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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폴리스 익산’의 정체성 탐사

(1)프롤로그 - 왜 익산인가

동북아 푸드메카는 이미 시작됐다.

 

예정보다 1년 정도 늦춰졌으나 2015년 익산에 들어설 국가식품클러스터(FOODPOLIS)는 이미 올 3월 국가식품클러스터지원센터의 본격 가동으로 기업유치 활동, 교류협력, 홍보사업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본지는 푸드폴리스의 익산 조성 배경을 국가식품클러스터센터 김영애 과장으로부터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해 총 6회에 걸쳐 소개한다.

 
첫 번째 순서로 ‘왜 익산인가’를 주제로 푸드메카로서의 익산의 이점에 대해 살펴본다. / 편집자 주

 


농축수산 생산 활발.전통 음식문화 자원 풍부 
물류비 절감, 연구기관 집적으로 천혜의 조건
 

전주는 우리나라의 음식문화를 대표하는 지역이다. 국내 최고 음식을 가리는 한국음식대전에서 도내 요리사들이 무더기로 수상했다는 것에서도 이는 입증된다. 또 지난 2005년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이 조사한 전주의 대표 이미지는 ‘전통 음식’이 47.8%로 가장 많았다.

 
전주라는 지명을 붙인 음식점은 또 어떤가. 올 현재 전국 전화번호부에 등재된 음식점만도 8만3359개 중 1223개에 달한다. 이는 ‘서울(2343개)’과 ‘부산(1424개)’에 이어 세 번째.


구구절절 얘기한다는 것은 사족일 뿐이다. 전주가 이처럼 한국 최고의 맛 고장으로 유명해진 이유는 전통적으로 음식 재료가 좋았기 때문. 말하자면 지리·환경적으로 우순풍조(雨順風調).어염시초(魚鹽柴草)가 가능했던 연유다.


이처럼 예로부터 ‘식재전주(食在全州)’로 불린 전라도 중심지인 전주. 그럼에도 식품클러스터가 익산으로 유치된 이유는 원활한 교통망에서 기인한다. 주변에 널린 농축수산물 경작지, 식품문화의 원형을 수렴하기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농축수산업 생산기지의 거점


식품소재로 활용되는 농축수산업은 식품산업의 커플산업으로 꼽을 수 있다. 그런 연유로 푸드밸리의 배후기지인 전북은 물론 전남, 나아가 충남지역의 농수축산물 생산기지를 주목하는 것이다. 또한 이들을 아우를 수 있는 센터로 익산은 안성맞춤인 셈이다.


무엇보다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는 쌀에 대한 관심은 놓칠 수 없다. 쌀 생산량은 현재 충남을 비롯해 전남북이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특히 전북은 쌀을 원료로 한 가공산업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중심지로 자리매김한지 오래다.


쌀빵에서 햅쌀막걸리로 진화한 쌀은 우주식품으로까지 지경을 넓힌 상황. 전주비빔밥을 비롯한 불고기, 미역국, 참뽕음료 등이 러시아 연방국립과학센터(SSCRF) 산하 의생물학연구소(IBMP)의 최종 인증평가를 통과한 것이다.


쌀 뿐 아니라 김제의 우리보리 재배단지를 비롯해 정읍과 익산의 콩주산지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 게다가 김제 파프리카와 고창·순창의 복분자, 논산 딸기, 나주 배, 전주복숭아, 백구포도 등도 다양한 식품산업을 견인하는 키워드다.


6년근으로는 전국 80%를 차지하고 있는 진안 홍삼한방센터와 남원 허브단지 등 한약재도 식품산업의 훌륭한 소재임은 불문가지. 축산물도 빼놓을 수 없다. 축산물가공 전국 2위로 꼽히고 있는 정읍 한우단지와 장수한우단지, 임실 치즈, 아시아 최대도축장을 자랑하는 김제 목우촌, 익산 하림도 관심권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수산물도 풍부하긴 마찬가지다. 곰소.강경 젓갈과 천일염, 고창 부안 김제 군산 등 새만금권의 각종 수산물도 꼭 필요한 소재가 아닐 수 없다.
 

◆소재수렴 용이한 ‘물류의 허브’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는 게 보배다. 이를 쉽게 수집하기 위한 교통망은 식품산업의 핵심. 서해안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는 물론 대전~진주간 고속도로, 익산~포항간 고속도로가 사통팔달로 연결돼 있는데다 KTX, 군산~장항간 철도, 전라선복선전철화 등으로 빠른 시간 내 조달받을 수 있음은 물론이다.


그 뿐인가. 판로 역시 중요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 동북아 인구 1백만 이상의 61개 도시가 비행 3시간 거리 이내에 있다는 사실은 이를 입증해주고도 남는다. 지리적 여건으로 볼 때도 동북아의 허브역할이 충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방옥균 식품공업협회 상근부회장은 “기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물류비 절감은 늘 고민하는 대목”이라며 “익산의 입지적인 조건은 동북아 허브를 자처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윤서용 계장(익산시청 식품클러스터추진단)도 “지리적 조건은 물론 대규모 원료생산지가 인접해 있어 최적의 거점지라고 장담한다”면서 “동북아 식품시장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전망했다.


