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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폴리스 익산’의 정체성 탐사(2)

쌀 배후기지도 충남·전남북에 집중

동북아 푸드메카는 이미 시작됐다.


예정보다 1년 정도 늦춰졌으나 2015년 익산에 들어설 국가식품클러스터(FOODPOLIS)는 이미 올 3월 국가식품클러스터지원센터의 본격 가동으로 기업유치 활동, 교류협력, 홍보사업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본지는 푸드폴리스의 익산 조성 배경을 국가식품클러스터센터 김영애 과장으로부터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 총 6회에 걸쳐 소개한다.


두 번째 순서로 쌀 생산기지의 충남.전남북의 이점에 대해 살펴본다. / 편집자 주


국내 생산 54% 차지하는 쌀의 본고장
사통팔달 교통망 구축으로 수출 주도


 

쌀은 우리 국민의 주식이고 문화다. 더불어 한식의 전통을 지키는 세계화의 근간이기도 하다. 주식으로 사용되는 쌀은 국민 건강측면보다 영양보충·영양균형의 의미가 크다. 또 국가 경제적 측면에서는 쌀 수요를 촉진함으로써 우리 농산물 지키기, 나아가 국토 보전적인 의미도 갖는다.


그 뿐인가. 문화 가치적 측면에서 3000가지 이상의 생활상품을 만들어내는 쌀을 지킴으로써 우리 문화를 지키는 데 일조한다.


또 식품과 농산물, 의약품 사이에 존재하는 틈새시장을 활성화시켜 새로운 상품을 창출해 신소재사업으로 각광받을 수 있게 하는 것도 바로 쌀의 부가가치다.


이런 쌀의 생산기지가 전남북을 비롯 충남지역에 집중돼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는 대목. 무려 54%가 이 지역에서 생산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이 지역의 쌀 가공산업도 관심을 끌긴 마찬가지다.


특히 전북은 식품산업의 거점으로 자리 잡고 있는 만큼 쌀 수출주도권은 물론 쌀을 이용한 식품산업이 활성화돼 있기도 하다.


이들을 종합하기에 안성맞춤인 곳이 바로 익산. 사통팔달로 뚫린 교통망이 그 중심에 있는 셈이다. 이는 곧바로 수출에 유리한 여건으로 이어져 ‘동북아 푸드메카’를 가능케 한다.


◆재고미 해결특명으로 쌀산업 활성화


쌀 주산단지의 경우 쌀 산업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게 사실. 하지만 한동안 쌀 관련 산업의 동향은 그리 쾌청하지 않았다.


늘어나는 재고미를 해결하지 못해 RPC(도정공장) 붕괴는 물론 쌀 관련 가공·유통산업까지 기반이 흔들렸기 때문이다. 더구나 가공용 쌀마저 대부분 수입용으로 활용하는 탓에 문제는 자못 심각했다.


기업들도 이에 편승해 밀가루 고추장을 쌀가루로 대체하는 등 변화를 추구하지만 재고량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인 상황이었다.


이를 심각하게 인식한 정부가 쌀 재고량 해결을 위해 특명을 내렸다. 쌀가루를 활용한 산업화에 촉각을 곤두세운 것. 일명 'R10사업'으로 불리는 쌀 200만톤 소비전략을 세웠다.


이는 90%에 해당하는 연간 밀가루 수입량 120만톤을 쌀로 대처하겠다는 계획. 업계 역시 이를 주목하면서 수출도모와 함께 다양한 상품 개발에 나섰다.


정부특명인 재고미 해결. 이에 나선 RPC와 식품관련업계 움직임이 분주해지면서 푸드폴리스의 꿈도 자연스레 영글어가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수출 전략기지도 역시 전남북


수출도 전북이 한발 빨랐다. 문호가 개방되자마자 군산에 있는 제희RPC가 2007년 해외수출의 기치를 올린 것. ‘철새도래지쌀’로 당당히 대한민국 쌀 수출 1호를 기록했다.


뒤이어 경남 ‘산청메뚜기쌀’, 경기평택의 ‘슈퍼오닝쌀’, 여주의 ‘여주대왕님표쌀’, 대야농협의 ‘큰들의 꿈’ 등도 경쟁적으로 가세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있다.


이들이 타깃으로 삼는 대상은 교포들. 고국에서 온 쌀이라는 특이성과 호기심에서 인기가 좋다는 평가다. 미국의 경우 현지 판매가격은 ‘칼로스’의 4배. 아직은 가격경쟁력이 낮은 편이어서 고품질 차별화 등은 과제로 남겨둔 상태다.


한건희 제희RPC 대표(46·한국쌀수출협의회장)는 “현재 수출가격이라면 타산이 맞기는 하지만 교포를 넘어 현지인들의 입맛에 맞는 품종개량이 시급하다”며 “품질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그 지역 문화까지 감안한 수출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이어 “향후 해외시장에서 일본쌀과의 경쟁이 불가피하다”면서 “미국과 캐나다, 호주, 필리핀, 러시아, 유럽 등 세계인들의 입맛을 공략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쌀 수출이 가능해진 것은 뭐니뭐니해도 고품질 쌀. 그 중심에 쌀시장 개방대비 품질강화를 목적으로 농진청이 2006년부터 전국 42개단지 생산을 주도했던 ‘탑라이스’가 있다. 익산도 순수미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으며 군산, 정읍, 남원, 김제도 생산거점으로 활용되고 있다.


