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원군 내 오창농협 직원들이 다른 지역 쌀을 사들여 원산지를 속여 판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충북 도내 지역농협에서 생산, 시판되는 특산물 전체의 이미지 훼손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산 쌀을 섞어 파는 것 아니냐'는 의혹 제기로 시작된 충북지방경찰청의 수사 결과, 중국산 쌀은 아니지만 다른 지역의 벼를 사들여 정미한 뒤 마치 '오창쌀'인 것처럼 원산지를 속여 판매한 혐의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사실 도내 지역농협이 다른 지역의 농산물을 구입해 특산물인 것처럼 속여 팔다 적발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보은농협 직원들이 기상이변으로 대추 수확량이 크게 줄어들자 경북에서 생산된 대추 1만1000kg을 구입한 뒤 이를 보은대추처럼 속여 팔다 적발돼 조합장이 사퇴하고 직원들이 사법처리되는 '사태'가 빚어졌던 적이 있다.
'보은대추 사기 사건' 이후 농협 충북지역본부는 도내 각 지역농협 경제사업 담당자 등 150여명을 불러 농산물 원산지 정의 및 표시 방법, 처벌 및 벌칙 등 특별교육을 실시하며 기강 확립을 꾀했으나 무용지물이었던 셈이다.
더욱이 쌀 원산지를 속여 팔다 적발된 이번 사건은 '보은대추 사기 사건'이 터진 이후 불과 1년여만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전해주고 있다.
각종 부패에 대한 '읍참마속'식의 철저한 징계가 필요했음에도 이미지 실추를 피하기 위해 자신들의 잘못을 감추며 국민의 눈을 속이는 데만 급급했던 농협이나 청원군의 무책임한 대응이 오히려 이번 사건을 키웠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농협은 청원군 내 한 미곡종합처리장(RPC)에서 중국산 쌀을 혼합해 판매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마자 전수조사를 실시하고도 "이 RPC에 남아 있는 모든 쌀에 대해 성분을 조사한 결과 중국쌀과 혼합된 쌀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전수조사를 철저히 실시했다면 중국산 쌀이 포함돼 있지 않다는 것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 쌀이 자신들의 브랜드 쌀에 포함돼 있다는 것을 충분히 발견하고도 남았을 법 하지만 이런 사실은 정작 외부로 알려지지 않았다.
더욱이 오창지역의 쌀조합공동사업법인이 농산물품질관리원의 GAP(우수농산물관리제) 관리시설로 지정되는 웃지못할 사건도 벌어졌다.
법적인 관리책임이 없는지는 몰라도 지역 내 브랜드를 관리해야 하는 청원군 역시 이번 사건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창원군은 중국쌀 혼합판매 의혹이 군내 특산물인 '청원 생명쌀'로 불똥이 튈까 싶어 시급히 기자회견을 열고 "청원 생명쌀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히며 진화에 나섰지만 문제의 쌀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찰 수사 2개월여만에 진실이 파헤쳐짐에 따라 변명으로 급급했던 농협과 청원군의 태도는 충북지역 특산물에 대한 이미지 실추에 일조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