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중에 알려진 의학 상식 중에는 잘못 회자되고 있는 것이 많다. 체질에 관한 것도 마찬가지다.
일부에서는 체질이 변한다고 얘기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필자를 찾아오는 환자들 중에는 체질을 변화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다.
더욱 답답한 것은 사상의학에 관심이 좀 있다는 사람들 가운데에서도 체질의 본질을 곡해하여 왜곡된 이야기를 하면서 마치 그것이 옳은 것인양 이야기 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대표적인 예가 단지 장부의 크기만을 논제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다.
즉 각 체질은 어떤 원인에 따라 폐, 비, 간, 신 등 장부의 크기를 달리 하는데 혹자들은 이런 이유를 무시한 채 결과만 가지고 다른 이론에 접목시켜 사상의학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
그렇다면 사상의학에서 장부의 크기는 어떻게 형성되는 것일까?
이 대목에서 이제마 선생이 쓴 의학서 ‘동의수세보원’이라는 사단구조로 보았다.
인간이 갖고 있는 애노희락의 마음이 순리대로 나간다면 성이 되고 반대로 가게 되면 정이 되며, 바로 이 애노희락의 성정에 의해 선천적으로 장부의 대소가 결정되는 것이라 설명하였다.
또한 육체적인 현상뿐만 아니라 병이 발생하는 것도 애노희락의 마음에 따라 나타난다고 적고 있다.
이를 근거로 사상체질에 따른 장부의 크기를 살펴보자.
태양인의 장부 크기
태양인은 폐대간소형이다. 애성이 멀리 퍼져나가면 사람들이 서로 속고 속이는 것을 슬퍼하는 마음이 넓게 퍼져 폐가 커지게 되고, 노정이 발생하면 자신을 업신 여기는 것을 노여워하게 되어 간이 작아진다.
태음인의 장부 크기
태음인은 간대폐소형이다.
이는 희성이 널리 퍼지면 서로 돕는 것을 기뻐하는 마음이 확대되어 간이 커지고, 낙정이 발생하면 다른 사람이 자신을 보호해 주는 것에 대한 즐거움이 폐를 작게 한다.
소음인의 장부 크기
소양인은 노성과 애정으로 서로를 업신여기는 것에 대한 노여움과 슬품이 비장과 신에 영향을 미쳐 비대신소형이다. 즉 비장은 크고 신장은 작다.
소음인의 장부 크기
소음인은 즐거워하는 마음이 깊고 기뻐하는 감정이 조급해 신은 커지고 비는 작게 되어 신대비소형이다.
이렇듯 이제마 선생은 장부의 대소가 애노희락의 마음과 감정에 의하여 결정이 된다고 하였다.
사람의 체질은 과연 바뀌나
지난 1998년도에 필자는 인터넷 홈페이지(www.wooree.com)를 개설했다.
우리 한의학도 알리고 환자들이 용기와 시간이 없어 병원을 찾지 못할 경우 사이버 상담을 통해 환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히 풀어줄 요량이었다.
필자의 생각이 적중했는지 예상치 못한 반응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개설한지 몇 개월이 채 되기도 전에 많은 사람들이 홈페이지를 방문하는 등의 관심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그런데 환자들과 사이버 상담을 할 때면 우리 의학인 사상체질의학을 연구하고 치료하는 의학자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한 달 전쯤인가 알레르기성 두드러기로 고생하고 있다는 N씨가 어떤 병원에 가니 자신의 두드러기가 체질 때문에 발생한 것이므로 체질을 바꿔주는 주사를 맞으면 고칠 수 있다는 말을 담당의사로부터 들었다며 그에 대한 효과를 물어왔다.
이 뿐만이 아니다. 체구가 작고 변비가 심하다는 L양은 자신이 허약한 것이 체질 때문인 것 같다며 체질을 바꾸고 싶다는 요지의 상담을 해오기도 했다.
진료를 하다보면 이처럼 ‘체질을 바꾸고 싶다’혹은 ‘체질은 어떻게 바꿀 수 있나’하는 식의 질문을 자주 받는다. 그러나 이는 질문부터가 잘못된 것이다. 사상체질의학적으로 볼 때 체질은 바뀌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N씨의 경우처럼 진료한 의사가 주사를 통해 체질을 바꿀 수 있다고 했다면, 이는 치료를 통해 체질을 개선할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지 본래의 체질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곱슬기가 심한 사람이 머리 모양새가 싫어 스트레이트 퍼머를 했다고 하자. 그렇다고 이 사람의 머리카락이 남들처럼 직모가 되겠는가?
처음에는 쭉쭉 뻗은 머리카락이 되겠지만 퍼머기가 없어지면 곱슬곱슬한 제 모습으로 돌아가게 된다.
같은 의미로 한 번 타고난 체질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 사상체질의학의 원칙이다. 비록 개선한다고 하더라도 체질적 속성은 남아있게 마련인 것이다.
따라서 자신의 체질을 정확하게 알고 체질의 장단점에 맞게 생활하는 것이 최선의 건강 비법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