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향토 소주업체 대선주조 인수전이 동종 주류업체와 부산에 기반을 둔 향토기업간 한판승부가 될 전망이다.
3일 대선주조와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대선주조 채권단이 매각주체로 나선 이번 인수전에는 '처음처럼'의 롯데주류를 운영하고 있는 롯데칠성음료와 경남 소주 '화이트'의 무학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또 부산의 조선기자재업체인 비엔그룹과 부산의 주택업체인 삼정도 인수의향서를 제출해 결국 기존 소주업체 2곳과 향토기업 2곳 등으로 인수기업이 압축되고 있다.
같은 소주업체인 롯데칠성과 무학의 경우 동종 업체를 인수해 시장점유율과 시너지를 높이겠다는 의도에서 대선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롯데칠성은 '처음처럼'을 인수한 뒤 2009년부터 부산시장 공략에 나섰으나 대선의 높은 벽과 저도주 '좋은데이'를 앞세운 무학의 공세앞에 최근까지 한자릿수 시장점유율을 극복하지 못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롯데칠성이 대선주조를 인수할 경우 부산시장 점유율 확대와 함께 전국 소주로서의 이미지를 확고히 굳힐 수 있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반면 '좋은데이'를 앞세워 최근까지 부산시장의 절반가량을 잠식하고 있는 무학은 대선주조가 자칫 대기업인 롯데칠성쪽으로 넘어갈 경우 대선은 물론 롯데칠성까지 상대해야 하는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는 인식에서 이번 인수전에 동참했다.
무학은 지난해 1차 인수전에서는 부산상공계 컨소시엄과 함께 참여 의사를 타진하다 결국 포기했으나 이번 재입찰에서는 단독으로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무학 이종수 상무는 "대선주조와 무학은 원래 한뿌리에서 시작됐다"며 "지역 소주시장의 기반은 지역업체 스스로 지켜내야 하는 만큼 대기업보다는 지역시장을 살리고 지역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무학에서 대선을 인수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의 향토기업인 비엔그룹과 삼정은 대선주조 인수를 통해 사업다각화를 꾀하고 지역경제 파수꾼의 역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비엔그룹은 조선기자재 등 제조업 중심의 그룹 포트폴리오를 소비재 산업으로 다각화하고, 지역기업으로서 향토기업인 대선주조를 책임있게 경영하기 위해 인수전에 참여하게 됐다고 밝히고 있다.
삼정 이근철 회장도 "현재 대선주조가 시장점유율 하락으로 크게 위축되고 있지만 80년 전통의 향토기업으로서의 위상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며 "책임있는 경영주체로 나서 대선주조를 다시 부산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향토기업으로 되돌려 놓겠다"고 말했다.
한편 부산지역 시민.사회단체도 향토기업 살리기 차원에서 대선주조 인수전에 적극 개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이번 인수전의 또 다른 변수가 될 전망이다.
부산지역 175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향토기업 대선주조 되살리기 시민행동'은 최근 성명을 내고 "대선주조 매각은 향토기업으로 최우선돼야 한다"며 "향토기업 하나가 아쉬운 부산경제에서 80년 전통의 대선주조는 반드시 향토기업이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