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보상요구·언론 왜곡보도 ‘이중고’
장기불황에 따른 내수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식품업계가 소비자주권시대를 악용하는 일부 ‘악덕’ 소비자들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얼마 전 식품업체의 고객상담업무 담당자들의 모임에서 있던 일이다.
A업체 담당자가 요즘 한 소비자가 자사제품에 문제가 있다는 항의를 해 와 확인하려고 했는데 문제 제품을 보여주지도 않고 자꾸 협박성 전화만 하고 있어 골치라고 털어놨다. 그러자 옆에 있던 B업체 담당자가 “우리 회사에도 그 사람이 비슷하게 항의를 해왔다”고 말했다. 연이어 10여개 업체 담당자들이 그 소비자로부터 비슷한 항의를 받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최근 언론을 통해 식품사고 사례가 연이어 보도되고 있다. 초콜릿에 애벌레가 살고 있고, 과자에서 나방이 나오며, 심지어 맥주병 속에 약봉지가 들어있기 까지 한다. 이런 기사들은 디카로 찍은 증거 사진과 함께 인터넷 포털의 주요기사로 등장한다. 이를 보는 소비자들은 믿을 수 있는 식품은 하나도 없다는 불평을 쏟아내고 있다. 또한 그렇게 거론된 업체는 막대한 매출 손실과 이미지에 타격을 입고 있다.
만두사건 이후 식품업체들은 쏟아지는 소비자들의 항의에 몸살을 앓고 있다. 고객담당자들은 “만두사건 이후 고객상담실에 걸려오는 전화가 최소 2배는 늘었다”며 “올해처럼 일하기 힘든 적이 없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식품업계에선 소비자 의식이 높아지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왜곡된 방향으로 나가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 말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이런 사고가 발생하면 피해소비자가 터무니없는 요구를 하고, 들어주지 않으면 언론이나 정부기관에 고발하겠다는 협박을 해 온다는 것이다.
C업체 담당자는 “제품에서 이물질이 나왔다는 이유로 피해소비자가 해당제품 전량리콜을 요구해 당황한 적이 있었는데 다른 업체도 비슷한 요구를 받은 적이 있다”며 “심지어 5천만원을 내놓으라거나, 대표이사가 직접 찾아와 사과하라고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소비자가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언론사나 청와대, 식약청 등 홈페이지에 고발하겠다고 협박을 하고 실행으로 옮기는 경우도 종종 있다”며 ‘소비자가 왕인 시대’를 통감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게다가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일부 언론들이 이런 소비자들의 제보를 사실관계 확인없이 또는 선정적으로 왜곡해 보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언론의 보도 행태를 보면 대게 피해소비자가 업체에 항의를 하자 업체가 별일 아니라고 ‘나 몰라라’ 했다거나, 선물세트, 상품권, 또는 현금으로 무마하려고 했다는 식이 많다.
하지만 고객상담업무 담당자들의 얘기는 조금 다르다. 현재 소비자피해보상규정에는 음료, 과자 등 18개 식료품의 경우 △함량, 용량부족 △부패, 변질 △유통기간 경과 △이물혼입 등의 피해가 발생했을 때 제품교환 또는 구입가환급, △부작용 △용기파손 등의 피해는 치료비, 경비 및 임금배상 등으로 보상하게 돼 있다.
업체들은 식품에서 이물질이 나오는 등의 사례가 접수되면 바로 찾아가 제품의 이상여부를 확인하고 제조·유통과정에 문제가 있던 것으로 확인되면 피해소비자에게 사과하고, 선물세트, 상품권, 현금 등으로 소정의 배상을 하고 있다.
한 고객담당자는 “물론 규정에는 제품교환 또는 구입가 환급으로 보상하게 돼 있지만 피해소비자의 정신적 피해까지 고려해 회사마다 일정액 정도의 물건이나 현금을 지급하고 있다”며 “혹시 소비자의 부주의로 인한 문제일지라도 웬만한 건 다 보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요즘이 어떤 시대인데 업체가 나 몰라라 할 수 있겠나”라며 “이를 악용해 업체를 협박하고 돈을 요구하는 사이비 언론이 더 문제”라고 꼬집었다.
한 소비자문제 전문가는 “이런 문제들은 소비자교육이 미비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라며 “기업이 소비자교육 인프라를 구축해야만 자신들을 보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기업의 현 피해보상시스템을 좀더 개선해 과학적이고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하며, 악의적인 소비자에 대해선 제도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냉정하고 공정한 자세로 대처해야” 기업간 피해사례 공유, 소보원 협조 이용
소비자피해보상규정은 말 그대로 소비자의 피해를 보상해 주기 위한 제도이기는 하지만, 그 의도와는 달리 실생활에서 그 소비 당사자는 소외되고 있다. 이에 본 협회에서는 소비자피해보상규정의 대중적인 접근을 모색하고 있다. 우선 기업의 홈페이지나 일반 출판물을 통해 자사가 생산하는 제품과 관련한 보상규정 내용을 고시하도록, 또한 제품에도 의무사항준수를 위한 단지 형식적인 문구가 아니라 해당규정을 검색할 수 있는 자세한 위치를 명기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협회 차원에서 구상중인 대안으로는 본 협회는 차후 장기적으로 소비자단체와 제휴해 언론 등을 통해 다양한 연령층을 위해 차별화된 방법으로 소비자피해규정을 이해하기 쉽도록 재구성하여 유포하고자 한다. - 소비자들이 언론이나 정부기관에 고발하면 색다른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기업의 대응방안은. 기업이 소비자로부터 신뢰를 잃고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 진정 두렵다면 기업은 보상 문제에 있어서 중립을 고수해야 한다. 기업 내부적으로 자체 보상 기준을 명확하게 마련하고, 소비자피해보상규정을 적절하게 참조해 동일한 경우에서 발생되는 소비자 문제와 피해라면 적법한 절차와 기준으로 평등하고 공정하게 처리해야 마땅하다. ‘악덕 소비자’의 경우 업계간 사례 공유가 필요하며 또한 과다한 현금 요구 등에 대한 논리적인 산출근거를 명확히 밝혀야 하고 무분별한 인터넷 게재 또는 방송매체 관련 유포 등에 대해 역으로 그로인해 회사의 이미지 실추로 막대한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을 분명 히 강조해야 할 것이다. 만일 기업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한국소비자보호원이나 기타 정부 중재 기관에 협조를 적극 구해야 한다. 소보원은 소비자 보호를 위해 설립된 재정경제부 산하 특수공익법인이기는 하나, 역으로 따져보면 기업과 소비자의 적절한 합의점을 마련해 주는 중립책이자 기업이 과도한 보상 문제에 휘말리지 않도록 중재해주는 버팀목이기도 하다. |
이승현 기자/tomato@f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