’에 최적화했다. 스페인 아르베키나 단일 품종을 사용해 부드러운 생식용 특성을 강조한 점도 건강 루틴형 소비자들을 겨냥한 전략이다.
두 번째 흐름은 ‘품종·산지 중심의 프리미엄화’다. 올가홀푸드는 스페인 안달루시아산 피쿠알 단일 품종 ‘유기농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 피쿠알’을 선보이며 고급 요리·홈쿡 수요층을 공략하고 있다. 수확 2시간 내 저온 냉추출, 산도 0.3% 미만, 항공 운송 등 고급 공정을 앞세워 ‘테루아르(산지·품종) 기반의 올리브오일’이라는 새로운 소비 기준을 제시한 것이 특징이다.
세 번째 흐름은 유통 채널의 변화, 특히 편의점 중심의 ‘즉시 구매·휴대형 시장’ 확대다. 동아제약의 ‘올리비바’는 산도 0.1%대 프리미엄 올리브오일임에도 GS25 편의점 입점을 통해 접근성을 확 넓혔다. 캠핑·여행·출근길 등 이동 중 바로 섭취하거나 소량 요리에 활용하려는 소비 패턴이 늘면서 올리브오일이 전통적 유통 채널을 벗어나 일상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홈쇼핑 업계도 프리미엄 올리브오일 경쟁에 뛰어들었다. GS샵은 최근 여행작가 손미나 씨와 함께 스페인 카탈루니아의 500년 전통 브랜드 ‘프리오르데이(Priordei) 유기농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을 홈쇼핑 최초로 소개했다.
프리오르데이는 ‘FLOS OLEI 2025’ 선정, 뉴욕 국제 올리브오일 대회 금메달 등 국제 대회에서 품질을 인정받은 브랜드로, 이번 방송에서는 산도 0.11%의 초저산도 제품을 500mL 3병 세트로 구성해 선보였다. GS샵은 이를 시작으로 ‘지중해식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콘셉트의 신규 프로그램 ‘손미나의 올라미나(HOLAMINA)’를 통해 지중해 건강식품을 지속적으로 소개할 계획이다.
수입유통업계 관계자는 “올레샷 열풍으로 음용형 프리미엄 오일 수요가 늘어나면서 소비자들의 선택 기준도 엑스트라버진 여부, 산도, 저온 압착 방식은 물론 품종·산지·포장 형태까지 세밀하게 확인하는 방향으로 전문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세계 올리브 생산이 불안정해지며 가격 급등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