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간의 FTA가 타결 된 후에 우리나라에 어떤 변화가 올지 모두가 궁금해 한다. 혜택을 보는 업종도 많이 있겠고, 달리 활로를 찾지 못하면 문을 닫아야 할 사업도 많이 있을 것이다. 사실 소비자로서는 관세가 낮아지는 만큼 물가가 싸지는 효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이 점을 기뻐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우리의 농,어촌이 입을 고통이 너무도 선명하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우리나라는 향후 15년에 걸쳐 쇠고기 수입에 부과되는 관세 40%를 낮추어 가는 대신 미국 쇠고기 수입 금지를 철회하기로 했다. 미국의 품질 좋은 쇠고기가 수입되어 한우시장이 타격을 받게 되면 소 팔아 대학 공부한 많은 사람들의 가슴이 아프게 된다.
제주에서도 감귤나무 한 그루면 자식들 대학 공부까지 시킬 수 있다했는데 이제 값 싼 미국산 오렌지가 들어오면 시장을 많이 잃게 될 것이 뻔하다. FTA에서 한국은 향후 오렌지에 대해 계절관세를 유지하는 대신 수입규제를 풀기로 한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이 아니라도 중국의 드넓은 감귤 농장을 한 번쯤 보게 되면 어차피 제주 감귤 농업의 미래가 어둡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한국과 중국도 언젠가는 FTA 맺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의 쇠고기나 감귤은 품질 개량과 이미지 확립에 의해서 블루오션 시장을 찾아내지 않으면 안되게 되어 있다. 과연 농민들의 힘만으로 이것을 해내겠느냐 하는 문제가 있지만 말이다.
지난 번 일본 출장 시에 철판 구이집을 갔었는데 일본 쇠고기(와규)와 호주산 쇠고기의 값에 차이가 있었다. 요리사에게 왜 값이 이렇게 차이가 나느냐고 물었더니 맛이 확실히 차이지기 때문이라 했다.
맛이 그만큼 더 나으니까 손님이 “와규”를 많이 주문한다고 했다. 실제로 그는 “와규”와 호주산 쇠고기를 같이 구워서 맛을 보도록 해 주었는데 확실히 “와규”의 맛이 더 나은 것 같았다. 우리 나라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한우”가 수입 고기보다 맛이 월등하다고 믿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한우”의 품질 관리, 유통관리를 더 잘해서 “한우”라는 명칭으로 미국이나 중국같이 큰 해외 시장을 공략하면 15년 후 관세가 없어질 때쯤 되면 우리 “한우”로 농가의 활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정부에서는 “한우”의 세계 시장을 향한 토탈 마케팅을 도와주는 식의 지원을 심각히 고려해야 한다. 한우 사육을 그만두는 사람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는 것 같은 정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것이다.
감귤시장도 그렇다. 그 동안 제주에서 생산된 신제품 “한라봉”은 그 맛과 독특한 향으로 많은 소비자를 매료시키고도 너무 높은 가격과 어지러운 품질 관리 때문에 소비자를 많이 잃었다.
미국산 오렌지가 달콤한 맛은 더 강하겠지만 우리 국민의 입맛에 딱 맞는 최고 품질의 감귤 만은 못하다. 미국산 오렌지는 한 두 개 먹으면 물리지만 우리 감귤 맛있는 것은 한 봉지도 금방 먹어 없어진다.
결국 소비자의 입맛을 누가 더 예민하게 잡아 내느냐 하는 싸움이 된다. 감귤 농민들의 항의집회는 백 번 이해 하지만 감귤 나무를 태우며 하는 모습은 이해하기 어렵다. 기존의 감귤나무를 태울 때는 새로운 감귤 종류를 찾아냈을 때 해야 한다.
사실 FTA의 문제는 더 깊은 데 있다고 보여진다. FTA로 득을 보는 사업자들은 더욱 부자가 될 것이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가난하게 될 것이다. 즉 빈부의 차가 커지면서 사회의 정치적 조류가 더 확실하게 좌우로 갈라지게 될 것이다.
결국 경제 문제는 정치 문제가 되고 말 것인데 이것을 어떻게 새로운 정치 지도자들이 풀어 나갈 것인가 하는 것이 과제이다. 정치력 있는 지도자들이라면 국내 피해부분에만 예산 배분을 할 것이라 이왕 활짝 열린 미국에서 돈벌이 잘 해오도록 사업가들을 적극후원 하는 데에도 많은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