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지역농협이 일정 규모 이상 자산을 보유할 경우 상임이사·비상임조합장 등의 임원을 반드시 두도록 한 현행 제도의 실효성을 강화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다만 총회 의결을 사실상 생략하는 방식으로 추진돼 농협의 자율성과 조합원 권한 침해 논란도 일고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선교 의원(여주·양평)은 지난 30일 '농업협동조합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 했다. 이 법안은 일정 자산 규모 이상 지역농협이 임원을 반드시 두도록 한 현행 법령에 대해 정관 개정 절차를 간소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행법상 자산 등 사업규모가 대통령령 기준을 초과한 지역농협은 조합원이 아닌 상임이사, 상임감사, 비상임조합장 등을 반드시 둬야 한다. 이는 지배구조 개선과 내부통제 강화를 통한 건전한 조합 운영을 위한 제도다.
그러나 실제로는 임원 선출을 위해 필요한 정관 변경이 총회 또는 대의원회의 ‘특별의결’(조합원 과반수 출석 및 출석 조합원 3분의 2 이상 찬성)을 요구하면서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정관 변경이 반복적으로 부결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에 따라 임원 공백 상태가 장기화되며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김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이 같은 현실적 한계를 고려해 조합장이 총회를 소집해 임원 의무도입과 관련한 정관 변경 사항을 '보고'만 해도 곧바로 정관 변경이 이뤄진 것으로 간주하도록 했다. 즉, 총회 의결 절차 없이 정관이 변경된 것으로 처리되는 셈이다.
김 의원은 “지역농협의 운영 공백을 막고, 법률로 정한 임원 제도가 현실에서 작동하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며 “법률과 현실의 괴리를 해소하고 임원 의무도입 제도의 실효성을 제고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조합의 최고 의결기구인 총회의 권한을 형해화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지역농협 조합원은 “보고만으로 정관이 바뀌는 구조는 사실상 조합원 권리를 무력화하는 것”이라며 “임원 도입이 필요하더라도 최소한의 절차는 지켜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