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덥고 건조한 가을날씨가 이어지면서 속리산과 월악산 등 충북지역 주요 산림에 야생하는 버섯이 자라지 않고 있다.
17일 보은군 속리산 일대 주민들에 따르면 이달 들어 본격적인 야생버섯 채취가 시작됐지만 연일 섭씨 30도를 넘나드는 불볕더위와 건조한 날씨 탓에 버섯 구경하기가 힘들다.
'가을 산의 진객'으로 불리며 높은 값에 거래되는 송이는 무더위로 발아가 제대로 되지 않아 채취량이 거의 없는 상태이며, 능이.싸리버섯도 제대로 성장하지 않거나 말라 비틀어져 상품성이 없다.
보은군 산외면 산림부산물채취작목반 김기용(64) 반장은 "요즘 20여명의 회원이 버섯채취에 나서고 있으나 송이는 아예 없고 싸리나 잡버섯을 조금 따는 정도"라며 "하루 송이 20~30㎏ 등 100㎏ 안팎의 버섯을 따던 작년에 비하면 10분의 1도 안되는 양"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틀 전 속리산 일원에 쏟아진 소나기가 야생버섯 생장에 큰 보탬이 되겠지만 무더위가 꺾이지 않는 한 예년처럼 풍성한 수확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작목반은 해마다 보은군청에 100만원 가량의 임대료를 내고 속리산 주변 국.공유림 200여㏊를 대여받아 버섯을 채취했으나 올해 수확량이 기대에 못미치자 임대계약을 미뤄놓은 상태다.
제천시 월악산 주변 주민들도 작년 이맘때 하루 100㎏가량 채취하던 송이를 올해는 1~2㎏도 따지 못했다.
이 때문에 작년 9월께 월악산 일원서 채취된 송이 500㎏을 자체 수매했던 제천시 청청면 학현리 주민회는 아직 수매계획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마을 이장 김동춘(52) 씨는 "작년 이맘때는 주민들이 하루 40~50㎏의 송이를 땄는 데 올해는 지금까지 3~4뿌리 구경한 게 고작"이라며 "산에 오르면 지천이던 싸리나 밤버섯까지 싹이 말라 버섯 구경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충북도산림환경연구소 이귀용(52) 연구사는 "추석 이후까지 늦더위가 이어지는 데다 강수량도 거의 없어 버섯포자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다"며 "송이의 경우 지표온도가 19℃ 이하로 떨어져야 본격적으로 나기 시작하는 데 올해는 여건이 매우 좋지않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