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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충우 칼럼] 불황에도 히트상품은 있다

신충우
BT&IT 칼럼니스트
자연재인 물이 처음 상품화되었을 때 '상품가치가 있을까' 대부분 회의를 가졌었다. 그러나 이제는 어느 누구도 그런 생각을 갖지 않는다. 집에서 담궈먹던 김치도 포장김치가 등장, 비중있는 소비지출품목이 되었고 각종 반찬도 식품점에서 돈을 주고 구입한다. 이처럼 우리 생활 양식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최근 들어 '웰빙'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웰빙'의 사전적 의미는 행복, 안녕, 복지 등이다. 최근에는 바쁜 일상과 인스턴트식품에서 벗어나 건강한 육체와 정신을 추구하는 '라이프 스타일'로 새롭게 해석되고 있다. 우리경제가 심각한 소비위축을 보이고 있지만 소비의 질은 높아지고 있다. 소비성향이 점차 선진국화되고 있음을 '웰빙족'의 등장을 통해 알 수 있다.

'잘 먹고 잘 산다'는 얘기는 결국 의식주 등 기본적인 사항에 관한 한 특성화 상품을 요구하는 '니즈'로 나타났다. 웰빙은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여피'나 '보보스'와 달리 육체적 건강뿐 아니라 심신의 평온한 상태를 추구하는 삶의 태도를 말한다. 주부들이 아무리 값이 비싸도 유기농
식품을 가족들에게 챙겨주는 심리이다.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와 인식의 전환이 새로운 히트상품을 만들어 내고 있다.

히트상품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바로 이 같은 소비 트렌드에 부합해야 한다. 사실 히트상품을 만들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선진국에서도 출시된 신제품이 시장에 연착륙하는 비율은 30~40%에 불과하다. 대부분 막대한 개발비용을 회수하지 못한 채 묻혀버리고 만다. 제품 아이디어에서부터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히트상품이 되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소비자 트렌드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히트 상품은 단순히 쇼핑의 현주소를 반영하는 게 아니다. 사회상은 물론 심지어 국민 정서까지도 읽을 수 있다. 올 상반기 백화점·할인점·TV홈쇼핑·인터넷 쇼핑몰 등 주요 유통 채널의 히트 상품을 살펴 보면 우리 경제의 오늘과 내일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특히 올 상반기에는 과거 사치품으로 치부되던 건강식품이 새롭게 각광을 받고 갈증 해소 음료보다 영양이 담긴 기능성음료가 선호되는 등 전반적인 히트상품의 부재 속에서도 '먹거리 상품'은 소비자의 마음을 흔들었던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또한 수출 증가에도 불구, 사상 유례없는 소비 위축으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꼭꼭 닫았다. 심지어 소비를 주도해온 고소득층사이에서도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일단 덜 쓰고 보자는 심리가 팽배해 있다.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돈이 있어도, 쓸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이 또한 일종의 소비트렌드이고, 아무리 불황기라도 소비는 인간의 본능적 사회활동인 만큼 인기를 끄는 상품이 있게 마련이다.

백화점, 재래시장 등 소매 유통업계의 불황이 20개월을 넘으면서 수십 수백 종류의 제품들이 소비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그러나 기업들이 소비자의 새로운 필요성을 간파하고 심혈을 기울인 제품, 틈새 시장을 파고든 아이디어 제품들은 불황을 이겨내며 꾸준한 인기를 모으고 있다.

불경기에도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하는 제품들은 소비자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혜안과 시장을 리드하는 철학을 담고 있는 것이다. 히트상품들은 공통으로 소비자의 '불만'을 잘 소화해 반영하고 소비자들이 갖고 싶어하는 '그 무엇인가'를 찾아내려 한다. 불황일수록 기업들은 경영난으로 소비자를 무시하기 쉽지만 '소비자 제일주의', '고객 우선주의'를 실행에 옮긴다면 그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