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2년 월드컵 이후 우리사회에 눈에 띄는 변화 중에 하나가 신세대들의 참여문화다. ‘붉은악마’로부터 시작된 신세대들의 축구 응원문화는 광화문 일대의 거리응원으로까지 발전해 국민 모두를 하나로 묶어 내는 장관을 이뤘다. 국가대표팀이 4강 신화를 이룩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된 게 사실이다. 젊은이들은 효순, 미선양 참사 때도 추모 촛불집회를 통해 애국심을 보여주면서 미국 측에 따끔한 맛을 보여주었다. 젊은이들의 참여정신은 일부 기성세대로서는 상상할 수조차 없었던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까지 이어지는 힘을 과시했다. |
한마디로 집단 히스테리 증세라고 했다. 의외의 반응이었다. 또 노사모를 중심으로 한 신세대들의 힘으로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된 후 국정운영이 매끄럽지 않게 돌아가자 시중에서는 ‘3애’라는 말이 유행했다. ‘애들이 애를 뽑아 애를 먹고 있다’는 식의 비꼼이었다.
젊음은 혈기왕성하다. 젊음은 그러나 단순하다. 그렇기 때문에 정의롭다고 생각하면 앞뒤 따지지 않고 돌진하게 마련이다. 그런 기백이 있기에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사건들은 대부분 젊은이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3.1만세운동과 4.19혁명, 6.10민주항쟁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리고 근래에는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와 탄핵반대 촛불시위 등으로 젊음의 힘을 과시하고 있다. 시대는 다르지만 사회적 큰 변화는 젊음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물론 그 과정에서 기성세대들이 걱정되는 부분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과거 역사속의 중대사건에서 보여준 젊은이들의 ‘역사 바꾸기’와 오늘날 신세대의 ‘역사 바꾸기’는 방식이 달라야 한다.
민주주의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과거에는 법을 지키며 역사를 바꿀 수 있는 수단이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았다. 때문에 위법, 탈법, 초법적인 집단행동으로 현실의 벽을 넘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국민이 직접 참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시대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에서의 가장 효과적인 참정권 행사는 각종 선거에서 투표를 하는 일이다. 귀중한 권리를 행사함으로써 얼마든지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역사 발전에 동참할 수 있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법과 제도에 의해 유지 존속된다. 따지고 보면 법과 제도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계층이 신세대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선거를 돌이켜보면 신세대들의 투표 참여율이 가장 낮다.
자신의 삶의 질과 형태를 좌우하는 법과 제도를 만드는 일에 동참하지도 않고서는 국가에 대해, 정부에 대해, 또는 정치인들에 대해 비판적이거나 불만을 갖는다는 자체가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60~70대는 투표하지 않아도 된다”는 발언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분명 잘못된 발언이지만 필자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법과 제도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세대일수록 투표 참여에 더욱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싶다.
자신들은 투표를 하지도 않고 나이 많은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법과 제도가 잘못됐다고 불만을 표시하고 끝내는 거리로 나와 불법적인 집단행동을 하는 것은 이 나라를 이끌어갈 민주 청년들의 올바른 자세라고 할 수 없다.
이번 4.15총선은 탄핵정국에다 정치권 물갈이 바람으로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월드컵 때 보여준 젊은이들의 참여문화가 투표현장으로 이어짐으로써 진정한 참여문화로 승화 발전되기를 기대해본다.
김병조 편집국장/bjkim@f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