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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 사업다각화와 사업다악화

김병조 편집국장
기업의 생존 논리는 다양하다. 어려울수록 공격적인 경영으로 정면 돌파해 난국을 타개하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식으로 긴축 경영으로 때를 기다리는 기업도 있다.

또 잘나가는 기업이 기세등등하여 또 다른 신규사업에 의욕적으로 진출을 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하던 짓이나 잘하자’며 딴전을 피우지 않는 기업들도 있다. 어느 것이 정답인지는 모른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또 성공하거나 실패한 기업의 사례에서 우리는 어느 정도의 모범답안을 찾을 수는 있다.

우선 우리나라에 비해 적어도 30여년은 앞선 경제 선진국 미국의 경우를 살펴보자. 미국에서는 이미 70년도에 기업사회에 사업다각화 바람이 불었었다.
사업다각화란 오랜 업력을 지닌 고유의 사업 외에 또 다른 신규분야에 진출하는 것이다.

사업다각화는 기존 고유 업종에 불황이 닥쳐 고전할 때 신규 진출한 다른 업종에서 이를 보전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가라면 누구나 매력을 느끼고 유혹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다. 이런 연유로 시작된 미국 기업들의 사업다각화는 그러나 대부분이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그래서 월가에서는 사업다각화를 ‘사업다악화’라고까지 표현하면서 사업다각화를 일삼는 기업에는 투자를 기피하기까지 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80년대 대기업을 시작으로 90년대에 일반기업에까지 사업다각화 바람이 거세게 불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미국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가까운 예로 식품업계에서만 보더라도 사업다각화로 실패한 기업은 수두룩하다. 대표적인 기업이 해태와 진로다. 해태의 경우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국내 최대, 최고의 제과 전문 업체였지만 정보통신업과 중공업에 진출했다가 톡톡히 쓴맛을 봤다. 진로는 경우가 좀 다르긴 하지만 소주 전문 업체가 맥주시장의 경쟁에 뛰어들었고 백화점을 지어 유통사업에 진출했다가 망한 케이스다.

껌 팔고 과자 팔던 해태가 정보통신, 중공업에서 성공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소주에서 성공한 진로가 맥주에서도 성공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그러나 이들 두 회사의 실패는 사업다각화를 꿈꾸는 다른 업체에 귀감이 되기에 충분하다.

한 분야에 성공했다고 다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로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은 오만일 수 있다. 제대로 된 노하우나 인적 자원 없이 ‘돈이 될 것 같으니까’라는 이유로 새로운 분야에 진출하는 것은 사업다각화가 아니라 사업다악화를 초래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해태와 진로의 경우 기업집단은 해체됐지만 브랜드는 여전히 소비자들로부터 꾸준한 인기를 받고 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는 제품의 성공과 기업의 성공은 분명 다르다는 교훈을 주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제품을 생산, 히트 상품으로 만든 기업일지라도 기업가의 경영 마인드나 철학, 운영방식 등이 잘못되면 제품의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회사는 망할 수 있다는 점을 가르쳐주고 있다.

최근 식품업계에 건강기능식품이 새로운 성장산업으로 각광을 받으면서 기존 식품업계는 물론 전혀 다른 업종의 기업까지도 눈독을 들이면서 너나할 것 없이 시장 진출을 시도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또 식품분야에서 성공한 일부 기업들이 식품 이외의 다른 분야에 진출하는 사례도 적지 않게 목격되고 있다.

이런 기업들은 사업다각화는 기존 사업과의 연계 하에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을 때만이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욕심과 의욕만을 앞세운 무리한 신규사업 진출은 사업다각화가 아니라 반드시 사업다악화의 결과를 초래한다는 사실을 명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