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까다로운 상품밥 시장 황무지 개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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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지은 밥 같은’ 상품밥을 개발하라
CJ는 신제품의 컨셉을 ‘집밥처럼 맛있고 사용이 편리한 상품밥’으로 설정하고 맛 품질, 사용 편리성,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제품의 퍼포먼스를 달성하기 위해 개발 목표를 첫째 언제 먹어도 금방 지은 밥과 같은 맛을 제공할 수 있는 고품질 가공밥, 둘째 전자렌지에 데우거나 끓는 물에 데우면 바로 먹을 수 있는 편리한 밥, 셋째 무균화 포장기술을 이용해 상온에서 6개월간 보존해도 품질 변화가 없는 포장밥으로 설정하고 개발에 착수했다. 시제품에 대한 시식 전 컨셉 수용도를 조사한 결 |
품질 비교 평가에 있어서 ‘갓한 밥>시제품>보온 밥통에 보관중인 밥>잘못된 밥’ 순으로 평가 됐으며 전기솥밥 보다 품질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나, 시식전 소비자들이 가지고 있던 상품에 대한 기대 수준에 비해 구입 의향율이 올라 갔음을 볼 수 있었다.
CJ는 소비자 조사 결과, 이미 출시돼 있는 상품밥에 대한 불만족과 인스턴트 식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지만 시제품 시식 후 △간편한 조리 △시간 절약 △압력밥솥에서 한 밥처럼 찰지고 맛있다는 점 △무방부제 무균포장 등의 이유로 긍정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었다.
따라서 제품의 품질력을 기반으로 시장성을 생각할 때 편리함과 금방 먹을 수 있다는 소비자의 Needs를 만족 시켜 줌으로써 소비자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반면에 방부제 첨가에 대한 불안감과 밥은 집에서 해 먹는 것이므로 굳이 돈을 들여 밥을 사 먹을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나타나 소비자들의 고정관념의 해소가 장기적인 과제로 대두됐다.
맛과 깨끗함으로 승부
1980년대 말부터 국내 식품업체들의 가공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해 한국인의 입맛을 반영한 볶음밥, 필라프 등의 냉동밥이 처음 출시됐으나 냉동밥 시장은 크게 활성화 되지 못했다. 그 원인은 쌀의 질이나 상품의 포장 기술 등이 뒤떨어짐에 따라 제품의 전반적인 품질 수준이 미흡했기 때문이다. 밥맛을 중시하는 한국인의 식생활 패턴에 대한 분석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한 상태에서 조리의 편리성에만 초점을 두어 제품을 개발해 다소 덜 익은 듯 꼬들꼬들 하거나 푸석푸석해 ‘집에서 먹는 |
소비자의 요구 품질을 대응할 수 있는 햇반의 핵심 기술은 식미 품질 향상과 무균화 포장 기술로 구분될 수 있다.
식미 품질 향상을 위해 CJ는 첫째, 한국식품개발연구원과 공동 연구로 전국의 쌀 품질을 산지, 품종별로 비교해 최우량 품질의 원료미를 선정해 그 중에서도 품질인증미를 사용하고 있으며, 늘 햅쌀과 같은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특수한 시설을 갖춘 저장고에 보관 후 필요한 양만큼 도정해 사용하고 있다.
둘째 압력밥솥 원리를 이용한 취반 공정과 최적의 수분 함량 유지 및 뜸들이기를 함으로써 기존의 상품밥 보다 월등히 뛰어나고 가정에서 지어 먹는 밥 수준의 품질을 유지 할 수 있다.
셋째 장기간 보관시의 품질 저하를 방지하기 위해 공기의 이동을 차단할 수 있는 포장 방법을 개발했다. 무균화 포장 기술은 햇반의 장기 보관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상품으로의 가치와 편리성을 부여할 수 있는 핵심 요소로써 생산에 사용되는 원료미나 취반수, 포장재, 생산공정 등에서 미생물을 제어하는 기술이며, 이를 위해 전 공정을 폐쇄 시스템화해 관리하며 특히 취반·포장 공정은 반도체 공장 수준의 관리를 함으로써 청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 햇반은 2차 살균과정 등 철저한 위생관리를 통해 생산돼 상온에서도 6개월 유통이 가능하다.
이래서 ‘햇반’이 맛있다 |
첫째, 용기 각각이 하나의 솥이 된다는 점. 대량으로 밥을 한 후 나눠 담는 게 아니라 불린 쌀을 개별 용기에 담아 밥을 지은 후 그대로 살균해 포장한다.
둘째, 압력 밥솥의 원리를 차용(借用)했다는 점. 고온 밥솥처럼 단시간 조리해 고소하고 쫄깃한 밥맛을 낸다.
셋째, 급속 냉각을 통해 차진 맛을 보존한다는 점이다. 다 지은 뜨거운 밥 상태에서 냉각수를 거치게 해 최대한 급속히 열을 식힌다. 이 과정을 통해 밥이 갖고 있던 수분이 그대로 간직된다.
넷째, 2차 살균 과정과 반(半)진공밀폐 포장을 통해 밥의 부패 원인 물질을 없앤다는 점. 이로 인해 상온에서 6개월 유통이 가능하다.
날면서 즐기는 ‘햇반’
![]() | 햇반의 수요 확대를 위해 다양한 특수경로 개척을 추진했는데 특히 타 항공사와 차별화된 전통 한식 메뉴로 기내식 서비스를 강화하려던 대한항공과 함께 공동마케팅을 실시 했다. CJ의 입장에서는 햇반이 품질측면에서 인증을 받았다는 점에서 햇반의 이미지 제고 효과가 있었으며 대한항공의 경우 차별화된 메뉴인 비빔밥을 제공 중이었으나 밥 취사의 어려움 때문에 퍼스트 클래스(First Class)에만 제공하는 제한점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었다. |
상품밥의 보통명사 ‘햇반’
햇반은 출시 3년만에 150억 수준의 매출을 달성했고 연평균 40% 이상의 신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수요층도 독신자, 맞벌이 주부에서부터 학생, 전업주부, 노인층까지 사용경험이 꾸준히 확대되고 있으며 여행, 레저활동 등 가정 외 수요 중심에서 점차 가정 내 수요로 확대되고 있다.
햇반은 ‘무균포장밥’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 시장을 형성해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식문화를 성공적으로 개척했고, 효과적인 광고, 판촉, 유통 프로모션 활동으로 단기간 내에 시장 정착을 했으며 브랜드 인지율도 90% 수준에 달하고 있다.
또한 뛰어난 품질력을 바탕으로 제품에 대한 신뢰성을 확보했고 사용경험 소비자의 만족도도 3.8점(5점척도 기준) 수준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어 지속적인 반복구매가 일어나고 있다.
게다가 농심, 동원, 오뚜기 등 경쟁업체에서도 최근들어 앞다퉈 제품을 내놓으며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그 결과 올해 즉석밥 시장 규모는 처음으로 1000억원대를 넘어서 1,200억 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CJ 햇반의 시장점유율은 82%다. CJ 측은 햇반의 성공을 발판 삼아 2003년 말 같은 무균포장법을 이용한 즉석죽 ‘햇반죽’도 출시해 시장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승현 기자/tomato@f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