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에서 웨이터가 여성과 남성 손님에게 각각 '배우 지망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할 경우 이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여성은 호기심이 생겨 그 웨이터가 어떤 영화에 출연했는지, 좋아하는 여자는 있지는 등을 물어보는 반면 남자는 식사가 빨리 나오는지에만 관심이 있다고 한다.
여자는 관계 지향적인 사고를 가진 반면 남자는 목적 지향적 사고를 지녔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여성적 사고가 21세기 비즈니스는 물론 사회 모든 측면에 영향을 끼칠 거라고 전망한다.
제일기획에서 12년 간 광고기획 업무를 맡은 뒤 현재 KT&G 브랜드국 부장으로 있는 황인선 씨가 주부를 위한 마케팅 입문서 '헤라 마케팅'을 출간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21세기를 가르는 키워드로 ‘여성’과 ‘마케팅’을 꼽는다.
여성 중에서도 사회에서 눈부시게 활약 중인 슈퍼 커리어우먼이 아니라 35세에서 42세 사이, 평범한 주부에 주목한다.
그가 특별히 3542 주부를 주목하는 이유는 시장을 좌지우지할 만큼 막강한 그들의 권력 때문이다.
그 첫 번째가 가정의 소비권이다. 규모와 질적인 측면에서 그 어떤 연령대보다 그들은 압도적인 소비 결정력을 지녔다. 뿐만 아니라 그들의 소비는 가족구성원의 현재 뿐 아니라 미래 소비에까지 영향을 미칠 만큼 강하다.
또한 2세에 대한 절대적인 교육권을 지니고 있으며 세계 최저 출산으로 위기를 눈앞에 둔 한국에서 가장 유력한 출산권을 갖고 있다.
어려운 시대를 지나 풍요로운 세상을 경험한 세대, 아날로그를 거쳐 디지털 1세대에 자리 잡은 그들, 마케팅의 시각으로 보면 상품 구매가 까다롭고 입소문 능력이 뛰어난 3542 주부들은 뜨거운 감자인 동시에 현대판 마님인 셈이다.
게다가 트렌드 창조자로서 직접 유행을 만들고 선도하기까지 한다. 그런 그들이 굳이 복잡한 마케팅까지 알아야 할 이유가 무엇일까?
저자는 그들을 막강한 파워를 지닌 새로운 소비주체 ‘헤라’로 정의하고,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을 풀어놓는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제우스의 아내를 나타내는 말이기도 한 헤라는 주부이면서(Housewives), 고등교육을 받고(Educated), 아내로 엄마로 여성으로, 그리고 사회인으로 인생 제2기를 재설정하는(Reengaging), 진취적인(Active) 여성을 뜻한다.
이 책은 첫째 여성과 마케팅, 둘째 브랜드, 셋째 광고 제대로 읽기, 넷째 문화 현상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마케팅에서 중요한 고객, 욕구, 가치, 문화 등의 개념들을 다시다, 짬짜면 등 주부들에게 익숙한 제품이나 서비스의 사례 분석, 페이스 팝콘과 같은 마케팅 전문가들의 연구 결과 그리고 가정 내에서 가능한 다양한 문제에 비유해 한층 쉽고 재밌게 설명한다.
저자 말대로 마케팅의 ‘마’자도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도 단숨에 읽어낼 만큼 부담 없는 정보와 지식을 담았다.
도서출판 은행나무 펴냄 / 황인선 지음 / 332쪽 / 1만3000원 / 02-3143-06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