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위에는 주어지는 권위가 있고 스스로 만들거나 남들이 만들어 주는 권위가 있다. 주어지는 권위는 법률적으로 제도적으로 부여되는 권위다. 대통령, 장관, 국회의원, 법관 등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에 앉는 사람들이 갖는 권위가 바로 주어지는 권위다. 해당 기관도 마찬가지다. 또 민간기업의 사장들도 직원들의 입장에서 보면 주어진 권위를 가진 자들이다. 이처럼 법률적, 제도적으로 주어진 권위를 가진 사람들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는 존경하지 않더라도 사회 구성원으로서는 법과 제도에 따라 그 권위를 인정하게끔 돼있다. 또 그렇게 해야 질서가 잡힌다. 반면에 스스로 만들어 나가거나 남들이 만들어 주는 권위는 직위나 신분 고하 |
주어지는 권위든 후천적으로 얻어지는 권위든 나름대로 가치를 지니고 있지만 스스로의 노력에 의해 만들어 나가거나 남들이 인정해 주는 권위가 훨씬 의미 있는 권위임에는 틀림이 없다.
식약청과 식약청 공무원들의 경우는 어떤가. 식약청은 정부 조직법상 정책결정권이 없는 일개 집행기관에 불과하다. 상위 기관인 보건복지부가 정한 법률과 규칙에 따라 주어진 일 만 할 수 밖에 없는 기관이다. 따라서 다른 부처에 비하면 주어진 권위가 높다고 볼 수 없는 기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약청과 식약청 공무원들은 국민의 건강권을 수호해주는 일을 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나름대로 자부심과 보람을 가질 만 하다. 다시 말해서 어떤 자세로 국민을 위해 어떻게 일하느냐에 따라서는 주어진 권위보다 훨씬 가치 있는 후천적 권위를 가질 수 있는 집단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식약청에 몸을 담고 있는 공무원들의 공직수행 자세는 어떤가. 식약청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업계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고압적이다’, ‘지나치게 권위주의적이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단속권과 인·허가권을 갖고 있다는 명분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는 불만이다. 심지어 산하 단체 사람들에 대해서는 반말까지 일삼는다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업체들로서는 감히 이의제기 조차 할 수 없는 분위기라는 내부 제보도 접수되고 있다.
단속권이나 인・허가권을 가졌다는 자체가 권위를 가진 것은 아니다. 특히 권위주의적인 행세를 해야 단속이 잘되고 엄정한 인·허가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식약청 공무원들에게 주어진 단속권과 인·허가권은 국민의 공복으로서 국민의 건강권 수호를 위해 행사하라는 법률적 권리이자 의무일 뿐이다. 그를 무기로 관련 업체에 고압적인 자세로 군림하고 권위주의적 행세를 하라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단속권이나 인・허가권을 가졌다는 이유로 고압적이고 권위적인 행세를 하게 되는 곳에는 반드시 부정과 부패가 뒤따르기 마련이다. 그래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식약청에는 창설 이래 뇌물사건으로 인한 부정 부패가 심해 ‘식약청은 뇌물청’이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쓰고 있다.
국민의 건강권 수호를 위해 대부분의 공무원들은 불철주야 애쓰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밖으로 비쳐지는 모습은 매우 부정적이라는 사실을 식약청 사람들은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부족한 예산과 인력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업무를 수행하고서도 일부 직원들의 구태의연한 복무 자세로 전체가 욕을 먹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국민에게는 맡겨진 권리와 의무를 충실히 수행함으로써 묵묵히 봉사하는 공직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관련 업계에는 단속을 위한 단속이나 규제를 위한 규제가 아니라 해당 산업의 발전을 위해 진정으로 도와주고자 하는 계도의 정신을 발휘할 때 식약청과 소속 공무원들에게도 가치있는 권위가 주어진다는 사실을 깨닫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