◆전통 식품문화의 원형도 산재


익산 주변에는 한옥.한지.한글.한음(판소리).한식 등 한스타일 콘텐츠의 원형이 즐비하게 널려있는 게 사실. 거기다 이들 콘텐츠들이 한데 어울려 있어 문화자원으로 활용하기가 매우 용이하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일예로 전주비빔밥, 전주한정식, 전주콩나물국밥 등 음식의 본향으로 꼽히는 전주는 먹거리만큼 볼거리 자산도 많다고 소개한다. 대사습 대회 등이 그 예라는 것. 판소리의 고장인 남원도 추어탕이 유명하고, 동편제의 고향인 고창엔 풍천장어가 유명하다.


그 밖에도 천일염, 고추장, 된장, 젓갈, 간장 등 장류는 물론이고 한국 대표음식인 김치를 빼놓을쏜가. 말하자면 발효식품의 거점으로도 충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삼한시대 마한에 속했던 익산도 빼놓을 수 없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삼국시대 백제의 수도로 기능했던 이 지역은 농산물에 의지해 경제적 기반을 마련했다”면서 “특히 백제가 중국 남북조시대의 육조문화를 받아드리는 길목에 위치해 그 영향력은 결코 축소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신라말기 완도 청해진을 근거로 당나라의 등주(登州) 화이난(淮南)과 일본의 하카타(博多) 사이에 해상무역이 성행했던 당시 이 지역의 역할은 요즘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막강했다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음식문화가 발전할 것은 물어보나마나 라는 것.


신동화 한국장류기술연구회 회장(전북대 명예교수)은 “충남을 비롯 전남북의 청정한 식품자원도 손꼽을 수 있으나 알토란같은 식품문화의 원형이 남아있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이런 점들을 체계적으로 종합할 수 있는 익산이 식품클러스터의 적지”라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또 “전주비빔밥은 사실 전주십미(十味)와 김제 쌀, 무진장 산채가 배합된 완성품”이라면서 “실제로 ‘전주’라는 지리적표시제는 어려움이 따른다”고 설명했다.


◆집중된 연구기관도 큰 자산


전북도가 오래전부터 농도를 대표했던 만큼 현재 도내에는 다양한 식품관련 연구기관이 입주해있는 상태. 뭐니 뭐니 해도 대표적 기관은 정읍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 방사선 과학연구소라고 꼽는다. 우주식품을 개발해 국제적으로 인정받았으니 그 상징성이 막강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


이밖에 안전성평가연구소, 전주의 생물산업진흥원, 기능성식품임상센터, 순창장류연구소와 전주생물연구소, 고창복분자연구소, 임실치즈 연구소, 진안홍삼연구소, 부안오디연구소, 임실고추연구소, 부안참뽕연구소, 곰소젓갈발효센터 등 식품개발을 위한 연구개발 인프라도 자못 탄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시군별로 조직된 식품관련 사업기반도 시너지를 창출하기엔 충분하다고 평가한다. 지리산 자생식물기반 허브클러스터를 비롯 무주 산머루클러스터, 진안 홍삼·한방산업클러스터, 완주 감산업클러스터, 남원 흑돈클러스터, 순창 장류클러스터 등은 지역별 특화는 물론 식품산업 기반으로 주목할 것을 권했다.


혁신도시 프로젝트가 계획대로만 완성되면 더 이상 좋을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 전주·완주 일대에 농식품 소재산업을 위시해 서울대 농대, 농협중앙회, 한국식품연구원, 과학기술연구원(KIST)전북분원, 농진청 산하 4개 연구기관 등이 모여든다면 국제적으로 내놓아도 손색없는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고 강조한다.


두재균 전 발효식품엑스포조직위원장(전 전북대 총장)은 “혁신도시만 완성되면 전북은 식품산업의 완벽한 거점기지가 될 수 있다”며 “아울러 익산식품산업클러스터도 국제경쟁력을 갖춰 시스템적으로 국제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적자원 고민도 노우


거대한 프로젝트를 완성해놓고도 운영할 인력이 없다면 그야말로 찐빵에 앙꼬 없는 격. 농식품부와 전북도, 익산시는 인적 인프라 확보를 위해 정례적으로 인재풀 간담회를 갖는 등 대책마련에 분주하다.


전문가들은 이 역시 낙관적으로 전망한다. 일단 전북대, 원광대, 전주대, 우석대, 군산대, 전주기전대학 등 대학마다 개설된 관련학과를 주목하면서 우리나라 최대 곡창지대로 농업인구가 풍부한 점도 꼽는다.


전문가들은 “최근 원광대 한방기능성식품사업단이 ‘2010 국가식품클러스터 교류협력사업’ 실행기관으로 선정된 사례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며 “이런 과정을 거친 학생들은 준비된 인재가 아니겠느냐”고 반문한다.


전문가들은 또 관련업체도 간접적인 인적양성기관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 삼양사·대상·오리온·하이트·하림 등 글로벌 식품기업을 비롯해 임실치즈·완산골명가·남노갈비 등 프랜차이즈본부도 한몫 거들 수 있다고 분석하는 것이다.


김미리 식품관련학회연합 회장(충남대 식품영양학과 교수)은 “인적 자원은 절대 소홀히 할 문제가 아니다”면서 “대학이나 조직 시스템만 의존하지 말고 실제 기업들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