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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 교수 칼럼> 간·담에 좋은 에너지 주는 식재료

간과 담에 좋은 에너지는 목 에너지(木氣)이다.


목 에너지는 여섯 가지 에너지 중에서 생명을 뿌리내리게 하는 곧은 힘과 어린 생명을 키우는 부드러운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사계 중에서 봄에 목 에너지가 가장 강하고, 봄철에 나오는 나물에 목 에너지가 가득한 것이다. 사람도 역시 어릴수록 목 에너지가 강하다.


목 에너지의 맛에는 우리 몸에 열을 내려주는 음(陰)의 에너지인 신맛과 열을 올려주는 양(陽)의 에너지인 고소한맛이 있다. 그리고 냄새에도 음의 에너지인 신 냄새와 양의 에너지인 고소한 냄새가 있다. 이러한 목 에너지의 맛과 냄새는 우리 몸속에서 간과 담에 상응하여 에너지를 준다.


목 에너지를 가지는 식재료 중에서 신맛과 신 냄새를 내는 종류는 누구나 우선 식초를 떠올릴 것이다.


식초의 신맛과 신 냄새는 간장에 큰 에너지를 준다. 우리 몸에서 간의 기운은 근육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식초를 많이 먹으면 몸이 유연해 진다는 속설이 틀린 이야기만은 아니다. 결국 근육의 피로 회복에는 신맛을 내는 다양한 식재료가 좋다는 말이다.


신맛을 내는 과일로는 당연히 레몬과 석류이고, 오렌지, 자두, 자몽, 탱자 등이 포함된다.


이들은 모두 덜 익었을 때는 신맛이 가장 강한데, 종류에 따라서는 쓴맛이 석여있을 때도 있다. 이들 신맛(木氣)과 쓴맛(火氣)은 다른 맛에 비해, 열기를 많이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들은 태양의 열(熱)과 빛(火)을 더 받으면, 토 에너지(土氣)가 강해져서 단맛이 강해지고 물기도 많아진다(火生土). 그래서 봄철에 시거나 쓴 과일들은 수확시기의 늦여름이나 초가을에 단맛이 강해지고 수분 또한 많아진다.


반면에 고소한 맛과 냄새를 내는 식재료로는 참기름이 대표적이다.


참기름의 고소한 맛과 냄새는 담에 좋은 에너지를 준다. 이외에 고소한 맛과 냄새를 내는 식재료로는 볶은 땅콩, 볶은 참깨, 볶은 콩 등이 있다. 이들은 모두 종자에 열을 가해 볶거나 익힌 것으로 내재된 기름을 유출시켜 고소한 맛을 낸 것들이다.


이때 볶아서 수 에너지를 발산시키는 대신에 물을 이용해 찌게 되면 고소한 목 에너지보다는 약간 비릿한 느낌이 생기면서 식감도 단단해지는 토금(土金) 에너지가 강해지게 된다. 콩을 쪄보면 쉽게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찐 후에는 다시 말려서 가루로 만든 다음 이용하는 것이 좋다.


우리가 땅 속 부분을 이용하는 식물들 중에서는 땅콩의 고소함을 능가하는 종류는 없는 것 같다. 날 땅콩은 약간 비릿하고 알싸한 맛과 느낌을 주는데 열을 주어 볶으면 이런 금수(金水)의 에너지가 수목의 에너지로 바뀌어 고소함이 나온다.


이렇게 볶은 땅콩을 짜게 되면 고소한 기름이 나온다. 이는 깨를 볶아서 짜면 고소한 참기름이 나오는 이치와 같다.


사실 우리가 자연의 식물에서 식용으로 얻는 종자들은 약간의 금(金) 에너지와 대부분의 수(水) 에너지로 이루어져 있다.


때문에 땅속에 뿌려진 종자들은 지열을 받으면 금 에너지가 녹아내려(火克金) 수 에너지를 보충해주고(金生水), 수 에너지는 목 에너지의 새순으로 변화하게 된다(水生木).


이래서 수 에너지가 생명을 탄생하게 한다고 한다. 사람도 모태 안의 양수 속에서 생명을 시작한다는 사실을 상기해 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팥, 수수, 기장, 현미, 콩, 옥수수 등 육곡 중에서 가장 고소한 맛과 냄새를 내는 종류는 팥과 수수이다. 사실 육곡은 모두 양 에너지가 내재된 식재료로서, 열을 주게 되면 완연히 양 에너지를 발산하게 된다.


이 중에서도 팥과 수수는 양 에너지가 가장 많고 다음으로는 옥수수, 기장, 콩, 현미 순이다.


팥과 수수에 열을 주면 목 에너지가 많은 팥은 화 에너지가 많은 수수에 비해 오래 걸려 뜨거워지지만 더워진 열기는 오래간다. 이유는 팥은 목 에너지가 많고 수수는 쓴맛의 화(火) 에너지가 많기 때문이다.
 

팥에 열을 가해 음식을 만들면 내재된 열이 강하게 발산하게 된다. 그래서 죽 중에서 가장 뜨거운 죽이 팥죽이고, 떡 중에서 팥고물이 들어간 종류가 잘 쉰다.


동지(冬至)에 팥죽을 먹는 이유는 겨울이 끝에 다다랐을 때 즉, 추위가 제일 강해져 갈 무렵에 우리 몸속을 데워주는 것이다. 동지의 팥죽은 겨울철 추운 음 에너지(陰氣)에 움츠러든 담에 열을 주어 몸을 풀어주는 보약과 같은 역할을 한다. 새삼, 선인들의 지혜가 놀라울 뿐이다.


채소들 중에서는 부추가 다른 종류들에 비해 목 에너지가 강하다. 씹어보면 뒷맛이 고소한 맛이 약간 난다는 것을 느낌으로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부추는 예로부터 부엌에서 나오는 재와 같은 거름을 많이 뿌려주는 텃밭에서 잘 자란다.


거름은 일반적으로 썩혀서 만드는 것으로 수목(水木) 에너지가 많다. 이렇게 거름이 좋은 토양에서 자라는 부추는 당연히 목 에너지가 강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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