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을 다주어도 친구가 없네/사랑하고 싶지만 마음뿐인 걸/나는 개똥벌레 어쩔 수 없네/ 손을 잡고 싶지만 모두 떠나가네./가지마라 가지마라 가지말아라/나를 위해 한번만 손을 잡아 주렴…” 가수 신형원의 <개똥벌레>라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반딧불이 축제가 열리고 있는 전북 무주에 왔다. 40여년전 죽마고우(竹馬故友)들과 즐기던 ‘개똥벌레 세레나데’를 보려 온 것이다. 반딧불이는 오랫동안 여름날 아이들의 놀이 도구요, 낭만의 대상이며 시각적인 아름다움과 함께 교훈을 주는 존재였다. 수많은 시와 소설, 노래가 반딧불을 통해 자연의 아름다움과 서정을 노래했다. 깊어 가는 여름 밤. 풀숲에 들어가 랜턴을 끄자 풀벌레 소리가 더욱 요란스러워진다. 구름 사이로 비집고 나온 상현달이 어두컴컴한 숲 위에 옅은 금가루를 뿌린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문득 풀숲에서 불빛 하나가 별처럼 반짝인다. 그 여린 불빛이 신호였을까? 잠시 후 수십 개의 불빛 |
옛날 중국 진나라의 차윤(車胤)과 손강(孫康) 두 사람에게서 유래한 형설지공(螢雪之功) 고사로 잘 알려진 반딧불이(개똥벌레)는 20∼30년 전만 해도 이 땅 어디서고 쉽사리 볼 수 있던 곤충이다.
형설지공이란 차윤이 집안이 하도 가난해 등을 밝힐 기름을 살 돈이 없어 여름밤 반딧불이를 잡아 그 빛으로 책을 읽었으며 손강은 겨울에 눈(雪) 빛으로 밤을 밝히며 책을 읽었다는 이야기이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온갖 고생을 하면서 학업을 성공적으로 마쳤다는 뜻으로 졸업식 축사에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말이다.
그러나 산업화로 접어들면서 대부분의 반딧불이 서식처는 파괴되고, 농약살포 등 각종 오염원으로 인해 수질이 나빠지면서 멸종 위기에까지 처하게 되었다. 결국 21세기에 들어서는 반딧불이 불빛이 명멸하는 광경을 거의 볼 수 없게 되어버렸다.
전북 무주군은 무주읍내 가림마을, 설천면 수한마을 등 반딧불이와 그 먹이서식지를 천연기념물(제 322호)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이곳에 오면 어렵지 않게 반딧불이 군무를 감상할 수 있다.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반딧불이는 스스로 빛을 내는 야행성 곤충. 지구상에는 북극과 남극을 제외하고 전세계에 걸쳐 1천900여종의 반딧불이가 서식한다. 그중 우리나라에서는 북방반딧불이, 애반딧불이, 파파리반딧불이, 운문산반딧불이, 꽃반딧불이, 늦반딧불이 이렇게 6종이 살고 있다. 무주에는 깨끗한 자연환경을 좋아하는 애반딧불이와 늦반딧불이 2종이 주로 서식한다.
반딧불이의 꽁무니에서 나오는 반딧불은 사랑을 위한 신호라는 설이 일반적이다. 암컷이 빛을 내 위치를 알리면 수컷은 날아가 빛을 밝히며 구애하는 것이다. 반딧불이의 성비는 보통 수컷과 암컷이 50대 1로 쟁탈전이 치열하다. 수컷이 내는 불빛은 암컷보다 두 배쯤 밝다.
수컷은 암컷을 발견하면 더욱 강한 빛을 내며 접근하고, 암컷도 호응하면서 빛이 강해진다. 초여름에 나타나는 애반딧불이의 애벌레는 다슬기를 먹이로 삼고, 암수 모두 날개가 있다. 풀숲에 붙어 약하게 발광하는 것이 암컷이고 강하게 발광하면서 접근하는 것이 수컷이다.
반딧불이의 구애는 성충이 된 후 2∼3일 후부터 시작된다. 빛은 배에 있는 발광세포의 ‘루시페린(Luciferin)’이 산화하는 과정에서 나온다. 반딧불은 대개 500∼600um(마이크로미터)의 황색 또는 황록색의 파장을 갖지만 빛의 세기와 간격은 종에 따라 다르고 온도의 영향을 받는다.
