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귀염둥이 딸아이가 벌점 스티커를 받아왔다. 학교에서 잘하면 칭찬스티커를, 못하면 벌점스티커를 주는 모양인데 덜컥 벌점스티커를 받아온 것이다.
내용인즉 급식을 빨리 먹지 못해서라고 한다. 점심시간이 충분한데 어떻게 급식을 다 먹지 못하고 벌점을 받았을까 무척 궁금했다.
급식은 성장기 아이들의 건강과 성장을 증진시키고 올바른 식습관과 식사예절을 익힐 수 있는 좋은 제도인데, 이런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학교현장에서는 급식을 빨리빨리 먹게 하고 청소하는데 급급 한건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급식을 통한 배움도 중요한데 그런 가치들이 간과되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가 되면서 학교급식 전반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 보게 됐다.
작년 6월 수도권지역 위탁급식 46개교에서 3613명의 대형식중독 사고가 발생한 이후 학교급식은 많은 관심을 받았고, 그에 따른 변화가 이뤄졌다.
학교급식법이 개정되어 위탁급식 직영전환, 부정식재료 공급업자 벌칙제도 도입, 학교급식용 식재료 품질기준 등이 규정되고, 2011년까지 5년간 급식환경 개선에 총 2조2584억원을 지원한다는 학교급식 개선 종합대책을 정부가 발표했다.
주요내용을 보면 위탁급식 직영전환에 1067억, 급식시설 현대화 2400억, 조리실 냉방시설 설치 347억, 저소득층 및 농산어촌 학생 급식비 지원 1조6413억, 조리사 등 ‘비정규직 급식종사자’ 처우개선에 2332억원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품질이 우수한 식재료 사용여건 조성사업으로 자치단체 지역거점에 우수식재료 공급기능의 ‘급식지원센터’를 운영하도록 하였는데 이에 대한 예산은 반영이 되지 않았다.
재미있는 것은 직영전환이 대책의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첫 번째로 거론되었다는 것이다.
학교급식에 있어서 가장 개선되어야 할 사항을 꼽는다면 교장이나 교사들의 경우 음식의 질 개선과 식당의 증축 혹은 신축을 들고 있고, 학부모들의 경우 영양과 위생에 대한 요구사항이 제일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문제들을 직영전환이 다 해결할 수 있을까?
공공기관의 대표 격인 국회에는 여러 식당들이 있다. 국회본청, 의원회관, 도서관 안의 식당들은 운영형태가 다양하다. 직영도 있고, 위탁업체에 맡겨 운영하기도 한다.
어떤 때는 직영을 위주로 하기도 한 적이 있지만 급식의 질이 계속 떨어져 지금의 경쟁체제를 갖추게 되었다.
경쟁이 없으면 발전도 없다. 현실에 안주하는 경향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단체급식은 싼 가격에 영양과 위생을 고려한 급식의 질을 유지해야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
직영과 위탁의 장단점은 다 있다. 그러한 각각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은 줄여가는 방안의 대책이 이루어지지 않고, 논의의 초점이 직영은 옳고 위탁은 나쁘다는 선과악의 구도로 가버린 것은 잘못이다.
관리책임의 직접성으로 인해 위생문제에 학교가 신경을 더욱 쓰겠지만 사고가 발생하면 외부에 알려지기가 더 어려울 수도 있을 것이다. 직영과 위탁을 경쟁시키는 대책이 오히려 효과적이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직영이든 위탁이든 제일 중요한 것은 우수식재료의 사용여부일 것이다.
현재 식재료의 안전한 생산과 유통시스템이 결여된 상태에서 개별 학교의 구매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예산도 배정하지 않고 지자체에 책임을 떠넘겨 버린 ‘학교급식지원센터’는 너무 무책임한 대책이다.
공동구매를 통한 가격안정과 전문인력에 의한 위생안전 검사를 실시할 수 있는 실질적인 기구가 될 수 있도록 지원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먹거리의 안전성은 국민 모두에게 중요하다. 특히 자라나는 아이들의 건강과 성장에 정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학교급식에 대한 안전한 대책은 말할 필요도 없이 빈틈없이 추진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