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 수출 지원기구인 농수산물유통공사(aT)가 세계적 곡물 기업인 카길, ADM 같은 국제곡물회사로 탈바꿈한다.
aT는 또 직접 수출 업무를 수행하는 농식품 수출 종합상사로도 변신한다는 구상이다.
aT는 내년까지 곡물의 주 시장인 미국에 국제곡물회사를 설립하고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 지역 같은 미개척 시장에 진출해 준(準) 메이저 곡물기업으로 성장한다는 방안을 11일 발표했다.
곡물회사는 현지 농장이 생산한 곡물을 매집하거나 이들과 계약재배를 해 곡물을 확보한 뒤 이를 국내로 들여오거나 해외 구매자, 선물시장, 식품가공회사 등에 팔게 된다.
허훈무 aT 기획실장은 "국제 곡물시장은 셀러(판매자) 중심 시장이어서 우리가 필요한 물건을 제대로 공급받기 어려운 구조"라며 "곡물을 싼값에, 안정적으로 확보해 식량 안보를 지키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곡물은 돈을 줘도 구할 수 없을 때가 있는 데다 우리가 원하는 품질이나 품종을 찾기도 힘들다는 것이다. 특히 공급량의 변동성이 심하고 투기자본마저 개입해 가격의 출렁임도 크다.
곡물회사 설립은 생산 단계에 물건을 확보해 확실한 공급선(線)을 갖추고, 국제 시세의 변동에 덜 영향을 받겠다는 구상이다.
aT는 미국에 곡물의 저장.선별.유통설비인 '엘리베이터' 1∼2개를 지분 참여나 인수.합병(M&A)으로 확보해 운영 노하우를 습득하면서 동시에 곡물 메이저의 영향력이 약한 동남아, 중앙아시아 등에 진출할 계획이다.
곡물이 선물(先物) 거래되는 미 시카고 상품거래소(CBOT)에도 참여해 경험을 쌓고,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인도네시아, 베트남, 캄보디아 등의 곡물시장에 참여할 예정이다.
2015년까지 국내 곡물(콩.밀.옥수수) 수입량 1400만t 중 30%인 400만t을 이 곡물회사를 통해 들여온다는 목표다.
aT는 또 해외 대형 유통조직에 농식품을 대량 수출하는 일에 직접 뛰어들기로 했다.
영세한 국내 수출업체와 교포시장의 영세 바이어를 대상으로 한 취약한 수출 구조로는 2012년까지 농식품 100억 달러 수출이란 목표를 이루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허 실장은 "소규모의 많은 수출업체를 간접적으로 수출 지원만 해서는 대형 거래선을 확보하고 수출 시장의 규모를 키워 나가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aT가 농식품 품목별 대표조직, 소규모 생산자 등과 재배.납품계약을 맺고 대량 공급에 나선다는 것이다. 다만 품질 관리를 위해 일정한 규격 기준을 제시하고 이를 맞춘 제품에만 가칭 'aT 코리아'란 브랜드를 쓸 계획이다.
aT의 업무가 이렇게 바뀌면 aT는 정부 업무를 대행하는 준정부기관에서 시장형 공기업으로 변모한다. 이를 위해 662억원인 자본금을 2015년까지 1조원으로 늘리고 조직.인력도 증원할 계획이다.
허 실장은 "국제 곡물회사로 변모하려면 농수산물유통공사법을 개정하고 대규모 재정 지원도 뒤따라야한다"며 "종합상사로 변신하더라도 민간 수출업체와 경쟁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