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9일 농림부 직원으로부터 필자에게 뜻밖의 이메일이 한통 날라 왔다. 전날에 있었던 ‘식품안전기본법을 위한 공청회’ 에서 토론자로 나선 필자가 식품안전을 위해서는 식품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데 대해 공감한다는 내용과 함께 마침 농림부에서 ‘(가칭)식품산업육성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오래 만에 식품업계에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필자는 그동안 기회가 있을 때마다 식품산업의 중요성과 식품을 산업적인 차원에서 육성・발전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해왔다. 그런 필자에겐 동지를 만난 기분이었다. 만시지탄이지만 농림부의 ‘식품산업육성법’ 제정 추진에 적극 찬동하며 박수를 보낸다. 식품 문제는 국민 모두의 건강과 직결된 문제이다. |
식품산업은 연간 매출 40조원에 육박하는 거대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그 속을 들여다보면 개별 기업들은 영세하기 짝이 없고 그러다 보니 곳곳에 취약분야가 많을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서는 식품안전을 위해 아무리 좋은 법, 아무리 강력한 처벌규정을 두더라도 식품안전의 길을 확보하기는 사실상 어려운 것이다.
식품안전을 위해서는 근본적인 인프라 구축, 즉 식품안전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한데 그 장치 중에 중요한 요소가 바로 식품산업을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필자는 주장하는 것이다.
농림부가 ‘식품산업육성법’ 제정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왜 농림부가 나서느냐고 ‘딴지’ 를 거는 쪽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그 어떤 부처에서도 이에 대해 방해를 해서는 안 된다. 보건복지부나 산업자원부 등에서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다고 보지만 설령 농림부가 법 제정을 추진하는 것이 문제가 있다손 치더라도 방해를 할 것이 아니라 도와줘야 할 것이다.
식품산업은 이상하게도 주무 부처가 없는 상황이다. 식품관련 법령이 8개 부처로 분산돼있듯이 주무부처도 업종에 따라, 어느 법령을 적용받느냐에 따라 여러 개 부처로 나눠져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식품의 원료는 농수축산물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농림부와 직・간접적으로 가장 많은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농림부가 식품산업의 육성을 위한 전담부처가 되는 것이 가장 타당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선진국의 경우도 농업과 식품산업의 연계는 시대적인 흐름으로 파악되고 있기 때문이다.
차제에 필자는 이런 제안을 하고 싶다. ‘식품산업육성법’ 제정을 계기로 식품 관련 정부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하자는 것이다. 현재의 농림부를 ‘(가칭)식품농업부’로 개편해서 생산에서 소비까지 식품산업 전반을 담당하는 기관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그리고 보건복지부는 의료와 의약 및 보건위생을 전담하는 기관으로 한정해서 현재 보건복지부가 관장하고 있는 식품산업 관련 업무 중 위생관련 업무만 남기고 산업적 차원에서의 업무는 ‘식품농업부’ 로 이관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복지부의 하위 기관인 식품의약품안전청도 식품과 의약품 업무를 분리해서 식품분야는 ‘식품농업부’ 산하의 ‘식품검역청’ 으로, 의약분야는 복지부 산하의 ‘의약품안전청’ 또는‘의약품안전원’ 으로 재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필자의 이 같은 주장은 단지 개인적인 차원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 이미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이 같은 모델을 제시한 바 있으며 국무조정실에서도 현재 식약청의 구조와 기능에서 식품과 의약품을 분리하는 방안에 대해 외부 연구용역을 진행 중인 사항이다.
정부의 조직을 개편한다고 크게 달라질 것이 있겠느냐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식품을 산업차원에서 볼 때 식품업계는 분명 사생아에 가까운 처지에 놓여 있는 게 사실이기 때문에, 그리고 식품산업을 미래의 첨단 전략산업으로 육성할 필요성은 부인할 수 없기에 이 같은 주장을 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