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기관이든 기업이든 리더가 어떤 사람이고 어떻게 리더십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조직문화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임기가 보장되지 않는 공조직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의 경우는 어떤가. 기본적으로 식약청은 보건복지부의 산하 외청으로 복지부가 정한 정책을 집행하는 기관이며 그 청장은 차관급의 정무직이다. 이는 식약청장이 상위기관인 복지부 장관과의 위계질서를 지켜야 하며 조직 또한 상위 기관과 손발을 맞춰야 할 의무가 있음을 의미한다. 식약청은 별동부대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런데 현재의 식약청은 기본적인 위치를 망각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
식약청 청장은 98년 3월 창설 이래 5번째다. 평균 재임기간이 1년 3개월에 불과하다. 재임기간이 이처럼 짧다는 것은 뭔가 잘못한 게 많다는 것을 반증해준다고 볼 수 있다. 뭘 잘못했기에 그렇게 자주 바뀌었을까를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필자가 보기에는 리더십 부재다. 역대 식약청장들은 한결같이 학자 출신이다.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연구만 하던 사람들이다. 행정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들이다. 관련분야의 전문가로서는 인정받을지 몰라도 공조직의 리더로서 갖추어야 할 덕목은 부족한 점이 많은 사람들이다.
정부는 식약청이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식품과 의약품의 안전을 관리하는 전문성을 띤 관청이라는 점에서 청장을 관련 전문가로 임명해왔는지 모른다. 전문가이면서 행정력을 갖추고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런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렇다면 지금 식약청에 필요한 리더는 어떤 사람인가. 필자가 보기엔 행정력을 발휘할 수 있는 리더가 필요하다. 짜깁기 형태로 만들어진 식약청 내부 직원들을 융합하고 상위 기관인 복지부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일사불란한 체제를 만들 수 있는 리더가 필요하다.
식약청 내부를 들여다보면 갈등요소가 적지 않다. 업무가 크게 식품과 의약품 담당으로 나눠져 있는데다가 또다시 행정직과 식품직, 약무직, 연구직, 기능직 등 다양한 직능으로 구분돼 있다. 이런 가운데서 조직의 리더인 청장이 어떤 사람이 되느냐에 따라 정책도 오락가락하고 인사의 편향적 경향도 발생하고 있다. 특히 청장의 재임기간이 짧다보니 직원들은 ‘코드’가 맞지 않는 청장 재임 시에는 ‘어차피 조금 있으면 나갈 사람’ 하면서 복지부동의 자세로 임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식약청은 일반 국민과 직접적인 관계가 많은 업무를 수행한다는 면에서 대외적인 관계에서도 행정력 발휘가 요구되고 있다. 대국민 홍보나 관계기관과의 유기적인 협조체제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식약청의 리더는 책상머리에 앉아서 자기 전문분야의 연구에만 몰두하는 스타일의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 식약청은 단순한 연구소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조직 개편과 식품안전관리 행정체계 개편을 둘러싸고 식약청 주변이 시끌시끌하다. 위상과 기능의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겉으로의 위상변화나 기능의 확대 또는 축소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제대로 굴러가는 식약청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만드는 방법 중의 하나가 리더의 위상을 재정립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구체적으로는 관련 분야에 대한 전문직인 식견보다는 조직의 장악력과 행정력 등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섯 번씩이나 관련 전문가를 통해 시행착오를 겪었으면 이제는 다른 카드를 써야할 때도 된 것이다. 이같은 요구는 식약청이 이대로 가서는 안 되며 뭔가 달라져야 한다는 인식이 대내외적으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