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량만두’ 사건이 터져 나왔을 때 국민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과연 만두를 먹어도 되느냐’였다. 온 나라가 야단법석이면서도 이에 대한 해답을 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식약청장이 기자회견에서 “집안 냉장고에 있는 단속에 걸리지 않은 회사의 만두는 먹어도 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먹지 말라”고 말했지만 이는 과학적인 근거도 없는 무책임한 발언으로 오히려 국민적 불안을 가중시켰을 뿐이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선의의 업체들은 매출 급감으로 부도위기에 몰렸고 단속에 걸린 업주 중에 한 사람은 결백을 주장하며 목숨까지 잃었다. 연초에 조류독감 사태로 온 나라가 떠들썩할 때도 조류독감이 인체에 감염되는 지 여부에 대해서는 정부의 공식적인 발표가 한번도 없었다. 이 때도 마찬가지로 닭고기 소비가 냉각돼 가공업체가 부도를 맞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광우병 파동 때도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은 금지하면서 국내에서 이미 유통 중인 |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이유는 대형 식품사고가 발생할 때 마다 책임성 있게, 또 국민이 신뢰할 수 있게 해답을 주는 기관이 없다는 데 있다. 그렇다 보니 사고 발생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
단속 따로 처벌 따로, 발표 따로 조치 따로, 모두가 제 각각이지 유기적인 공조체제는 전혀 가동되지 않고 있다. 이것이 우리나라 식품안전 관리 행정의 가장 큰 문제점이다.
식약청이나 지자체에 인력과 예산이 부족하다거나, 처벌규정이 미약하다는 등의 문제는 따지고 보면 그리 큰 문제가 아니다. 3년 전에 이미 두 번이나 적발된 적이 있는 업체가 버젓이 불법행위를 계속해서 하도록 방치해온 안일한 대응이 문제고, 제대로 조사도 하지 않고 어설프게 발표했다가 번복함으로써 아무 죄도 없는 업체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히는 것이 문제다. 잘못을 저지른 업체가 벌을 받는 만큼, 잘못이 없는 업체에 손해를 끼친 식약청 역시 무거운 벌을 받아야 함이 마땅하다.
문제 속에 해답이 있다. 식품안전 관리의 해법은 바로 행정개혁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식품 관련 사고가 발생하면 과학적인 검사를 통해 위해성 여부를 판단해줄 수 있는 책임 있는 기관이 필요하다. 그 기관이 기존의 식약청이든 식품안전위원회와 같은 신설기관이든 상관없다.
식품사고 발생 시 과학적인 근거에 의해 위해성을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신뢰할 수 있는 공식 발표를 내놓을 수 있는 기관이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기관을 중심으로 식품안전 관리 및 집행과 관련된 행정기관의 공조 시스템을 만들고 그러한 틀 속에서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행정체계가 필요한 것이다. 그래야 언론도 제멋대로 보도하는 관행을 없앨 수 있고, 그래야 국민도 우왕좌왕 하지 않게 된다.
그런 후에 기관 간의 역할 분담이나 예방 차원의 규제, 사후 처벌강화 등의 겉으로 들어나 있는 문제점들을 보완하는 것이 순서이다.
이 같은 근본적인 처방이 없는 가운데 아무리 규제를 강화하고 처벌 수준을 높이더라도 그것은 단지 대증요법에 불과할 것이다.
식품안전의 길을 확보하는 데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포인트는 식품산업에 대한 국가 차원의 인식전환이다. 식품제조업은 우리나라 제조업 가운데 부가가치수익률로 따졌을 때 전자・정보통신산업과 자동차, 화학에 이어 4위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산업이다. 그런데 속을 들여다보면 대부분이 영세 중소업체들로 구성돼 있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도 여타 산업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매우 미약한 상황이다. 산업 규모는 커지만 내용적으로 보면 매우 취약하다는 것이다. 업체가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취약한 분야가 많은 상태에서 식품 위생 안전을 기대한다는 것은 지나친 기대다.
업체에 대해 ‘때려잡기’ 식의 규제나 처벌만 강화할 것이 아니라 식품산업을 진흥하고자 하는 정부의 의지가 담긴 ‘당근’도 함께 제시돼야 할 것이다. 식품산업은 국민건강과 직결된 산업이기에 국가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