실제로 전북쌀은 전 세계 50여개국에 지점을 둔 다국적 식품기업 일본의 JFC사(Japan Food Corporation) 수출길도 열었다. 호주와 뉴질랜드, 독일, 홍콩, 러시아 등 일식당에 연간 1000t의 전북쌀을 초밥용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국내산 쌀이 초밥용으로 일본에 수출되는 것은 전북쌀이 처음이다. 이번에 수출되는 전북쌀은 차진 맛이 뛰어나고 윤기가 좋은 ‘신동진벼’로 일본의 대표 품종인 고시히카리에 대적할만하다는 평가다.


전북도 관계자는 “최근 5개월 동안 JFC에서 맛과 품질에 대한 평가를 실시한 결과, 신동진벼가 초밥용으로 적합하다고 판정됐다”며 “앞으로도 품종개량에 힘써 고품질벼는 물론 기능성 쌀 개발에도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전북쌀의 승승장구는 내수시장에서도 이어졌다. 올해 고품질브랜드쌀 평가에 옥토진미골드(군산 회현농협), 큰들의 꿈(군산 대야농협), 순수미골드라이스(익산 명천RPC), 상상예찬골드(김제 공덕농협), 철새도래지쌀(군산 제희RPC), 못잊어 신동진(군산 옥구농협), 무농약쌀지평선(김제 새만금농산) 등 7개가 선정된 것.


특히 고품질쌀 평가는 전국에서 출품된 51개 쌀중 12개만 선정하는데다 품위평가는 물론 전문가식미평가, 소비자 만족도 평가, 현장평가 등 까다롭게 선정하는 것이어서 그 의미는 남다르다.


전국 총 쌀 수출량의 46%를 차지하고 있는 전북. 이 역시 푸드폴리스의 센터임을 여실하게 증명해주고 있는 셈이다.


◆미래시장 선점할 사업다변화도 주목


쌀의 소비형태중 95%이상을 차지하는 것이 밥. 싱글족·노인인구 증가 등으로 내식사업은 줄고 자연스레 반조리식품(HMR) 판매업과 외식산업이 발달한 이유다. 이로 인해 푸드서비스·위탁급식·편의식사업(냉동 밥, 레토르식품, 즉석포장밥, 편의점도시락, 테이크아웃 도시락, 배달도시락 등)이 급성장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


전문가들은 앞으로 장기 유통이 가능한 무균포장밥이나 냉동밥 등의 시장이 막강해질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밥공장, 떡 자동화 공장, 죽류 등을 생산할 수 있는 복합 쌀 가공공장을 유치해 쌀 소비와 함께 수출기반을 형성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 대열에는 충남이 가장 먼저 나섰다. 충남도는 최근 수출을 위한 쌀 가공시설 규모화와 대규모 쌀 가공업체와의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안정적인 판매망 확보에 노력중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수출업체 30개사를 중심으로 5년간 200억 원을 지원해 시설규모화와 HACCP기준의 현대화 대목. 즉석밥, 죽체인점 등 대규모 쌀 가공업체와 MOU를 체결하고 계약재배도 확대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본죽과, 올 상반기는 한화리조트 등 대형 소비처와 MOU를 체결하고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춰가고 있는 것이다.


전북도도 중소기업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기는 매한가지. 볶음밥을 풀무원에 납품했던 김제 한우물영농조합은 볶음밥 6종 세트를 캐나다에 수출했다. 연내 미국, 러시아, 호주 등에 100여 톤의 수출 계획도 가지고 있다.


최정운 한우물 영농조합 대표는 “지역 농업의 활로개척과 농가 소득원의 다양화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어 매우 뜻 깊다”며 “지속적인 해외시장 관리와 개척을 통해 수출을 늘려가겠다”고 말했다.
 

내수시장의 변화도 눈에 띈다. 전주 명물인 콩나물국밥집 ‘현대옥’이 프랜차이즈로 전국적인 바람몰이에 나섰으며 행복하누, 전주시와 전주시비빔밥연합회, 청호씨푸드, 부안군 등 지자체 등도 식품회사와의 공동연구 개발을 통해 해당 지자체의 특산품과 기업 브랜드의 국제 인지도 높이기에 부산하다.


전문가들은 “쌀산업의 다변화는 단지 국밥이나 비빔밥, 볶음밥 수준에 머물지 않을 것”이라면서 “기존 제품을 표준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메뉴개발도 다양하게 이뤄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불고기, 전주비빔밥, 미역국, 참뽕음료 등 우주식품 역시 정읍방사선과학연구소 작품이다. 이처럼 전북지역의 식품산업은 한식을 넘어 세계로 우주까지 넘나들고 있는 상황. 푸드폴리스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내다보게 하는 대목임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