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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 ‘웰빙 바람’ 유감

김병조 편집국장
최근 사회적으로 ‘웰빙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특히 식품업계에서는 그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웰빙(well being)이란 ‘몸과 마음의 건강을 추구하는 삶’이란 개념으로 정의되고 있다.

참으로 좋은 말이다. 인간은 누구나 건강한 삶을 추구하게 마련이고 능력이나 형편이 된다면 ‘어치피 사는 인생’을 잘 먹고, 편안하게, 그리고 건강하게 살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최근 우리사회에 전파되고 있는 ‘웰빙 바람’은 뭔가 본질이 왜곡된 면이 적지 않은것 같아 유감이다. 건강한 삶을 산다는 것은 돈의 값어치로 매겨
지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지금의 웰빙 현상은 마치 비싼 음식을 먹고 좋은 제품을 사용해야 하는 것 처럼 잘못 인식되고 있는 듯하다.

그런 현상 또한 ‘웰빙’이라고 치더라도 우리나라가 처한 사회전반의 현상을 고려해볼 때 지금과 같은 웰빙 바람’이 과연 현시점에서 우리 국민에게 어울리는 현상일까. 정치적으로는 한 치 앞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혼미하고, 특히 경제적으로는 IMF 때보다도 더욱 고약한 불황이 계속되고 있다.

대학생들이 졸업 후 취업 걱정 때문에 스스로 유급을 할 정도로 청년실업이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중산층이 무너져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은 말할 필요조차 없다. ‘경제적 전과자’라고 할 수 있는 신용불량자가 360만 명이 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경제활동 인구의 거의 10%가 정상적인 생활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도 사회 한편에서는 ‘웰빙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으니 참으로 아이러니컬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민주주의 이념과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국가에서 가진 자가 멋대로 살아가는 데 대해서 누구도 뭐라고 말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더불어 사는 입장에서 보면 최근에 불고 있는 (필자가 보기에는) 때 아닌, 그리고 잘못된 ‘웰빙 바람’은 사회적 위화감을 조성하기에 충분하다.

특히 식품업계가 ‘웰빙 바람’을 핑계로 값비싼 제품을 경쟁적으로 내놓으면서 ‘웰빙 마케팅’을 벌이고 있는 것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한 식품회사에서 라면 한 봉지에 2,300원짜리 신제품을 내놓았다는 소식을 접하고 필자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어려운 사람들이 식당에서 한 끼 식사로 때우는 라면 한 그릇 값이 보통 2천원이고 그 때 사용되는 라면은 500원 안팎이다. 2,300원짜리 신제품은 무려 네 배나 비싼 셈이다.

이 뿐이 아니다. 보통의 경우 300원인 껌 한 갑에 2,200원짜리가 등장했는가 하면 두부의 경우도 보통은 800g 한 모에 1,000원 정도이지만 양은 절반인 420g이면서 값은 배가 넘는 2,400원인 제품도 불티나게 팔리면서 업체의 효자상품이 되고 있다고 한다. 이밖에 갖가지 유기농 생식이나 저칼로리, 저지방 식품들이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다.

바람은 거세게 불다가도 잠잠해질 때가 있다. ‘웰빙 바람’ 역시 그러리라는 생각으로 보면 크게 문제 될 것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경제적인 측면에서 볼 때 사회 현실과 동떨어진 과잉 바람은 거품에 불과하고 그 후유증은 반드시 남게 되어있다.

최근의 때 아닌 ‘웰빙 바람’이 사회 구성원간의 위화감을 조성하고 필요 이상의 과소비를 조장하는 일이 없도록 관련 업체의 자중과 소비자들의 현명하고 신중한 소비행태를 촉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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