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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ASF희생농가 재입식 조속히 허용해야

하태식 대한한돈협회장

지난해 9월 16일 경기 파주 소재 돼지농장에서 첫 ASF 발생이후 강화, 김포, 연천, 철원 등 경기, 강원 북부지역 농가 260여 농가 돼지 44만두를 (예방적)살처분하는 피해를 입은 이후 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농장에서 ASF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야생멧돼지 발생을 이유로 돼지 입식을 불허함에 따라 피해지역 한돈농가들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어 전국의 한돈농가는 5월 11일부터 청와대와 세종시 농림축산식품부와 환경부 앞에서 1인 시위와 천막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돼지를 기르는 한돈농가에 가장 중요한 재산은 말 그대로 사육돼지이다. 예방을 위해 한 번 살처분한 뒤, 이제 위험요소가 사라진 상황에서 ASF 희생농가는 다시 농가에 돼지를 들여 사업을 재개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인근 지역에 야생멧돼지가 출몰했다거나, 종종 ASF에 감염된 야생멧돼지 폐사체가 발견된다는 이유만으로 재입식 소식은 한없이 미뤄지는 것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야생멧돼지 발병을 재입식 거부의 사유로 들고 있지만 한때 정부가 고립화 정책을 통해 예방적 살처분을 추진했던 철원지역의 경우 야생멧돼지에서 ASF가 지속적으로 검출되고 있지만 철저한 차단방역을 실시하고 있는 인근 양돈농가의 사육돼지에서는 한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는 멧돼지에서 ASF가 발생하는 상황에서도 8개월동안 사육돼지에서 발생하지 않다는 것은 돼지를 사육할 수 있는 정책적인 방향 전환이 가능하다는 명백한 증거이다.


코로나19와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대책으로 인해 멈춘 경제를 살리겠다고 ‘한국판 뉴딜’을 이야기하며 피해산업 지원에 정부가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는 것과 달리 ASF피해 농가는 9개월째 빈 농장만 바라보며 애 태우고 있다


코로나 19가 훌륭한 시민의식과 경제위기을 감안한 방역정책의 결과 생활방역으로 돌아간 것처럼 ASF의 사례 역시 한돈산업과 한돈농가를 살리는 방향으로 정책이 펼쳐져야 할 것이다. 


한돈농가들이 요구하는 것은 무엇보다 ASF피해지역 농가의 재입식이다. 농민들에게 재입식은 생존권이 걸린 문제이다. 돼지고기를 파는 사람이 돼지를 못 키운다는 건 폐업이나 마찬가지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살처분 희생농가들은 당장 입식(돼지를 다시 기르는 일)이 이뤄지더라도 첫 돼지가 출하될 때까지 최소 1년6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생계 안정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제 시간이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돈농가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 ASF희생농가의 방역수준에 맞는 조속한 재입식 또는 현실적인 생계보장이 이뤄져야 한다. 이에 ASF 희생농가 261호의 전체적인 재입식이 어렵다면, 정부가 요구하는 방역수준이 갖춰진 농가부터라도 우선 재입식 추진할 수 있도록 단계적 재입식 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정부의 방역정책에 무조건 반대하는 것도 책임을 회피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장기적으로 가야 할 방향이라면 정확한 현장진단과 소통을 통해 현장에서 풀어나갈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는 정당한 요구이다. 


ASF희생농가의 재입식 요구에 대해 정부가 사육돼지에서 7~8월에 ASF 발생 위험도가 높다는 해외자료를 근거로 재입식을 지연하는 것 또한 전문가 자문결과 국내에는 없는 물렁진드기 등에 의한 것으로써 계절성과 ASF발생은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통일부조차도 방역조치 하에 평화관광(판문점·DMZ평화의길 등) 재개 추진 중인데 농업의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가 왜 멧돼지를 핑계로 언제까지 재입식을 미룰 생각인가 묻고 싶다. 이제 축산업도 생활방역으로 돌아가 한돈산업을 살려야 할 때이다. 


둘째, 정부의 의견을 감안해 부득이하게 재입식이 늦춰질 수밖에 없다면 정부는 정부정책에 따라 피해를 입은 선량한 농민들에게 현실적인 생계를 보장하는 것이 마땅하다. 


많은 한돈 농가는 예방적 살처분에 협조해 자식같이 기르던 사육 돼지를 모두 땅에 묻어버렸는데현재 정부가 제시하는 생계안정자금은 농가당 67만원으로는 한 사람의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ASF 피해농장들은 최근까지 사육중단이 8~9개월에 달할뿐더러 농민들 대부분이 시설 설비를 갖추기 위해 채무를 지고 있기에 생계안정자금으로 채무 이자를 갚는 것만으로도 생활이 빠듯한 상황이다.


더이상 버티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농가들은 하루라도 빨리 재입식을 하거나 아니면 아예 폐업을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지만 어느 쪽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인건비, 이자 등을 감당하지 못해 농장 가압류, 경매가 속출하는 등 농장 유지의 한계점에 도달했다. 


따라서, 재입식이 늦춰진다면 한계농가에 대해 기존 가금류의 AI 휴지기 보상과 같이 소득안정자금 형태 정부 지원 필요하다. 현재 시행된 가축전염병개정안에는 폐업지원금 금액을 가축의 연간 출하 마릿수×연간 마리당 순수익액×2년으로 정해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설 설비 투자에 대한 보상은 없다. 


현실적인 생계보장을 위해서는 돼지 정상입식 지연에 따른 보상은  미입식 마릿수(모돈) × 마리당 소득 80% × 입식 제한 기간 등으로 현실화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