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사회에서 식품 위생안전 확보의 길은 요원한 일인가. 지난해 전례 없는 식중독 사고의 빈발로 정부가 올해는 ‘식중독 최소화의 해’로 정하고 연초부터 식중독 예방을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최근 학교급식 현장의 위생안전에 대한 합동단속결과를 보면 과연 정부가 기대하는 ‘식중독 최소화의 해’를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긴다. 합동단속 결과를 보면 877개 학교 위탁급식소 가운데 17.3%인 152개소가 크고 작은 위반으로 적발됐다. 특히 주목할 것은 단체급식 업계에서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거의 대부분 단속에 걸렸다는 사실이다. |
식약청의 단속결과 발표 이후 업체들은 ‘대수롭지 않다’, 또는 ‘별거 아닌 것 가지고 왜 야단이냐’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 심지어 일부 업체에서는 본지가 지면에 앞서 인터넷상으로 기사를 보도하자 자기네 회사 이름을 명시했다고 소송 운운하며 항의 전화까지 하는 추태를 보였다.
단속에 걸렸다면 잘못한 부분에 대해 반성을 하고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내부 점검을 강화하기는커녕 보도로 인해 받게 될 영업상의 불이익만 생각하고 있는 태도는 한심하기까지 했다.
물론 적발된 대기업들의 위반사례를 사안별로 보면 그리 심각하지 않은 부분도 없지 않다. 그래서 그런 식의 반응을 보일지 모르지만 그렇다면 더더욱 문제다. 어떤 일이든 작은 데서부터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자기네들이 적발된 사례가 심각한 위반 사례가 아니라는 이유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면 그야말로 위생안전에 대한 불감증에 빠져있는 거나 마찬가지다. 식약청도 이번 단속결과 “위탁급식 영업자 등의 위생의식이 아직도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식약청 통계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3월말까지 식중독 사고는 9건에 284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음식물 섭취 장소별로는 일반 음식점에서 3건, 학교급식과 회사 구내식당에서 각각 1건 그리고 가정집에서 1건, 기타 3건으로 나타났다.
예년에 비하면 발생건수가 적은 게 사실이지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부산 사하중학교에서 170여명의 학생이 집단 식중독에 걸리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하절기에 가까워지면서 식중독 위험성은 날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식약청은 올 들어 식중독 예방을 위해 여러 차례 대책을 내놓았고 관련 업자들에 대한 교육도 그 어느 때보다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급식업체들의 위생안전에 대한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식약청이 모든 학급급식소에 대해 전수조사를 하는 등 단속을 강화한다고 하지만 24시간 365일 상시 감시체계가 아닌 이상 큰 의미가 없다. 사전 예방책도 중요하고 감시 감독과 단속도 중요하지만 업체들의 위생안전에 대한 불감증을 치유하는 것만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가 싶다.
업체의 위생불감증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행정기관의 위생안전에 대한 교육 강화 등의 조치가 뒷받침돼야 하겠지만 그에 앞서 업체 스스로가 인식의 대전환을 통한 의식개혁을 해야 할 것이다.
또 스스로의 노력이 부족하거나 안전 불감증에 대한 치유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업체에 대해서는 처벌 규정을 강화해서라도 일벌백계로 다스리는 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