무주의 반딧불이축제에서 볼 수 있는 건 늦여름에서 초가을까지 나타나는 늦반딧불이로 애반딧불이보다 덩치도 크고 빛도 세다. 늦반딧불이의 사랑 노래는 밤 8∼9시 사이에 가장 활발하다. 늦반딧불이는 습한 환경을 좋아하기 때문에 맑은 날보다 흐린 날에 더 많이 나타난다.
그러면 고사에 나오는 형설지공처럼 반딧불이 몇마리가 있어야 책을 읽을 수 있을까?
반딧불의 밝기는 보통 한 마리가 3룩스로 이론상 80마리를 모으면 쪽 당 20자가 인쇄된 천자문을 읽을 수 있고, 200마리를 모으면 신문을 읽을 수 있는 밝기가 된다. 하지만 반딧불은 동시에 반짝이지 않기 때문에 여러 마리를 잡아도 고사성어에 나오는 이야기처럼 책을 읽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반딧불은 루시페린이란 발광물질과 루시페라아제라는 발광효소가 들어 있는 특수세포가 만든다. 세포에 산소가 공급되면 아데노신삼인산이 생긴다. 이것과 루시페라아제가 결합하면 불안정한 물질로 바뀌게 되고, 이것이 안정한 물질로 변하면서 빛을 발하게 된다.
반딧불의 특징 중 하나는 빛을 내지만 뜨겁지는 않다는데 있다. 보통 전구는 전기의 10%만을 빛으로 바꾸고 나머지는 열로 발산한다. 이에 비해 반딧불의 효율은 98%에 이른다. 이 차가운 고효율의 화학전구는 게다가 바람이 불거나 물에 닿아도 꺼지지 않는다. 이상적인 빛인 것이다.
이러한 반딧불의 성격은 현대 과학, 특히 유전자 연구에 기여한 바가 크다. 반딧불이의 발광유전자는 루시퍼라제라는 유전자인데 이 루시퍼라제 유전자를 누에 등 다른 곤충의 세포주에 이식하면, 유전자를 이식받은 곤충 세포주가 반딧불이처럼 빛을 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발광 유전자를 바이러스에 집어넣어 각종 유해 세균을 검출하는 데도 쓰인다. 몇 주일 동안 박테리아를 배양하는 대신 발광유전자가 삽입된 바이러스를 감염시키면 해당 바이러스에 대한 감염여부를 몇 시간 만에 빛의 밝기로 알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 자생종인 ‘늦반딧불이’는 외국의 것보다 상대적으로 빛이 세고 큰 발광기관을 가지고 있어 활용도가 더욱 높다.
지난 20일 막이 오른 제8회 무주 반딧불 축제는 28일까지 계속된다. 이 축제는 어른들에게는 고향 동심 등 잊혀진 추억을 되살리고 아이들에게는 미래의 희망과 꿈을 심어주는 체험 축제를 지향한다. 축제 기간 중 매일 오후 7시반부터 셔틀버스로 반딧불이가 서식하는 계곡에 안내한다.
‘자연과 환경’을 주제로 열리는 이 축제는 채 2㎝도 되지 않는 작은 발광곤충인 반딧불이를 통해 지구환경과 인류애를 되짚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연락처 (063)320-2663
반딧불이는 장수하늘소와 함께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곤충이다. 예전엔 누구나 어린 시절 추억 속의 곤충으로 친밀감을 느꼈지만, 이제는 책에나 나오는 존재가 되어 버렸다.
반딧불이는 청정지역에서만 살고, 환경에 민감한 곤충이기 때문에 밤새 환히 켜진 가로등과 차량의 불빛으로 가득찬 오염된 도시속에선 살지 못한다. 과학의 발전이라는 면에서나 인간의 정서를 순화시키는 측면에서나 반딧불이의 생태를 지키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반딧불이는 밤을 좋아한다. 어둠을 몰아내고 새벽을 앞당기며 빛을 발하는 존재다. 반딧불이는 깨끗한 물과 숲에서 산다. 반딧불이가 사는 곳-우리 인간이 살아가야 할 가장 적당한 곳이다. 15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