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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속에 숨겨진 요리 이야기

드라마 '대장금'과 궁중 떡볶이,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와 햄치즈 샌드위치,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봉골레 스파게티….

'런~의 맛있는 컬처 레시피'(이미지박스)는 영화와 책, 드라마, 미술 등 문화예술 속에 숨겨진 요리 이야기를 풀어낸 에세이다.

'런'이라는 필명의 요리 블로그로 온라인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저자가 별날 것도, 특별할 것도 없는 음식을 문화예술과 결부시켜 각별한 의미를 지닌 음식으로 재탄생시켰다.

저자는 요리에 서툴렀던 독일 유학 시절 매일 매일 끼니를 해결하느라 악전고투를 하다 "어느 날부터 어제 읽은 책에 등장하는 요리를 만들어보고, 며칠 전 본 영화에서 인상적이었던 음식을 직접 해보며" 요리가 인생의 특별한 즐거움이 됐다고 고백한다.

'대장금'을 보며 자신이 전생에 궁중 음식을 담당하던 수라간 궁녀가 아니었을까 상상하던 저자는 미각을 잃은 장금이 한상궁에게 요리 수련을 받으며 등장하는 음식 중 하나인 궁중 떡볶이에 주목한다.

궁중 떡볶이는 일견 평범해 보이지만 떡볶이 한 그릇에 들어가는 오색 채소와 조리법은 우리 전통의 음양오행 사상을 내포하고 있어 궁중 요리의 자부심을 가질 만 음식이라고 소개한다.

사랑과 우정 사이를 오가던 두 남녀가 우여곡절 끝에 참된 사랑을 찾는 과정을 그린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에서는 햄치즈 샌드위치를 끄집어 낸다.

남녀의 성적인 몰이해를 주제로 해리와 식당에서 논쟁을 벌이던 샐리가 가짜 오르가슴을 그럴 듯 하게 연기할 때 식탁에 오른 음식이 바로 햄치즈 샌드위치.

저자는 햄과 치즈 등 여러 내용물로 겹겹이 쌓아 올린 샌드위치에 애정과 칭찬, 배려, 노력 등이 어우러져야 하는 남녀 관계의 미묘한 이치가 담겨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또 위대한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사실은 화가의 길로 들어서기 전 생계를 위해 요리사로 일했던 사실을 밝히며 담백한 음식을 선호했던 그가 즐겨 만들었을 법한 음식으로 올리브 오일과 조개로 맛을 낸 봉골레 스파게티를 지목한다.

이밖에 반 고흐의 '감자 먹는 사람들'에서 허브구이 감자를 떠올리고, 불고기 샌드위치와 지휘자 정명훈, 장떡과 황석영을 묶은 것도 쏠쏠하게 읽는 재미를 준다.

메인 요리 외에 응용 레시피 2개가 추가돼 있어 요리책으로도 쓰임새가 크다.

도서출판 이미지박스 펴냄 / 312쪽 / 1만3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